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한 달 전 세계의 소매시장이 들썩였다.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절’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시장이 일상화돼 할인 등 구매 매력이 덜하다지만, 여전히 최대 할인 시즌은 소비자에게 선물 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한국의 알뜰 소비자는 이 기간 동안 인터넷 쇼핑을 하느라 바빠진다. 구매 품목은 의류에서 가구, 전자제품까지 다양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의 소비자가 삼성이나 LG TV를 미국 또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온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그 TV는 부산항-롱비치항(로스앤젤레스)이나 인천항-옌타이항 바닷길을 두 번 건너야 한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한국까지 책상은 9만 원, 소파는 30만 원 정도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운회사가 있다. 서울에서 판교까지 용달차 한 대 부르는 값과 큰 차이가 없다. 심지어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한국까지 배송비가 대부분 무료인 경우가 많다.

해상운송 비용이 저렴해진 이유는 길이 12미터짜리 ‘컨테이너(container)’의 덕이 크다. 물건을 운송하는 가장 싼 방법은 배, 즉 해상운송이다. 배를 이용하면 한 번에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고, 교통체증 문제도 없다. 그런데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배에 물건을 싣고 내리는 일은 어려웠다. 당시에는 건장한 항구 노동자들이 배 위에서 다양한 짐을 싣고 내렸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그 당시 짐을 실은 배가 대서양을 항해하는 데 12일이 걸렸다면, 부두에서 화물을 옮기는 작업은 7일이 소요됐다.

1956년 4월, 미국의 운송회사 사장인 맬컴 매클레인(Malcolm P. McLean)은 화물 선적을 간단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서로 다르게 생긴 짐을 규격화된 박스에 담아 컨테이너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배를 개조해 첫 운항에 나선다. 이것이 바로 세계의 첫 컨테이너선인 ‘아이디얼 엑스(Ideal X)’다.

유조선을 개조한 이 배는 뉴저지를 떠나 텍사스로 향했다. 길이가 9미터인 컨테이너 58개가 갑판에 실렸다. 멀리서 배가 보이자 부두에 모여든 하역 노동자들은 뒷짐만 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옮겨야 할 짐을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통해 내려서 대기 중이던 트럭에 바로 실어 배송지로 향했다. 선적과 하역이 간단해지자 배가 부두에 머무르는 시간도 아주 짧아졌다. 맬컴 매클레인의 계산에 따르면 컨테이너로 옮긴 화물의 하역비용은 1톤에 0.16달러(15.8센트)였는데, 당시 같은 양의 화물 하역비용은 1톤에 5.83달러였다. 컨테이너가 무려 37분의 1 가격으로 비용을 줄인 것이다. 물류의 역사를 다시 쓰는 순간이었다.

역사를 바꾼 ‘박스’

사실 맬컴 매클레인이 컨테이너를 발명한 것은 아니다. 컨테이너 자체는 1800년대부터 있었다. 다만, 그 크기가 모두 달랐다. 그가 해낸 것은 컨테이너 표준화다. 컨테이너가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상세히 기록한 책이 있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마크 레빈슨(Marc Levinson)이 2006년에 쓴 《더 박스: 컨테이너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바꾸었는가(The BOX: How the Shipping Container Made the World Smaller and the World Economy Bigger)》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해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하는데, 가장 먼저 꼽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마크 레빈슨은 이 책에서 컨테이너가 일반화되지 않았다면 ‘세계화’는 물론이고 ‘공급망(supply chain)’과 같은 단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트북 한 대에 미국에서 만든 CPU, 일본에서 만든 하드디스크, 한국에서 만든 메모리칩, 타이완에서 만든 케이스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각 부품을 중국에 있는 공장으로 운송하는 데 드는 돈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경제학을 설명하는 사례로 ‘바나나 뒤에 숨겨진 컨테이너’ 이야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컨테이너는 중국, 유럽 등 온대 국가에서 생산된 공산품을 열대 국가로 수출한다. 그런데 열대 국가에는 수출할 제조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컨테이너는 바나나를 가져온다. 컨테이너가 빈 채로 돌아오기보다는 바나나라도 싣고 오는 게 경제적으로 낫다.

