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까지는 (디지털 전환을) ‘왜 해야 하나’ ‘꼭 지금 해야 하나’라고 물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젠 기업 대부분이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1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변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우리는 2년 동안 일어날 디지털 전환을 2개월 만에 경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지은 대표. 출처=MS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지은 대표. 출처=MS

거세지는 디지털 물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물결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가운데 MS의 솔루션을 찾는 국내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SK텔레콤, SK건설, 두산, 웨이브, EBS 등 다양한 대기업에서도 MS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이날 이지은 대표는 국내 디지털 전환 동향을 언급하며 비즈니스 회복탄력성을 키울 혁신문화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맞은 새로운 현실이 이제 평범한 상황이 되어버린 ‘뉴 노말’”이라면서 “이 시대를 어떻게 대처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성공을 위한 핵심은 ‘회복탄력성’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MS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기업의 반응 유형을 크게 대응(Respond), 회복(Recovery), 재구상(Reimagine) 세 가지(3R)로 구분했다.

이 대표는 “기업들은 변화에 대해 단순히 대응만 하거나, 바뀐 상황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거나, 변화를 기회 삼아 새로운 BM을 만드는 등 새로운 방법을 구상한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3R의 반복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성공의 솔루션으로 ‘고객 접점’, ‘제품 혁신’, ‘운영 최적화’, ‘직원 역량 및 업무효율’ 네 가지를 언급했다. MS는 이를 ‘디지털 피드백 루프’라고 부른다. 이 대표는 “과거엔 혁신적 서비스, 제품을 내놓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여러 요소가 고루 갖춰져야 성공한다”면서 “그 모든 것의 핵심엔 데이터와 인텔리전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 기업들도 신규 혁신 사업에 매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고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MS는 디지털 피드백 루프를 강조했다. 출처=MS
MS는 디지털 피드백 루프를 강조했다. 출처=MS

이날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IDC 한은선 전무는 ‘혁신문화’ 개념과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기업의 절반 가량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MS와 IDC는 팬데믹 전후 6개월간 아태지역 15개 시장에서 실시됐다. IDC는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기술 등 4가지 요소를 통해 혁신문화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또 조직의 혁신문화 성숙도를 평가하고 이를 전통주의자, 초보자, 도입자, 선도자 등 4가지 단계로 분류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한국에서 선도자 단계에 들어선 기업의 비율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0.9%에서 2.7%로 3배 가량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국내 전체 기업의 혁신문화 성숙도는 12% 성장했다. 혁신문화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지난 6개월 간 아태지역 전체 조직 혁신문화 성숙도가 11%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MS
지난 6개월 간 아태지역 전체 조직 혁신문화 성숙도가 11%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MS

또 국내 기업 48%는 팬데믹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낙관적 성과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81%는 회복탄력성 확보에 있어 혁신 능력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아태그룹 선도자 그룹 대비 한국 기업들의 혁신문화 성숙도도 평가됐다. 아태지역 전체 약 8%에 불과한 이 기업들에 비해 한국 기업은 평균적으로 매출 회복, 디지털화 속도, 비즈니스 모델 재설계 등이 다소 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왜 디지털인가?

앤디 제시 AWS CEO는 최근 열린 AWS 리인벤트 행사에서 디지털 DNA를 역설한 바 있다.

그는 "1970년대 포춘 500대 기업 중 지금 남아있는 기업은 17%에 불과하다"면서 "기업이 새로운 재창조에 끊임없이 대응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기업의 재창조를 위해 "기업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며, 중력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격언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넷플릭스는 DVD 대여에서 스트리밍이라는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사업 모델을 바꿨고, 아마존도 3자셀러를 도입하며 사업 모델을 바꿨다. 성공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기업의 디지털 본능이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의 기반 인프라를 단순히 클라우드와 5G 등으로 메우는 작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의 정신을, 문화를 디지털에 걸맞는 강력하고 기민한 전략으로 덧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달리는 이유다.

조나단 딕슨 (Jonathon Dixon) AWS 아태지역 및 일본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대표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월 <이코노믹리뷰>와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구한 아태지역 기업들을 살펴보면, 이들은 갖은 충돌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목표를 전제로 과감한 비전을 끈기있게 보여줬다"면서  "BMW는 차세대 커넥티드카의 효율성 확보와 제조를 위해 흩어져 있던 전통적인 공장운영 및 공급망을 스마트 디바이스에 가까운 커넥티드카 생산에 맞게 효율화하고 공급망을 혁신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나 머신러닝(ML) 적용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조나단 딕슨 총괄은 "워터폴(waterfall)은 과거의 방식이다"라 단언하며 "새로운 애자일이라는 운영 모델에 대한 익숙함, 친숙도를 높이는 인재 리엔지니어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DBS Bank 같은 금융기관은 AI나 ML 고도화를 위해 수백명 직원을 트레이닝하고 있으며,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도 수천명의 직원에 디지털 전환을 이식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조나단 딕슨 총괄은 "바다를 한 번에 끓일 수 없다"면서 "실패를 허용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답"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