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연말 PC 온라인게임 시장에 신(神)·구(舊)의 열풍이 동시에 불고 있다. 서비스 10년이 넘은 장수 게임들이 업데이트 효과로 게임 차트를 역주행하는 한편 새롭게 등장한 신선한 신작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달 대형 신작 출시를 앞두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직 죽지 않은 ‘클래식’…사용시간 최대 10배↑


연말 장수 PC 온라인게임의 주인공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독보적이다. 지난달 11일 출시한 ‘클래식’ 버전의 반응이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당초 PC방 점유율 순위 20위권에 머무르던 아이온은 단숨에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인기작을 제치고 순위 6위에 올랐다. MMORPG 중 가장 많은 사용시간을 기록 중이다.

7일 PC방 게임 통계서비스 더로그에 따르면 아이온은 클래식 버전 출시 직전날인 11월10일 사용시간이 7666시간이었으나, 11일 337% 급등한 3만3497시간을 기록했다. 해당 주의 토요일과 일요일엔 일간 6만5000~6만7000시간의 사용시간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인 12월 5일과 6일 일간으로는 11만1000~11만4500시간의 사용량을 기록 중이다. 클래식 버전 업데이트 이후 일간 PC방 사용시간이 10배 가량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온은 국내 MMORPG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게임이다. ‘LoL’ 등 실시간 대전 게임이 나타나기 전엔 아이온이 PC방 순위 1위를 160주 연속으로 차지할 정도로 최강자였다. 이번 클래식 버전 출시에 따라 과거의 영광이 재현되고 있다. 클래식 버전은 2009년 4월 공개된 1.2 업데이트 버전으로 시작했다. 유저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엔씨소프트는 지난 4일 발빠르게 클래식 신서버 ‘트리니엘’을 열고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클래식 신서버 ‘트리니엘’을 오픈했다. 출처=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클래식 신서버 ‘트리니엘’을 오픈했다. 출처=엔씨소프트

명작 MMORPG로 평가받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는 지난달 24일 여덟 번째 확장팩 ‘어둠땅’을 출시하며 시들해진 인기를 되살렸다.

어둠땅 출시 전날인 23일엔 PC방 사용시간이 1만5996시간이었으나, 24일 사용시간은 134% 급증한 3만7501시간으로 집계됐다. 출시 첫날엔 어둠땅을 즐기려는 유저들이 몰려 접속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 발생하기도 했다. 더로그가 집계한 WOW PC방 사용시간은 지난 주말(5일, 6일) 기준 3만2000~3만4000시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확장팩 출시 전 주말과 비교하면 55% 가량 높은 사용시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PC시장에 신선한 바람…‘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 흥행


중소 개발사의 신작 활약도 발견되고 있다. 국내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오랜 기간 인기를 끌어온 게임이 현재도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고착화된 패턴을 오랜 기간 보여왔으나, 신생 개발사가 선보인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 신작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0월 14일 스팀 플랫폼에 얼리억세스(먼저 해보기)로 출시된 영원회귀는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장르에 배틀로얄 요소를 접목해 “‘LoL’과 ‘배틀그라운드’를 섞은 것 같다”는 평을 받으며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영원회귀 이미지. 출처=님블뉴런
영원회귀 이미지. 출처=님블뉴런

영원회귀는 PC방 점유율 순위 톱10에 진입하며 ‘대세 게임’임을 증명하고 있다. 스팀에선 출시 10일만에 동시접속자 1만명을 돌파, 지난달 21일(2만), 27일(3만), 12월3일(4만), 6일엔 5만명을 돌파하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님블뉴런은 넵튠의 개발 자회사 두 곳이 합병하며 설립된 회사다. 이중 'C9', ‘테라', '검은사막' 등 대작 온라인게임 개발을 경험한 베테랑 개발진들의 주도로 영원회귀가 만들어졌다. 님블뉴런은 앞서 모바일과 스팀에 출시한 ‘미니막스 타이니버스’로 개발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님블뉴런은 영원회귀를 흥행시키며 게이머들로부터 눈도장을 찍게됐다.

중소 개발사의 신작이 국내 PC방 게임 순위 톱10에 진입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님블뉴런 측은 “자본 중심의 마케팅으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스팀 게임 중 플레이어 커뮤니티 중심으로 성장한 게임들을 연구했고 게임을 최대한 일찍 플레이어 손에 전달하고, 그에 따른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개선해나가는 개발 문화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스팀 얼리억세스 전까지 약 2만3000명의 커뮤니티 멤버를 얻었고, 8만개의 스팀 찜하기 수치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엘리온’ ‘사이버펑크 2077’ 10일 출격


높은 기대감을 품고 출시를 코앞에 둔 신작도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고 크래프톤이 개발한 MMORPG ‘엘리온’이 이달 10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미 4일부터 게임 클라이언트 파일을 미리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진행한 게릴라 테스트에는 많은 유저가 몰려 대기열이 발생했다.

엘리온은 ‘테라’로 유명한 크래프톤에서 오랜 기간 갈고 닦은 대작인 만큼 정식 오픈 이후에도 많은 게임 팬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엘리온은 먼저 최초 결제를 하고 즐기는 바이 투 플레이(Buy to Play) 형식으로 운영돼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어떨지도 관전 포인트다.

MMORPG '엘리온'이 12월 10일 정식 출시된다. 출처=카카오게임즈
MMORPG '엘리온'이 12월 10일 정식 출시된다. 출처=카카오게임즈

글로벌 기대작으로 꼽히는 CD프로젝트 레드(CDPR)의 오픈월드 RPG ‘사이버펑크 2077’도 같은 날인 10일 콘솔과 PC 버전을 출시한다. 사이버펑크2077은 CDPR이 8년 가량 개발한 대작이다. CDPR은 ‘워쳐3’ 개발사로 유명하다.

한편,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며 PC방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8일 0시부터 오는 28일까지 3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로 일괄 격상하기로 했다. PC방은 밤 9시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운영이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