‘표준화’가 이룬 혁신

맬컴 매클레인은 컨테이너 보급에 속도가 붙은 것이 1960년대 베트남전쟁 때부터라고 기록한다. 군수품을 빨리 싣고 내려야 하는 급박한 전장에서는 컨테이너 작업이 월등히 수월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여러 해운사로 하여금 맬컴 매클레인이 운영하는 시랜드(Sea-Land)가 공급하는 컨테이너 표준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 베트남전쟁이 확전되자 군수물자 수송 수요는 늘어났으나 항만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골머리를 앓았던 이유도 있다. 그랬던 것이 1970년대에 들어 국제 표준화가 이뤄지면서 급속도로 컨테이너가 전 세계에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제 표준 컨테이너’ 크기는 6미터(20피트)와 12미터(40피트)로, 전 세계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

컨테이너 표준화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다. 컨테이너 벽의 두께가 몇 밀리미터여야 하는지에 대해 10년 동안 토론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운송산업은 정부 규제가 심했다. 나라마다, 운송수단마다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이 제각각이었다. 기업도 이기적이었다. 배를 소유한 해운업체는 구태여 자기 돈을 들여 컨테이너를 이동시킬 크레인을 항구에 설치하려 하지 않았다. 철도회사와 트럭회사는 항구에 내려놓은 화물이 어떻게 배에 실리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더욱이 회사마다, 분야마다 다른 형태의 상자와 도구를 쓰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져 상자를 쓰지 않느니만 못했다. 항구 노동자 역시 강력한 노조를 조직해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하역 작업의 기계화를 막았다. 지역사회에서 항만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은 대단했다.

맬컴 매클레인은 해운사를 운영하기 전 트럭 운송회사를 운영해봤기 때문에 산업 간 표준화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해운사와 육상운송 업체들이 각자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데 열을 올리는 동안 그는 선박과 트럭이 함께 쓸 수 있는 공통 규격의 컨테이너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혁신의 대상은 ‘고객’

“선박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화물을 움직이는 것이다. 고객은 누가 가장 멋진 배를 가졌는지, 누가 가장 넓은 철도망을 가졌는지는 관심이 없다.”

맬컴 매클레인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이렇게 이해했다. 당시 그의 생각은 정말 혁명적이었다. 해운사와 철도회사, 트럭 운송회사는 모두 자신들의 이권을 보호하고 산업 전통을 지키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고객은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물건을 안전하게, 그리고 제시간에 옮기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맬컴 매클레인은 경쟁자와 다른 시각에서 사업을 바라봤다. 고객의 입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방식의 혁신이 무엇인지 생각한 것이다. 그가 특허를 포기하고 컨테이너의 표준화와 보급에 주력한 이유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2000만 개의 컨테이너가 물건의 운송과 보관에 쓰이고 있다. 석유와 가스, 광물, 곡식류 등 원자재를 제외한 사실상 거의 모든 화물(90퍼센트)이 컨테이너에 담긴 채 바닷길을 따라, 철도와 도로를 따라 운송된다. 공급망의 각 단계에서 운송비가 10퍼센트씩만 절감돼도 이 효과는 엄청나다. 사소한 개선이 기업과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거나 세계화라는 글로벌 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맬컴 매클레인은 2007년 《포브스》가 꼽은 ‘20세기 후반 세계를 바꾼 인물 1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그와 함께 선정된 사람 중에는 월드와이드웹(www)의 아버지 팀 버너스 리, 냉전 종식에 기여한 전 소련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 등이 있다.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랜드의 CEO 맬컴 매클레인(사진 왼쪽)은 컨테이너 표준화를 통해 전 세계 해상운송비의 절감과 경제의 규모화를 이끈 인물로 2007년 《포브스》가 꼽은 ‘20세기 후반 세계를 바꾼 인물 1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오른쪽 사진은 ‘바다 위 우버’라 불리는 플렉스포트의 CEO 라이언 피터슨이다. 그는 물류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온라인 비즈니스로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처: 구글/플렉스포트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랜드의 CEO 맬컴 매클레인(사진 왼쪽)은 컨테이너 표준화를 통해 전 세계 해상운송비의 절감과 경제의 규모화를 이끈 인물로 2007년 《포브스》가 꼽은 ‘20세기 후반 세계를 바꾼 인물 1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오른쪽 사진은 ‘바다 위 우버’라 불리는 플렉스포트의 CEO 라이언 피터슨이다. 그는 물류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온라인 비즈니스로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처: 구글/플렉스포트

50년 뒤, 플렉스포트의 등장

새로운 혁신 기업이 기존 산업 질서를 위협하곤 한다. 해운과 같은 화물 운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플렉스포트(Flexport)’ 같은 디지털 기술로 중무장한 물류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플렉스포트는 자체 선박이나 트럭 한 대 없이 컨테이너를 전 세계로 실어 나른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9년 현재 5억 달러(약 6000억 원)이다. 물동량으로 보면 세계 해상운송 10위 규모로, 창업 6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기업 가치는 33억 달러(4조 원)에 이른다. 전 세계에 열한 곳의 사무실과 네 곳의 물류창고를 두고 있으며, 현재 1066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201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몰아닥친 해운업 위기를 발판으로 삼았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화주나 선사, 트럭회사에 화물 운송 정보를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가 주력이다. 웹사이트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에게 선적 스케줄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최근에는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 전자상거래계의 공룡 기업 아마존과도 경쟁할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크고 성장세가 가파르다.

