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게임사들도 변화된 대내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많았다. 특히 임직원들의 재택근무가 필수적으로 여겨지며 신작 개발 속도에 차질이 생겼고 오프라인 마케팅 접점은 크게 축소됐다.

시장에선 게임 산업이 코로나19 사태의 수혜 업종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경영상 극복해야 할 큰 과제를 만난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특히 신작 개발뿐 아니라 라이브 게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하는 게임사 입장에서 재택근무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엔씨소프트 사옥. 출처=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사옥. 출처=엔씨소프트

이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선제적인 재택근무 도입과 특별 휴가 및 격려금 지급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직원 처우를 챙기면서도 고무적인 경영 성과를 거두어 눈길을 끈다. 엔씨는 2020년 첫 연매출 2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 회사의 야구구단 엔씨다이노스가 창단 9년만에 첫 통합 우승까지 거머쥐며 더할 나위 없는 한 해를 보냈다.


‘특별’ 휴가에 격려금까지…“이겨내자 코로나”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해 2월,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전사 재택근무에 돌입하며 방역에 동참했다. 엔씨소프트는 한발 더 나아갔다. 업계 최초로 전 직원에게 7일간의 특별 유급휴가를 지급했다. 2월 27일부터 3월 6일까지 주말을 포함하면 11일 간 회사를 비운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엔씨는 같은해 3월 직원의 절반만 출근하고 절반은 재택근무를 하는 ‘순환 재택근무제’를 실시했다. 임산부 등 감염병 취약 사원은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예외로 두고 유연하게 대응했다. 4월엔 매주 1일씩 전직원에게 특별 유급휴가를 제공하기도 했다. 주 4일 근무 환경을 만든 셈이다.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엔씨는 8월 중순 순환 재택근무를 다시 실시했다. 출근한 직원에게는 1일 1장씩 마스크를 지급했고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구마다 열감지 카메라를 운영하고, 매주 2회 사옥 방역을 하는 등 노력했다.

10월 일상 근무제로 전환하면서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완전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이는 근무밀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제도로 기존 유연근무제 시스템에서는 출근시간은 오전 7시부터 11시 사이, 기본 근로시간은 1일 4시간으로 고정돼 있었지만 이런 제약도 없앴다.

엔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되자 전사 재택 근무제를 실시했다. 엔씨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및 IT 가이드를 제공하고 사내 메신저를 이용한 화상 회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엔씨는 마케팅 부문에서도 해법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6월 리니지M 3주년 기념 온라인 행사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참여자가 업데이트의 내용을 능동적으로 구경하는 방식을 채택하며 신선함을 줬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김택진 대표 겸 CCO(최고창의력책임자)가 키노트 스피치에서 감사 인사와 함께 ‘리니지M’의 비전을 직접 소개하며 리니지 IP 유저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프라인 마케팅에서도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엔씨는 2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계에서 전면 중단됐던 오프라인 기자간담회를 7월 처음 재개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엔씨는 방역 수칙에 맞춰 입장 인원 및 간격을 조절하고, 참여자 모두에게는 비닐장갑·마스크·손 소독제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방역에 만전을 기울였다. 덕분에 신작 '트릭스터M' '팡야M' '프로야구 H3' 등 신작 3종을 무사히 공개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리니지M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리니지M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연말엔 김택진 대표의 코로나19 특별 격려금 200만원(세후 기준)이 엔씨소프트 전 직원에게 지급되며 직원들의 사기를 높였다. 특히 격려금은 정규직뿐 아니라 계약직, 파견직, 인턴 등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지급됐다. 지급 대상은 총 4400여명으로 파악되며 금액으로 총 88억원에 달한다.


게임 업데이트 '착착'…2020년 매출 2조원 달성 눈앞


주목할만한 점은 엔씨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임직원들의 안전에 만전을 가하면서도 시장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엔씨의 모바일 대표작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각각 3주년, 1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문제 없이 진행하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1·2위 ‘양강 체제’를 지켜냈다.

PC 온라인게임 라인업에서도 여러 건의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다. 특히 ‘아이온’의 경우 클래식 서버를 출시하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PC방 사용시간이 최대 10배 가량 급증하는 등 차트 역주행을 달성했다.

준비중인 모바일 신작들 역시 시장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전 예약을 시작한 ‘트릭스터M’은 한 달만에 사전예약 300만을 넘겼고 최근 진행한 사전 캐릭터 생성에선 준비된 60개 서버가 모두 조기 마감됐다. 트릭스터M은 엔씨의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 ‘퍼플’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대작 ‘블레이드 & 소울 2’는 2021년 1분기 출시를 발표했다.

엔씨소프트는 2020년 연매출 '2조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1조8548억원, 영업이익은 66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8.89%, 영업이익은 97.75% 급증한 수치다. 애프엔가이드는 엔씨소프트의 2020년 4분기 매출을 5462억원, 영업이익 1793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