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서울 주요 상권과 오피스 권역이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 4대 오피스 권역으로 떠오른 판교 상권은 올해 본격적으로 신흥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오피스가 밀집한 테크노벨리는 물론이고 판교 중심상업지구의 일반 상권 역시 견고하다는 분석이다. 판교의 ‘선방’ 비결에는 저렴한 임대료와 우수한 교통 접근성, 2·3차 테크노벨리 개발 등이 꼽히고 있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 9%...판교는 ‘0.1%’

올해는 서울 주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있어 고난에 가까운 시기였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지표가 바로 주요 권역의 공실률이다. 서울의 경우 오피스와 중대형 상가 등 부동산의 유형을 막론하고 상당히 높은 공실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도심권(광화문·종로·충무로)의 오피스 공실률은 9.8%, 강남권역은 8.7%를 기록했다. 여의도·마포 권역 역시 9.7%로 서울 3대 오피스 권역 모두 10%에 가까운 공실률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판교가 위치한 분당 일대 오피스 공실률은 서울과는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공실률이 낮은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분당의 오피스 공실률은 1.6%로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판교 일대로 국한하면 평균 공실률은 0%에 가깝게 떨어진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존스랑라살 코리아’(이하 ‘JLL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판교의 오피스 공실률은 0.1%에 불과한 상태다.

임대료 싸고 교통은 우수... 집적 효과도 ‘톡톡’

판교의 이례적으로 낮은 오피스 공실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서울에 비해서 임대료는 저렴하면서, 입지적으로는 기타 서울의 업무지구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임대료 통계를 보면, 3분기 서울 오피스의 평균 임대료는 1㎡당 2만2400원 꼴이다. 도심권역이 1㎡당 2만8000원, 강남권역은 2만33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분당의 오피스 임대료는 1㎡당 1만5000원에 불과하다.

권역을 좁게 좁혀도 마찬가지다. JLL 코리아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판교 권역의 임대료는 3.3㎡당 약 6만2900원을 기록했다. 이는 강남권역의 주요지역 임대료인 10만4000원이나 도심권 주요지역의 임대료인 9만5000원보다 배 가까이 저렴한 것이다.

임대료는 저렴한 반면 입지적으로는 우수하다는 평이다. JLL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판교 권역은 분당선·신분당선 판교역,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 등 서울 접근성이 높은 교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2025년 신분당선 연장과 GTX·여주선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은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분당·용인 등 인근 주거지역과 인접해 직주근접성이 우수한데다, 강남·구로·상암 등의 산업 인프라 지역과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판교 권역 오피스의 90%가 입주한 ‘제1 판교 테크노밸리’에 이어 제2·제3 테크노밸리의 신규 공급도 내년부터 가속화될 예정이다. JLL 코리아 등에 따르면 제2 테크노밸리의 경우 자율 주행과 인공지능, 빅데이터에 특화된 업무지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3 테크노밸리는 핀테크와 블록 체인 등 미래 금융산업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수립된다. 이에 따라 향후 판교권역 전체에 3400여 가구의 공동주택과 총 2500개 기업, 약 13만 명의 인원이 상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용지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오피스 거래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JLL 코리아 관계자는 “판교 제1 테크노밸리 일반연구용지의 경우 2020년 전매제한 규제가 해제되는 시점부터 거래 가능한 오피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2024년 사이에 오피스 매매 물량도 차츰 증가해 투자자 관심도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집적 효과로 인한  임차인 증가가 예상된다. 기존 입주 기업의 직원 수 증가 및 사세 확장과 이에 따른 탄탄한 임차 수요 역시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서울 엑소더스에 상권 수요도 견고

전통 업무권역을 벗어나 판교에 입주하는 임차 수요도 증가 추세다. 리얼투데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SK케미칼 외에도 LIG넥스원과 한화테크윈 등 방산기업의 입주도 이어지고 있다. JLL 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판교 테크노밸리의 입주기업 수는 2018년 말 기준 1309개로 입주 초 대비 약 50%, 2017년 말보다는 약 3% 증가한 것이다.

유동 인구 유입에 따른 상권 형성도 활발하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올해 9월 판교역 일대 유동인구를 조사한 결과 월평균 약 989만명의 유동인구가 판교역 상권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오피스와 마찬가지로 판교 일대 중대형 상가 역시 가장 낮은 공실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분당 상권의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1.9%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통계를 집계하는 경기도 상권 27곳 중 가장 낮다. 서울의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이 8.5%, 경기 전체 평균의 경우 9%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로, 인근 성남 구시가지의 공실률이 8.5%, 모란은 4.7%임을 감안하면 더욱 대조적이다.

JLL 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현재의 IT기업의 사세 확장과 신규 창업을 통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판교가 BT·CT 등의 차세대 성장 기업들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권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