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20년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는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19의 혼돈속에서도 온택트(Ontact) 트렌드의 강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다양한 전략이 시작된 해로도 기억될 전망이다.

이제 온택트 트렌드가 강해지며 우리의 삶이 통째로 온라인에 '복사'되는 일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굳이 오프라인으로 할 필요가 없어진 일들을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온리'에 투영시키는 행보가 선명해지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의 키워드는 온택트로 좁혀지는 중이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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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부터 반도체까지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1월 12조3047억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10월에는 14조2445억원으로 팽창했다. 월간 거래액은 14조원 시대를 열며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강화 기조가 생기며 이커머스 시장이 호조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및 이베이 등 기존 오픈마켓들의 성장세가 무서운 가운데 새벽배송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마켓컬리, 나아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등이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당근마켓의 성장세도 매서웠다.

이커머스 시장의 판 자체가 커지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네이버는 CJ와 만나 물류 인프라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카카오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참전이 돋보인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지원을 바탕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의 11번가는 아마존과 만나 새로운 꿈을 꾸는 중이다.

KT는 KTH와 KT엠하우스의 합병으로 디지털 커머스 전문기업 출범을 예고한 상태다. 나아가 GS리테일과 GS홈쇼핑도 합병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겸업 단일 유통기업을 표방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각오다.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인 신세계는 지난 10월 인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SSG닷컴 대표를 겸직한다고 발표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롯데는 지난 4월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롯데온(ON)’을 선보인 후 다소 스텝이 꼬이고 있으나 최근에는 물류 인프라 확장을 염두에 둔 광폭행보를 예고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라이브커머스가 다양한 제조사, 혹은 플랫폼 중심으로 전개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실제로 네이버 쇼핑라이브가 11월에만  약 1500만 시청뷰를 올리며 서비스 출시 4개월 간 누적 시청 4500만뷰를 기록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누적 구매 고객도 40만명을 넘겼다. 11월 판매자 수는 전월 대비 20%, 라이브 콘텐츠 수는 40% 늘었다. 11월 거래액 규모 역시 지난달보다 75% 신장했는데, 서비스 초창기인 8월과 비교하면 340%나 뛰었다는 설명이다. 주 1회 이상 라이브를 꾸준하게 진행하는 판매자들도 전월에 비해 80% 증가했다.

온택트 트렌드의 강화는 기업들의 일하는 문화도 바꿨다. 이 과정에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등 다양한 협업 도구들이 각광을 받는 중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탈집중화(Decentralization)에 우선순위를 두고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 세계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가능성을 엿본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지난 몇 달 동안의 경험을 통해 재택근무의 연속성이 가능함을 확인했고, 이제 원하는 직원은 앞으로 계속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22일 “4만5천 명에 달하는 직원 중 절반은 재택근무로 전업할 것”이라면서 “올해 말까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집에 머무는 시대가 많아지며 TV 등 가전제품 판매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글로벌 TV 시장은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전년 대비 7% 하락했으나 하반기에는 재난지원금 등의 여파로 반등을 시작해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억원을 호가하는 가정용 TV도 속속 공개하며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일 웨비나(Webinar) 시스템을 활용해 '마이크로 LED TV' 110형 신제품을 전격 공개했다. 2018년 처음으로 B2B 시장을 겨냥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을 출시해 호평을 받은 가운데, 이번에는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를 전격 공개한 셈이다. 출고가는 1억 7000만원으로, 12월 중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내년 1분기에 본격 출시 예정이다.

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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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LG 시그니처 OLED R을 출시했다. 패널 뒤에 강화유리를 붙인 ‘픽처온글래스’ 그림이 벽에 붙어 있는 듯한 ‘월페이퍼’별도 주변 기기 없이 TV 전체를 벽에 밀착하는 ‘갤러리 디자인’ 화면을 말았다 펼치는 ‘롤러블’로 무장했다. 65형(대각선 길이 약 163센티미터) 화면을 통해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강점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 고객이 시청할 때는 화면을 펼쳐주고 시청하지 않을 때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는 방식으로 큰 기대를 받고있다.

OTT 시장의 팽창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다양한 OTT들이 코로나19 정국을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게임과 같은 대표적인 온택트 트렌드 수혜주들은 내년에도 폭풍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은 15조5750억원이다.

웹툰 및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케이 콘텐츠가 각광을 받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스튜디오드래곤 등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케이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은 일본과 북미, 유럽에서 시장 지배자적 위치에 올라서고 있다. 일본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한 케이팝의 인기가 매서울 정도며 일각에서는 한류 3.0이라 부르는 수준까지 왔다. 일본 우익 정치가가 <사랑의 불시착>을 호평하고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가 <나의 아저씨>에 열광하는 시대다.

최근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상반기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정식으로 한국에 진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넷플릭스와 동일한 케이 콘텐츠의 글로벌 전략을 돕는 한편 자체 플랫폼 생태계 확장을 노리는 중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비상도 눈길을 끈다. 21일 현재 시세가 횡보를 거듭하고는 있으나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제 2400만원을 넘나드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디지털 자산 선호도가 커지는 한편, 기관 투자자 중심의 디지털 자산 재조명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온택트 트렌드가 강해지며 서버용 반도체 등 기반 인프라의 발전도 눈부시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창출되며 5G 및 클라우드와의 다양한 연결성도 선명해지고 있다.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가 저조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닥쳤으나 PC와 서버용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내년 슈퍼 사이클이 예상되는 이유다.

최근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고 AMD가 자일링스를 인수하는 등 시장의 격변이 시작된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활력이 도는 것도 고무적이다. 그 연장선에서 파운드리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불꽃튀는 전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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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바뀐다
코로나19는 온택트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부각시키며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슬세권이라는 문화도 탄생했다. ‘거주지와 지하철의 거리가 5분’ ‘할인점이 집 코 앞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10분 거리’와 같은 부동산 분양 광고 모두 슬세권의 초기 버전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슬세권은 2.0의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당장 ICT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업무의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이러한 트렌드는 슬세권 트렌드 강화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나아가 원격의료 및 온라인 개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비대면 방식이 자리잡을 경우 슬세권 트렌드는 더욱 파괴적인 존재감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한국판 뉴딜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전략 포인트를 만들어 둔 상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시민 추적'이 정부의 권한 강화를 불러와 빅브라더의 공포가 시작될 것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