플렉스포트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려면 이 회사의 창업자 ‘라이언 피터슨(Ryan Petersen)’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2010년 어느 날 미국 CNN 방송이 한 블로거가 아이폰 4 출시 날짜를 정확히 예측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 블로거는 애플의 각종 자료를 수집, 분석하다가 해외 공장에서 미국 항만으로 다량의 아이폰 부품이 들어오고, 그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애플의 수입 동향 데이터와 신형 아이폰 출시를 예측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대로 적중했다는 것이다. 이 블로거가 바로 라이언 피터슨이다.

데이터 분석가인 라이언 피터슨은 플렉스포트를 설립하기 전인 2007년 친형 데이비드 피터슨과 수출입 무역 정보 플랫폼 임포트 지니어스(Import Genius)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이 회사는 미국 관세청의 선하증권(BL, bill of lading) 정보와 BL에 기재되는 회사명, 주소, 제품, 수량, 도착일, 항구 등 다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검색 형태로 정보를 판매했다. 피터슨이 ‘화물 정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이때부터다.

컨테이너(정보)와 디지털화

피터슨이 주요 목표로 삼은 해상운송은 글로벌 무역 시장의 화물 90퍼센트 이상을 담당한다. 컨테이너 등 화물 중개 시장은 산업적 가치가 수십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 규모지만, 서비스 차별성이 낮아 업체 간 경쟁이 심했다. 더 큰 문제는 시장 규모와 비교해 현장은 전화나 이메일로 주문을 받고 팩스를 사용할 만큼 낙후되고 비효율적이었다는 점이다. 화주는 컨테이너에 화물을 선적하기까지 수십 건의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운송 요금 견적에도 무려 일주일을 허비할 정도였다. 화주나 운송업체나 양쪽 모두 화물을 보내기 위한 의사결정이 빠르지 않았다.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물류비 가운데 30퍼센트 이상은 컨테이너를 배에 선적하기 전 단계에서 발생한다. 화물 영업 정보의 폐쇄성, 화물 정보의 비대칭성, 물류업체와 화주 간의 복잡한 중개 수수료 구조도 비용 상승의 주요인이다. 수출입 중소기업 입장에서 컨테이너 화물 운송 의뢰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는 악몽과도 같다. 피터슨은 이 대목에 집중했다.

그는 이런 불편함과 불합리성을 개선하고자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화물 운송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예약 과정을 자동화해 전체 운송 소요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전자 통관 서류 작성, 실시간 육·해·공 화물 추적 서비스도 제공했다. 항공에서 해상, 트럭, 철도까지 화물 운송을 더 쉽고 빠르게 저렴한 비용으로 연결하는 게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현재 전 세계 800여 개 기업이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피터슨이 물류 시장에서 추구한 목표와 원칙은 업무 환경의 디지털화와 데이터 활용이다. 화물 운송 정보의 디지털화는 각종 데이터 축적과 분석·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이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물류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다. 플렉스포트가 ‘바다 위 우버(Uber)’와 비교될 만큼 정보통신 기술(ICT)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현재 구글, 블룸버그 등 수십 개의 기술 기업이 이 회사에 투자했고, 최근에는 중국의 최대 택배회사 SF 익스프레스(Express)가 투자사로 참여했다.

과거 맬컴 매클레인이 이룬 컨테이너 표준화와 보급이 해운 물류 시장의 업무 효율화와 운송비 절감 등 혁신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라이언 피터슨처럼 컨테이너 운송 과정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디지털화가 국제 물류 시장의 혁신을 견인할 발판을 만들고 있다. 컨테이너가 바다만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 랜선(인터넷) 위에서 화물 중개, 요율 비교, 선로 탐색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움직이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은 것이다.

플렉스포트는 화물, 지역, 운송 시간 등 조건별 운송 요금 견적과 예약은 물론, 고객의 화물이 어떤 공급망을 거쳐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 플렉스포트
플렉스포트는 화물, 지역, 운송 시간 등 조건별 운송 요금 견적과 예약은 물론, 고객의 화물이 어떤 공급망을 거쳐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 플렉스포트

컨테이너 정보의 디지털화, 즉 디지털 화물 중개 시장의 성장은 아마존,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대형 이커머스 고객사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른바 국경 간 거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C, Cross Border E-Commerce)’ 사업자들이 글로벌 화물 운송 시장의 큰손이 되고 있다.

