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 소리에 확인을 하니 오후 3시20분에 갑자기 온라인 부서 회의가 잡혔다는 연락이다. 이미 3시 30분에 여러 부서와의 협업을 위한 온라인 회의가 있는데 3시20분 회의라니 둘중에 어디를 참석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5분후 도착한 이메일은 태스크포스 팀으로 참석했던 행사의 결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계획을 짜는 것에 대한 온라인 회의가 내일 12시에 있다고 전달한다.

구글 캘린더를 살펴보니 다음주 1주일 5일간의 근무일 동안 온라인 회의가 무려 6개나 있다. 이중 2개는 연달아 있어서 자칫하면 점심도 못먹고 업무를 지속해야할 판이다.

현재도 출퇴근을 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지난 3월 코로나바이러스로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됐는데 이후 거의 매주마다 온라인 회의가 한 개이상 진행됐다.

재택근무를 하기 전 부서 회의는 1달에 한번 정도였고 기타 회의도 많아야 1~2달에 한번 정도였는데 재택근무로 돌입하면서는 온라인 회의가 매주 있고 하루에 여러 차례 회의가 있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여러명이 모이는 공식적인 회의외에도 1~2명의 사람들과 일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온라인 회의도 일주일에 수차례 이뤄졌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변화였다. 재택근무를 하고 비대면으로 업무처리가 바뀌자 회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이 일을 하는지 알수가 없어서 불안한 때문인지 아니면 업무가 모두 온라인으로 바뀌어진 업무 환경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조바심 때문인지 거의 모든 부서에서 일제히 온라인 회의를 매주마다 진행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업무는 문자로 전달하는 한계 때문인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에 대한 확인이 이어지면서 때때로 수십통이 넘는 이메일이 오고가자 아예 온라인 회의를 하는게 낫다고 판단된 때문일수도 있다.

온라인 회의 시스템인 ‘구글 미트(Google Meet)’나 ‘줌(Zoom)’ 등의 초대 이메일이 하루에도 여러통 쏟아지면서 온라인 회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특히나 대면 회의의 경우 다른 업무가 있다거나 출장중이라거나 혹은 기차시간 등의 다른 사람의 편의를 고려해서 회의를 일찍 마치거나 혹은 제 시간에 끝내는 등의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온라인 회의로 바뀌면서는 집에서 회의를 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회의가 마냥 늘어져도 불참이나 일찍 빠지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부모가 회의를 마치길 기다리다 지친 아이가 소리 지르며 우는 소리가 들려도, 배고픈 반려견이 계속 주인을 보채도, 온라인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회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오늘처럼 갑자기 오전 9시에 오후 3시 회의를 통보했다면 과거에는 직원들의 반발을 사서 불가능했지만 재택근무 후부터는 으례 참석을 당연시 여기고 사람들도 침실에서, 부엌에서, 자동차 안에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회의에 참석했다.

온라인 회의가 워낙 많아지다보니 이제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이메일보다 비효율적이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회의 숫자를 줄이자는 의견까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소위 ‘줌 피로(Zoom Fatigue)’라고 불리는 온라인 화상회의 피로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숫자를 보면 온라인 화상회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온라인 화상회의 줌을 이용한 일일 이용자는 1000만명이었는데 재택근무가 시작된 4월부터는 하루 이용자 숫자가 3억명 수준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일일 이용자 숫자는 동일인이 여러 개의 회의를 참석할 경우 이를 모두 중복해서 집계한다. 구글 미트도 줌과 같은 기준으로 일일 이용자숫자를 집계하는데 3분기 기준으로 2억3400만명의 이용자를 나타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화상 소프트웨어인 ‘팀(Team)’은 동일 사용자는 중복 집계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산하는데 하루 약 1억1500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올해 4월에는 약 7500만명이 이 서비스를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화상회의는 가정과 업무의 분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며 비언어적 단서가 부족한 화상회의 특성상 대화시에 더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가중된다고 밝혔다. 또 오랜 기간동안 집에서 있으면서 누적된 피로로 인해서 같은 시간동안의 회의라도 더욱 피곤하고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 얼굴을 비추고 있는 카메라도 마치 감시당하는 느낌이 있어서 힘들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는 한 온라인 화상회의 피로증후군은 오랫동안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