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자율주행차 플레이어들도 속속 의미있는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표준과 같은 의미있는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LG유플러스 모빌리티사업담당 강종오 상무(사진 좌측)와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우측)가 세종시 자율주행 실증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는 모습.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모빌리티사업담당 강종오 상무(사진 좌측)와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우측)가 세종시 자율주행 실증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는 모습. 출처=LG유플러스

누가누가 잘하나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는 LG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5G 기반 V-2X 자율주행차 실험이 단행되는 가운데, 조금씩 스마트 도시의 비전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 사업에 나서는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한 5G 통신망과 함께 안전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이나믹 정밀지도, 고정밀 측위(RTK·차량 위치 cm 단위 측정) 솔루션 등 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을 지원,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자율주행 차량플랫폼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 모빌리티사업담당 강종오 상무는 “LG유플러스의 5G 기반 V2X 기술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자율주행 기술 플랫폼에 적용해 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는 솔루션 공동 실증을 지속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기술교류 및 실증을 통해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의 기초를 함께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의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력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자율주행기술의 핵심보다 전장장비 및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다양한 가능성 타진을 추진하고 있으나 FSD를 위한 로드맵도 일부 보여주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5G 기반 V-2X 전략을 보여준 가운데 티맵모빌리티 분사를 바탕으로 우버와 협력해 자율주행 측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현대자동차는 의욕적으로 전기차, 수소차 등에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자율주행차 로드맵도 가다듬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중심이 되어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키우는 가운데 2022년부터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이 자율주행차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출처=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자율주행차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출처=현대차

주차 및 출차 시 주변에 저속 이동 중이거나 정지한 보행자 외에 일반 장애물까지 인식대상을 확대하고 후방은 물론 전방과 측방까지 인식영역을 넓힌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기존 초음파센서 외에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인식을 추가해 주차 공간 인식율 높여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주차를 돕는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RSPA2) 등도 2021년경에 양산할 계획이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차량이 자동으로 발렛파킹을 하고 스스로 돌아오는 원격 발렛 기능도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센서퓨전 및 통합제어기 성능 향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센서퓨전에 후측방 카메라, 전측방 라이다 등을 추가함으로써 인식대상 및 인식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카메라, 라이다 등 센서 자체의 인식 성능 향상에도 힘쓸 계획이다. 각 센서가 담당하던 자율주행 관련 기능들을 통합 제어, 관리하는 자율주행 통합제어기 또한 고성능 프로세서 적용을 통해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다.

이를 통해 딥러닝 기반 영상 인식 등 고도화된 신호처리는 물론, OTA(Over-The-Air) 무선 업데이트 기능도 2021년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앱티브(Aptiv)와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모셔널’을 설립한 바 있다.

현대차는 네이버와도 손을 잡았다.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사장이 만나 업무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양사는 IT 및 자동차 분야에서 각 사의 기술·비즈니스 역량 간 시너지를 통해, 차량과 플랫폼을 연계한 신규 서비스 출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간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직접적인 협력이 아닌 모빌리티 전반의 O2O 전략이지만, 정밀지도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체력을 구축하는 네이버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시너지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네이버랩스는 지난 8월 서울시 전역의 4차선 이상의 주요 도로를 정밀 데이터화한 로드 레이아웃 지도를 공개한 바 있다. 로드 레이아웃 지도는 서울시 전역의 2092km 길이의 도로를 대상으로 한다. 하이브리드HD매핑을 바탕으로 서울시 3D 모델링 지도에서 4차선 이상의 주요 도로만 추출해 데이터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의 기반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는 각오다.

네이버의 초정밀 지도. 출처=네이버
네이버의 초정밀 지도. 출처=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모빌리티 산업은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들에게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분야인만큼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사장은 “자동차와 ICT의 결합을 통해 고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 편의를 증진하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 전반에 걸쳐 고객경험을 혁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i를 매개로 역시 현대차와 협력하고 있는 카카오는 카카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자율주행차 로드맵도 적극적으로 가다듬고 있다. 최근 인기 드라마 <스타트업>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자율주행차 실력은 국내에서는 이미 의미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최근 카카오 모빌리티는 군집주행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한국도로공사가 주관하는 ‘V2X 기반 화물차 군집주행 운영기술 개발’ 국책 과제 연구 실증에서 ‘대형 화물차 군집주행을 위한 운영서비스 플랫폼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연했기 때문이다. 서여주IC~여주JCT 구간(8km) 공용 도로에서 진행된 시연을 통해 ▲군집 신청 ▲길 안내 ▲군집 합류 ▲대열 유지 ▲대열에 일반 차량 진입 시 간격 자동 조정 ▲군집 이탈 등 군집주행 전 과정에 이르는 운영 기술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물론 자율주행기술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전반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쏘카 등 다수의 모빌리티 기업들이 자율주행기술력 타진을 위해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여기에 포티투닷과 같은 전기차 기반의 서비스 업체들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카카오 군집운행. 출처=카카오
카카오 군집운행. 출처=카카오

