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는 알아도, 세틀뱅크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B2B 기업의 숙명이면서 세틀뱅크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량을 만방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틀뱅크를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정교한 신경망처럼 퍼져있는 그 거대한 인프라, 특히 내부에 담겨진 1등 DNA의 존재감은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조용하지만 강하다. 오래전 모 자동차의 광고 문구가 아니다. 세틀뱅크를 소개하는 가장 극적이고 적나라한 문구다. 그 경쟁력을 세밀하게 분석해 성공하는 1등 유망기업의 비전을 살펴보자.

싱가포르핀테크페스티벌. 출처=세틀뱅크
싱가포르핀테크페스티벌. 출처=세틀뱅크

간편현금결제 1위
2000년 설립된 세틀뱅크는 2015년 국내 최초로 계좌 기반의 간편현금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며 업계에 상당한 반향을 끌어냈다.

간편현금결제 서비스는 공인인증서나 OTP 없이 비밀번호 혹은 지문인식 등과 같은 간편한 인증 방법을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전자결제 서비스다. 이에 집중한 세틀뱅크의 전략은 '시장의 불편에 집중하라'는 경영계의 오래된 격언을 떠올리게 만든다.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세틀뱅크가 움직이기 전,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결제 분야에서도 다양한 혁신 결제 서비스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로운 학생, 전업주부 등 씬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의 경우 온라인 간편결제의 편의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다는 한계가 컸다.

세틀뱅크는 여기에 착안했다. 실제로 세틀뱅크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 없이 은행 계좌만으로 온라인 결제를 지원하여 금융 소외계층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에게는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부상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세틀뱅크는 서비스 이용자를 꾸준히 확보하며 매년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핀테크 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간편현금결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절대 강자로 통하며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세틀뱅크의 간편현금결제 서비스는 국내 모든 은행과 증권사와 연계하여 대형 이커머스(G마켓, 11번가, 옥션 등)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대형 페이사 들에게 현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의 기회를 빠르게 포착한 과실이며, 이는 만개하는 ICT 핀테크 기업들이 성장에 참조해도 좋을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출처=세틀뱅크
출처=세틀뱅크

비결이 궁금하다
세틀뱅크는 국내 최고 간편현금결제사로서 결제 기능이 필요한 쇼핑몰 등 이커머스, 배달앱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영업을 벌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배달 분야(배달앱, 새벽배송) 결제 서비스가 급증하고 재난지원금 등 지자체의 복지 사업 확대로 지역화폐 중계 서비스도 수요가 폭발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올해 기록적인 매출 신장을 이뤄냈으며,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세틀뱅크가 제휴사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24시간 CS 센터가 있다. 세틀뱅크는 CS 센터를 통해 제휴사의 결제 정산부터 CS, 부정감시 모니터링, 품질 관리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단일 서비스가 아닌 기업별, 서비스별로 차별화된 가맹점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하며 제휴 금융사, 페이사 등으로부터 오랜 시간 두터운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세틀뱅크는 올해부터 단순한 금융 VAN(Value-Added Network)의 영역을 넘어 핀테크, 간편결제, PG 등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형 핀테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시장 확장에 따른 시설투자도 검토 중이다. 물론 핀테크 전문 업체인 만큼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서비스 제공과 운영에 필요한 서버를 서버실과 외부 IDC(Internet Data Center)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최근 캐파(CAPA) 증설을 위해 한 차례 서버 확충 작업을 진행했으며, 추가적인 사업 확대 등을 위한 M&A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말 그대로 폭풍성장을 통한 영역 확장, 여세를 몰아 강력한 플랫폼 전략까지 구사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틀뱅크의 올해 매출액을 약 772억원으로 전망했으며, 3년 연속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 이유다.

키움증권도 리포트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 대비 수수료 부담이 적은 간편현금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판매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맹점으로부터 더 높은 소득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어 세틀뱅크 간편현금결제 거래 규모의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된다고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