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올해 주택매매가격은 정부 통계상 4.4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래 최대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밑돌고 있지만, 집값만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큰 폭으르며 격차를 키웠다.

정부는 지난 11월 19일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미 올해 6월 17일, 7월 10일, 8월 4일 세 차례에 걸쳐 한달에 한번 꼴로 계속됐던 행보다. 정부와 국민 모두 정책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서울 강남에서 외곽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넘어갔고, 다시 서울로 옮겨붙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지금도 '불장'이다.

코로나도 넘어선 유동성···6.17 대책 이후 패닉

출처=이코노믹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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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0.02%를 기록했다. 올해 첫 하락 전환이다. 지난해 12.16 대책이 발표된 뒤에도 오르던 집값은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맞았다.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전국 집값 상승폭이 일제히 줄어들었다. 5월(-0.09%)에도 서울은 내림세를 이어가다가  6월(0.13%) 두달 만에 상승 전환한다.

5월 들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소진된 가운데,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시중에 유동 자금이 풀려났다. 6월초 강남을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였고, 온라인 커뮤티니를 중심으로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정부는 6월 17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갭투자 방지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다. 12.16 대책으로 유발됐던 풍선효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울 잠실·대치·삼성·청담을 토지거래허가제구역으로 묶고, 법인 과세 체계도 정비했다.  세율 인상을 제외한 모든 방안을  끌어모은 셈이다.

그러나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5615건으로,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책 발표 이후 이른바 '막차 수요'와 추격 매수가 발생하면서, 집값 상승률이 전주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시중에 유동 자금이 풍부한 가운데, 주택 수요자들은 계속된 규제에 내성이 생겼다. 집값이 더 오르리라는 불안감이 커지자 '패닉바잉'(공항구매)이라는 신조어가 첫 등장했다.

정부는 한달 뒤 7월 10일 세금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세율을 인상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의 세율을 각각 6%, 7%로 인상하는 정책을 펼쳤다. 세금 규제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고 오름폭도 줄었지만, 매매 시장은 상승장을 이어갔다.

정비사업 막고 규제 일변도··· 결국 "전세난, 단기대책 없다"

"신규로 전세를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러 열린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의 발언이 있기 두달 앞서 정부의 23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매매가격 상승과 함께 전세난이 불거지면서 공급  문제가 떠오르던 시점이다. 7월말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기존에도 57주 연속 오르고 있던 전세값 상승폭이 커졌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공급이 아닌 규제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 부총리는 7월 10일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고 공급확대 검토에 착수했다.

곧 8월 4일 공급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대책은 공공주도로 서울 권역에 13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그간 정부의 공급 방안이 없던 건 아니지만, 시장의 수요가 정부 예측을 앞서갔다. 7월 15일 박선호 전 국토부 제1차관은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다"면서도 투기 수요가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어느 정도의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단기에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신호를 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8.4 대책의 13만2000가구 중 5만 가구는 공공재건축을 통해 확보할 방침이데, 참여 의향을 밝힌 대단지는 주민 반발로 무산된 상태다. 후속대책으로 나온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의 경우 실제 입주까지 약  3~4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울 입주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정비사업은 규제 강화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민·중산층" 꺼내 들었지만, 중저가 매수 지속

어깨 무거운 변창흠 국토 장관 후보자

시장에 단기 처방이 끊기면서 전세값이 치솟았고, 신규 세입자들은 '집을 사자'로 돌아서고 있다. 저금리 상황 속에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은 줄고 값은 올랐다.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값이 급증했고, 기존 세입자들도 청약 시장에 기웃거리는 중이다. 홍 부총리는 10월 15일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지만 뾰족한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고 시인했다.

11월 19일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라는 이름의 대책이 발표됐다. 이번에는 실수요 대신 서민과 중산층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2022년까지 수도권에 7만 가구를 공급할 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요층이 두터운 아파트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또다시 역대 최대 수치가 나왔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 변동률은 11월 1.02%를 기록하며, 지난 2011년 10월(1.10%)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전국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또한 8월(0.65%) 이후 상승폭이 감소했지만, 11월 0.75%로 올라선 상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달 9일 국토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불명예 퇴임한 가운데, 청와대는 변 후보자 밀어주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신임 장관 후보자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 방안을 기재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의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