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 월트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국내 OTT 시장에 진출한다.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퍼펙트 스톰이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애플TV플러스도 한국 시장 상륙을 예고한 가운데 시장의 동요가 상당하다.

특히 웨이브 및 왓챠 등 토종 OTT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이런 가운데 토종 OTT의 경우 음원 저작권료 문제에 발목이 잡히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거인이 찾아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021년 한국을 비롯해 동유럽 및 한국, 홍콩 등 국가에 전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는 글로벌 OTT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11월 기준 구독자가 7370만명을 넘겼으며, 이는 2024년까지 9000만 구독자를 모으려는 디즈니의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2억명의 가입자를 모은 넷플릭스에는 그 존재감이 미치지 못하지만 넷플릭스는 7000만명의 구독자를 모으는 데 8년이나 걸렸다. 그 연장선에서 훌루와 ESPN 시청자를 더하면 총 1억명의 가입자를 가진 디즈니플러스의 전격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지난 10월 12일(현지시간) TV 네트워크와 영화 스튜디오, 소비자 직접판매 서비스 부문을 통합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배급’ 부문으로 개편했다. 나아가 ‘글로벌 유통 사업부’도 설립해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는 물론 ESPN 콘텐츠의 통합 관리 전략을 가다듬는 중이다. 아동용 콘텐츠로 무장한 상태에서 넷플릭스는 물론 전체 OTT, 나아가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장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로 국내 OTT 시장도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물론 한 사람이 다수의 OTT를 구독하는 패턴이 일반적이라 기존 플레이어들이 당장 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다. 또 넷플릭스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극단적인 코드컷팅 현상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디즈니플러스가 막강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장의 간극을 파고들 경우 기존 플레이어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토종 OTT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까지 상륙할 경우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토종 OTT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뮬란. 출처=갈무리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뮬란. 출처=갈무리

음원 저작권 문제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 출시를 선언한 10일(현지시간), 공교롭게도 토종 OTT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할 지경에 몰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1일 음악저작물 사용 요율을 1.5%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2.5%의 요율을 주장한 상황에서 토종 OTT들은 0.625%의 요율을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는 두 단체가 주장하는 요율의 중간을 핀셋으로 집어내어 기계적인 스탠스를 보여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문체부의 결정이 음저협의 입맛대로 흘러가는 바람에 토종 OTT들의 활로가 막혔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이 문체부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이들은 "문체부의 방침은 이용자의 입장이나 저작물의 보편적 이용 및 저작권의 보호는 문화와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공익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저작권자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내용만 가득하다"면서 "국내OTT 업체로서는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사용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서 사용자의 수가 감소할 것이며, 시장 내 영향력이 감소하여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경쟁에서도 밀리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물론 콘텐츠 저작권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음대협은 문체부가 음저협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일방통행식 요율 인상에 나섰으며, 이는 절차적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OTT음대협은 "OTT는 영상, 방송, IT,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된 산업 영역임에도 문체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차단하고, 일부 독점적 신탁단체의 목소리만 수용했다"면서 "이중징수 문제 등 음저협과 사용자 간에 발생가능한 분쟁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방치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나아가 문체부의 방침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내 OTT 업체들을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타 케이블TV, IPTV, 방송사TV 에 비해 차별 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위해된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문체부의 방침은 토종 OTT의 붕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 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OTT포럼과 공동 개최한 ‘4차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5탄 “OTT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 요율"에 관한 토론회에서 정미나 정책실장은 "문체부가 요율 인상을 강행해 플랫폼과 창작자 모두 성장에 타격을 받을까 우려가 있다”면서 "일방적인 저작권료 인상은 플랫폼 간 경쟁을 저해하고 결국 콘텐츠 생태계가 거대 글로벌 플랫폼에 저당잡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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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서운 가능성이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 소식이 알려진 날 토종 OTT들은 음저협의 주장을 받아들인 문체부의 저작권 요율 인상 방침으로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분노가 넘실거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IT 플랫폼과 관련된 로드맵이 큰 틀에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위 넷플릭스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일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넷플릭스법)은 글로벌 CP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ISP의 책임을 강화한 제도다. 지난해 말 4개월 기준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숫자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전체 국내 트래픽 양의 1%인 사업자가 대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5개 회사가 해당된다.

넷플릭스법이 등장한 배경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를 두고 국내 ISP인 SK브로드밴드가 '무임승차'를 주장하는 상태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다.

문제는 넷플릭스법이 기존의 목적인 망 이용료 무임승차, 나아가 글로벌 CP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취지를 현실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넷플릭스법은 넷플릭스나 구글, 페이스북 등에는 쉽게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법은 글로벌 사업자에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법이 오히려 국내 ICT 업계에 강력한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망 이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넷플릭스를 규제하자는 법안이 오히려 망 이용료를 잘 내고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유탄이 되어 돌아오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문체부의 저작권료 요율 인상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한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기본 취지는 훌륭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토종 OTT를 단숨에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는 나비효과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음저협은 2.5%의 요율 인상을 주장하며 '넷플릭스도 2.5%의 요율을 부담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확하지 않은 사실'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의 이번 방침이 오히려 토종 OTT의 성장을 저해, 저작권을 보장한다는 프레임에만 갇혀 오히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시장 공략에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법이 오히려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손발을 묶는 것처럼, 문체부의 방침도 글로벌 OTT들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토종 OTT의 손발을 묶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정부의 ICT 정책 자체가 글로벌 사업자에게 한국을 디지털 식민지로 내어주는 쪽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비등하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 관계자는 "정부가 국경이 없는 인터넷 사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글로벌 사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면서 "문체부의 이번 방침도 소탐대실, 즉 논란이 많은 음원 저작권료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콘텐츠 사업자들의 작은 이익을 보장하고 최종적으로 거대한 OTT 시장을 외부에 다 내어주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