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Oculus Quest
출처= Oculus Quest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게임 산업이 수혜를 입었다는 말이 무성하지만, VR 부문만큼은 울상을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오큘러스 등장 이후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VR 게임이 올해도 ‘만년 유망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시장조사 업체 스트라베이스가 작성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11월 + 12월호)를 이달 발간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차세대 플랫폼의 굴욕…VR 게임 시장 올해 ‘역성장’ 전망


코로나19 팬데믹이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하며 집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캐주얼 게임 장르를 중심으로 모바일 게임의 사용시간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산업은 코로나19의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지만 VR 게임 만큼은 정반대의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 산하 시장조사기관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VR 헤드셋 매출을 제외한 2020년 VR 시장 규모는 29억 달러달러(한화 약 3조 원)로, 지난해(33억달러) 대비 오히려 1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슈퍼데이터는 “VR 부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팬데믹으로 인해 하드웨어 공급부터 소프트웨어 발매까지 모든 부분이 지연되면서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VR 시장 규모가 올해 전년 대비 축소할 전망이다. 출처=슈퍼데이터,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VR 시장 규모가 올해 전년 대비 축소할 전망이다. 출처=슈퍼데이터, 한국콘텐츠진흥원

인기작이 있었음에도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 올해 3월 출시된 기대작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VR 게임의 실감 나는 양방향성을 선보이며 기대를 이끌었으나 이 게임을 지원하는 VR 기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품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PS4 게임을 지원하는 소니의 PSVR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면서 “(VR)헤드셋과 컨트롤러를 구하려면 이베이 신품 기준 수백 달러의 웃돈을 얹어주어야 했다”고 밝혔다.

사실 VR 플랫폼은 구조적으로도 효과적인 열풍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기 한 대로 가족·친구들 모두가 함께 즐기기 어려운데다가 온라인 상에서 ‘랜선 교류’를 하기엔 기기의 보급률이 PC·모바일 대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원활한 게임을 위해 고사양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점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정타는 오프라인 VR아케이드 게임장의 셧다운이었다. 가정용 VR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VR 게임장은 시장을 지탱해 온 힘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한 고객 중단은 물론이고 폐업 수순에 돌입한 사업장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8000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됐던 글로스테이션(샌드박스VR)은 지난 8월 파산 신청을 했다. 이 같은 악재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구글도 철수했다…모바일VR 시장 사실상 셧다운


구글이 출시한 ‘데이드림’은 모바일 VR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쇠락의 길을 걷다 팬데믹을 계기로 완전히 주저앉은 모양새다.

앞서 구글은 삼성, LG, HTC 등과 함께 데이드림 뷰 헤드셋의 지원 스마트폰을 확대하고 데이드림 버전의 구글 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라인업을 확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개발자) 모두로부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헤드셋의 판매를 중단했고 올해 10월 데이트림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 중단을 알리며 사실상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오큘러스의 합작품인 ‘기어VR’ 역시 폐기 수순을 밟으며 스마트폰 기반 VR 실험은 실패로 일단락됐다는 평이다.

접근 가능한 수준의 기기 가격과 만듦새,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를 갖춘 PSVR에 시선이 모인다. 그렇지만 소니조차 VR 시장은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짐 라이언 SIE CEO는 지난 10월 후속 기기인 PSVR2를 최소 2022년 이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출시…성장 가능성은 여전


IT공룡 페이스북이 VR 시장을 놓치 않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2014년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지난 10월 전작보다 10% 가량 가벼운 동시에 더 높은 성능, 선명한 화면을 갖춘 독립형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를 출시했다. 전작 대비 출고가도 100달러나 낮추며 진입 문턱을 낮췄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독립형 헤드셋 하나만으로 집에서 실제 타인과 함께 있는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PC에 의존하는 VR은 오큘러스 리프트S 이후로는 더 이상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퀘스트2는 VR 게임 이용자들의 만족스러운 평가를 얻고 있다.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퀘스트2는 내년 약 3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전망돼 VR 시장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보고서는 “2021년의 VR게임이 더 이상 만년 유망주로 남지 않고 새롭게 눈을 떠 잠재력을 폭발시키게 되기를 응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