문제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림에 따라 국내서 관련 가이드 라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5일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사이버 보안 및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킹 방지를 위한 인프라 확충 및 올해 초 레벨3 자율주행기술력 달성을 선언한 상태에서 인병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자율주행차가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이버보안과 통신 안전, 자율협력주행시스템, 무선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으로 구성된 가이드 라인도 나왔다.

각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의미있는 가이드 라인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표준 문제가 모호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eric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와 공동으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미 디지털경제 협력포럼을 연 가운데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자율주행차 시장의 현재 규모는 100억달러(약 11조원) 미만이지만 2035년 1조달러(약 11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최근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차량과 주변 사물을 연결하는 통신 기술 관련 표준 논의가 활발하지만, 아직 국내서는 이와 관련된 논의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가정용 비디오업계에서 소니의 선진적 첨단기술이 표준경쟁에 실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례를 들어 신기술이 산업계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표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속속 자율주행 관련 기술표준을 확정짓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되도록 정부가 신속하게 틀을 마련해주어야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선점에 우리 기업들이 속도감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전경련
출처=전경련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이며, 이 시기가 한국 자율주행업계가 도약할 수 있는 최적기”라 말하고, “여러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인 만큼 자율주행 기술 진보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들은 정부 차원에서 과감히 혁파하고, 관련 표준 확립에도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원철 숭실대 IT대학장 겸 정보과학대학원장은 “차량과 사물에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인 차량사물통신에 초고속 초연결 5G 셀룰러 통신기술을 C-V2X는 여러 면에서 기존 와이파이 기반의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WAVE)보다 우수한 점이 많다”며 “우리나라 등   여러 국가들이 그동안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시범 및 실증사업에서 DSRC를 채택해 왔지만, 그 이유만으로 이를 국가 전반 인프라로 확대하기 보다는 미래 트렌드와 글로벌 동향에도 부합하는 기술 표준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원철 대학원장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은 C-V2X 표준 규격과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WAVE)의 사이에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실제 도로 사업에서는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WAVE)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기술력이 축적됐기 때문에 검증된 기술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의 분위기는 심상치않다.

일단 C-V2X 방식은 2017년 3GPP에서 표준으로 채택되었고, 통신 속도와 안정성 측면에서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WAVE) 방식을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2019년 11월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 용도로 할당된 주파수 대역을 대폭 축소했으며 2020년 10월에는 주파수 사용을 아예 배제하는 안을 발표하고 최종투표를 앞두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에서는 2019년 7월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반대로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 (DSRC) 기반의 ITS-G5 만을 사용하는 단독 C-ITS 구축 법안이 최종 부결된 바 있다. 대신 C-V2X 방식과 기술중립에 중점을 둔 법안이 다시 준비 중이다. 중국은 일찌감치 2018년에 C-V2X 기술을 정식 채택하여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V2X의 기술적 우월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자율주행차 센서와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보완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아가 차내 탑재 컴퓨터와 센서를 기반으로 정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 과속, 브레이크, 방향 전환, 위치, 속도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C-V2X에 적용되는 무선 신호는 기후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으며, 다른 차량에서 오는 정보를 수신하는 방식이라 더욱 호평이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코너, 장애물 등을 통과해 주변에 대한 360도 시야 확보가 가능해 갑작스러운 정차가 감지되면 초기 경보 알림을 발동, 정보 메시지를 통해 뒤따라오는 차량에 안전거리를 유지하라고 알리는 기술도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초기 C-V2X 시스템은 널리 구축된 LTE 셀룰러 표준에 기반하고 있지만, 미래 모델은 5G 기술의 통합으로 기능과 통신 속도, 안정성, 지연성 측면에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아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25년에는 차량에 V2X 통신장비  장착비율이 전체 차량의 약 25%에 달하며, 이를 통한 국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매출이 한해 약 1억 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정적으로 C-V2X는 올해 7월 5G-V2X 표준으로 진화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을 키우려면 표준에 대한 근본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