지난해 3월 24일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이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금소법은 기존 각 금융관계법령에 산재되어 있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규정들을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자 제정된 법률이다. 특히 금소법은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업자,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상품은 물론, 신용협동조합,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대부업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P2P업자)와 같은 핀테크 업계가 취급하는 상품 등 금융업계가 취급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규율한다는 점에서 그 동안 지적되어 온 금융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시행령 제2조).

 

- 6대 판매원칙의 확대적용... 현행 금융상품판매 절차를 재정비할 필요성 대두

금소법 내용 중에는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이른바 ‘6대 판매원칙’이 확대 적용된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비자의 재산상황, 금융상품 취득‧처분 경험 등에 비추어 부적합한 금융상품 계약체결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적합성’의 원칙은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된다(제17조). 이에 따라 금융상품판매업자는 금융상품계약체결 시 금융소비자가 일반금융소비자인지, 전문금융소비자인지를 먼저 살피고(제1항), 일반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면담, 질문을 통해 상품에 맞는 소비자 정보를 파악한 뒤 금융소비자로부터 서명, 기명날인, 녹취 등의 방법으로 확인을 받아 확인받은 내용을 지체 없이 일반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제2항). 이 과정에서 금융상품판매업자는 일반금융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계약의 체결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제3항).

또 한편으로는 그 동안 파생상품에만 적용되던 ‘적정성’의 원칙이 보장성 상품, 대출성 상품 등에까지 확대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제18조). ‘적정성’의 원칙이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는 금융상품이 소비자의 재산 등에 비추어 부적정할 경우 이를 고지·확인할 의무”를 의미하는데, 금융상품판매업자는 앞으로 이들 상품에 대해서도 서명, 기명날인, 녹취 등의 방법을 통해 확인 받아야 하는 것이다(제2항).

특기할만한 점은 금소법은 그 동안 금융상품판매 과정에서 형식적이고 추상적으로 운용되던 ‘적합성’ 및 ‘적정성’의 판단기준을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을 금융상품판매업자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판매업자는 앞으로 ‘적합성’ 및 ‘적정성’ 원칙과 관련하여 고객평가를 형식적으로 운영하지 않도록 ‘적합성’ 및 ‘적정성’의 구체적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그 기준에 따라 ‘판단 보고서’까지 작성해야 한다(시행령 별표4). 더 나아가 금융상품계약 체결을 권유할 때에는 금융소비자에게 ‘설명서’와 ‘핵심설명서’를 제공하되, 이러한 ‘설명서’와 ‘핵심설명서’는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가 직접 작성하여야 한다(시행령 제14조). 뿐만 아니라 금융상품판매업자는 자체 점검, 민원 또는 금감원 검사를 통해 법 위반사실 또는 소비자 재산의 현저한 손실 위험 등을 인지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지체 없이 이를 알려야 할 의무도 있다(제15조 제6항). 이 같은 내용은 금융소비자의 실질적 투자성향과 관계없이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알려주는 대로’ 소비자가 자필로 고객평가서에 투자성향을 표시해 실제 투자성향과 맞지 않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등 현재의 잘못된 금융상품판매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조치로 금융업계는 금융상품판매 절차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6대 판매원칙 위반 시 행사 가능한 ‘위법계약 해지권’신설, 투자성 상품도 청약철회 가능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이러한 6대 판매원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5년 이내의 범위 내에서 금융소비자가 해당 금융상품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 해지권’이 신설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제47조). 즉, 6대 판매원칙에 반하여 금융상품이 판매된 경우 금융소비자는 금융상품판매업자에게 해당 계약의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이를 해지할 수 있는 반면, 금융상품판매업자는 소비자에 대하여 해지에 따른 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 청약철회권에도 변화가 있다(제46조). 청약철회권이란 금융소비자가 계약 체결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고려기간(cooling off)으로, 지금까지는 주로 보험상품 계약에서 주로 활용되었지만, 앞으로는 원금을 보장해 줄 수 없는 고난도펀드, 고난도투자일임계약, 신탁계약 등 투자성 상품의 경우에도 계약서류 제공일 또는 계약체결일로부터 7일 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 사후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절차 강화... 소송을 통한 금융소비자에 대한 ‘갑질’ 어려워져

사후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절차의 부분에서는, ‘조정이탈 금지제도’가 신설되어 소가 2천만 원 이하의 소액분쟁은 분쟁조정 완료시까지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금융감독원이 직권적으로 개입하는 금융분쟁조정절차와 달리 법원에서의 소송은 당사자주의에 따라 금융소비자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특히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소송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가 2천만 원 이하의 소송은 변호사 비용 등 소위 ‘가성비’를 고려하면,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진행하느니 소송을 포기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적지 않아 이 점을 악용해 금융상품판매업자들은 금융분쟁조정절차를 배제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남발해 왔었다. 그러나 금소법 제정과 더불어 분쟁조정이 신청된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법원에서는 그 소송을 중지할 수 있는 소송중지제도가 도입되어(제41조, 제42조), 이제 소액 금융분쟁에서 금융상품판매업자들이 소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갑질’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게 되었다.

더 나아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금융기관 측에서 설명의무 위반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제44조)을 비롯해, 특정 금융상품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클 경우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제한명령권이 신설되는 등(제49조)의 내용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금융소비자 우호적인 규정들이다. 이에 더해 금소법의 내용 중에는 설명의무 위반 등의 주요 판매원칙 위반에 대해서는 관련 수입 등의 50%에 이르는 징벌적 과징금까지 부과(제57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까지도 포함되어, 이제는 더 이상 과거처럼 금융업계가 금융소비자들과의 금융분쟁에서 나몰라라 시간만 보내며 금융소비자들이 지치기만을 기다리기는 어려워졌다. 금소법이 제정된 취지에 따라 금융소비자에게는 근본적인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반대로 금융업계에게는 기존의 무사안일했던 상품판매 관행을 뜯어고치고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기회가 될지 지켜 올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