시장의 주요 고객 변화는 해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이커머스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해운 시장의 주요 고객인 유통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커머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고도화는 과거 특정 국가 내 유통에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이커머스를 국가 간 거래로 확대했다.

페이팔(Paypal)은 CBEC 시장을 ‘현대판 향신료 무역로(Modern Spice Routes)’에 비교할 만큼 혁명적 변화로 본다. 올해 시장 규모만 3000억 달러(355조 원)로 추정된다. 실제로 중국은 CBEC가 국가 전체 수출의 20퍼센트 내외를 차지할 정도다. 이렇듯 이커머스 중심의 시장 변화는 고객의 온라인 구매 전환과 함께 판매업체가 국제 배송 서비스를 통해 거래하는 방식을 활성화했다.

고객 변화와 큰손 이커머스

이커머스는 물류업체에 더 빠른 비교 견적과 운송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CBEC 시장에서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는 민첩한 공급망 구축에 대한 기대감을 더 커지게 한다. 이 때문에 운송업체는 고객에게 공급망의 단계마다 발생하는 운송수단별 운임의 변동 속에서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EU의 B2C 전자상거래 성장세(단위: 10억 EUR). 출처: 크로스보더 커머스 유럽(Cross-Border Commerce Europe)
EU의 B2C 전자상거래 성장세(단위: 10억 EUR). 출처: 크로스보더 커머스 유럽(Cross-Border Commerce Europe)

 

B2C CBEC 시장 성장 예측(10억 USD). 출처: 알리리서치(AliResearch)
B2C CBEC 시장 성장 예측(10억 USD). 출처: 알리리서치(AliResearch)

그러나 CBEC 시장에서 컨테이너 단위의 대규모 화물 중심 수출입 프로세스는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CBEC의 화물 운송 특성은 개별 상품 단위의 소규모 특송 프로세스로 높은 물류비용과 통관이 복잡해지면서 납기가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에 최적화된 고객의 주문 이행을 위해 운송업체의 업무 서비스 환경도 디지털화돼야 했다. 물류 기업이 익스피디아(Expedia)나 부킹닷컴(booking.com)처럼 온라인 견적이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더 중요한 변화의 관점은 ‘밀레니얼 세대’가 노동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등 네트워크 연결로 일을 좀 더 편안하게 처리하고 싶은 관련 시장의 노동력 변화는 물류 시장의 디지털화를 더 빠르게 재촉하고 있다.

시사점: ‘규모의 경제’에서 ‘구조의 개선’으로

컨테이너는 해운산업을 규모의 경제로 이끌었다. 1956년 세계 첫 컨테이너선은 58개의 컨테이너를 실었지만, 오늘날 가장 큰 선박은 20피트 컨테이너 2만 4000개를 실어 나른다. 무려 410배나 커졌다.

그러나 운송업의 가치 창출은 이제는 규모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해운 시장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덕분에 오랜 기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 현상으로 선복 과잉과 운임 하락에 따른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컨테이너의 아버지’ 맬컴 매클레인과 ‘바다 위 우버’라 불리는 플렉스포트의 라이언 피터슨은 물류 혁신에 대한 좋은 교훈을 준다. 기술 혁신 그 자체는 별로 흥미롭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술은 거들 뿐,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실제로 유용한 혁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라이언 피터슨은 화물의 현 위치에 기반해 운송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어떤 경로를 채택해야 할지 등에 관련된 정보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각자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기반으로 선적의 가시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피터슨은 아날로그 방식의 운송 계약 구조를 디지털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이 꼭 보기에 멋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맬컴 매클레인처럼 컨테이너의 사용과 같은 사소해 보이는 개선이 기업과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거나 세계화라는 글로벌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라이언 피터슨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고객의 ‘디지털 체험(digital experience)’이라는 간편함을 무기로 물류비용의 투명성과 계약, 이해관계 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맬컴 매클레인은 최초로 컨테이너를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라이언 피터슨 역시 인터넷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두 사람은 세계를 바꾸어놓는 혁신을 이끌었고, 또 차세대를 이끌 인물로 평가받는다.

1967년 맬컴 매클레인과 2020년 라이언 피터슨은 말한다. 디지털 물류 혁신의 방법에 대해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우문현답), 그래서 고객에게 실제로 필요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