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출처=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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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라방의 인기가 높아지자 최근 2-3년사이 온라인 시장 성장으로 고전하고 있던 유통업계에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가 내렸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던 차에 모바일에 최적화된 ‘라방’이라는 활로가 열린 것이다. 이에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그야말로 ‘라방 진출 열전’이 벌어지고 있다.

라방은 티몬이 지난 2017년 선보인 '티비온'(TVON)을 시작으로 생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홈쇼핑 업계에서 먼저 발을 내디뎠다. 홈쇼핑 업계에서 가장 먼저 라방에 뛰어든 곳은 CJ오쇼핑이다. CJ오쇼핑은 지난 2017년 라방 전용 채널인 ‘쇼크라이브’ 채널을 개국한지 2년 만에 시청자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해 4월 ‘몰리브’를 오픈한 후 1년 만에 누적 방문자 수 40만명을 돌파했다. GS홈쇼핑도 ‘모바일 라이브(MOBILE LIVE)’를, 현대홈쇼핑은 ‘쇼(SHOW)핑라이브’, NS홈쇼핑은 ‘띵라이브’, 신세계TV쇼핑은 ‘신세계TV쇼핑 라이브’를 각각 운영한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에만 주력하던 백화점업계도 라방에 손을 뻗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라이브방송 앱 ‘그립’과 손을 잡고 라방에 뛰어들었다. 또 라방 플랫폼 중 하나인 네이버 라이브와 함께 백화점 윈도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부터 ‘100라이브’를 론칭했고, 갤러리아백화점도 프리미엄 명품을 주력으로 라방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영상 콘텐츠 제작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고 라방에 뛰어든다.

이커머스업계는 주 무대가 온라인인만큼 라방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11번가는 이미 라방 효과를 톡톡히 보고 라방 플랫폼 ‘라이브11’을 내놨다. 11번가는 지난 3월, 5월에 선보인 뷰티 브랜드 라방에서 주문량이 769% 늘며 라방 수요를 직접 확인한 바 있다. 롯데온과 SSG닷컴도 각각 온라이브와 쓱라이브 등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도 라이브커머스 내부 부서를 신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 유입+ 매출 확대 두 마리토끼 잡는다

그렇다면 유통업계가 라방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라방은 주 시청층이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로 이뤄져있어 젊은 고객층을 유입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작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는 기존 ‘큰 손’으로 불렸던 40-50대를 위한 상품과 마케팅을 펼쳐왔던 탓에 최근 MZ세대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CJ오쇼핑의 ‘쇼크라이브’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MZ세대가 40% 이상을 차지한다. 기존 TV홈쇼핑의 주 고객층이 40~60대로 이루어져있는 것을 감안하면 라방을 통해 젊은 고객을 흡수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본 셈이다. 롯데홈쇼핑 라방 채널 ‘몰리브’ 역시 MZ세대가 구매고객의 50~60%를 차지한다.

여기에 매출효과까지 톡톡하다. 취향이 확고한 MZ세대가 새로운 소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월 라이브로 진행한 공기청정기와 스타일러(의류 관리기) 방송에서 준비한 물량 약 1억원 어치를 모두 팔았다. 이후 라이브 커머스 효과를 확인하고 라방 편성을 크게 늘렸다.

코오롱스포츠도 지난달 30일 네이버쇼핑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기존 목표의 2배를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브랜드데이 행사 일주일 동안에는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월 매출의 100배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들 다하는 라방, 차별화 전략 찾아라

업계는 모든 기업이 라방 ‘시작점’에 있는 만큼 앞으로 라방 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판매 상품에 제약이 없고 방송 내용에 기준이 없는 만큼 타사보다 특별하고, 재밌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판매상품 차별화에 있어서는 이미 불씨가 지펴졌다. 초기만 해도 의류, 리빙상품, 화장품, 식품 등으로 구성됐던 라방 판매상품이 최근 자동차, 명품, 공연 관람권, 아파트 분양권 등으로 확대된 것이다. ‘라방으로 고가 상품이 팔릴까?’ 싶지만, 그 어떤 판매채널보다 효과가 좋다.

실제 11번가는 올해 MINI 애비 로드(Abbey Road) 에디션 한정판 모델, BMW 더 뉴 5시리즈를 라이브 방송으로 선보이며 시청자 유치와 홍보에 큰 효과를 봤다. 11번가가 지난 1년간 11번가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자동차는 1800대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7월 VIP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명품 라이브 방송에서 조회 수 5000건, 매출 8000만원을 기록했다.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라방에 진출해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라방에 진출해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라방 진행자도 새롭게 떠오르는 차별화요소 중 하나다. 잘 고른 진행자 한 명이 라방을 진행하는 1-2시간 안에 일주일치 매출을 끌어내기도 하고, 진행능력이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수가 실시간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 상품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유명인일수록 시청자수 유치와 매출 상승에 유리하기 때문에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과 협업이 느는 추세다.

실제 유튜브 구독자 153만명을 보유한 먹방(먹는 방송) 크리에이터 ‘입짧은햇님’이 지난 6월 진행한 식품 라이브방송에서는 2시간 만에 9834만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이는 기존 해당 상품 업체가 3일간 기록한 매출의 20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입짧은햇님이 평소 먹방으로 유명했던만큼 방송 내용과 진행자가 시너지효과를 낸 대표적 사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게임기를 판매할 때는 게임 방송 유튜버를, 의류를 판매할 때는 유명 스타일리스트나 모델을 호스트로 세우면 소비자들에게 상품 정보 외에 더 다양한 정보를 줄 수 있다”며 “원하는 대로 방송을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다양한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