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으며, 공포 등을 거쳐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밝혔다. 논란의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 드디어 액션플랜에 돌입하는 셈이다.

글로벌 CP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된다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 소위 넷플릭스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ICT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ISP, 즉 국내 통신사들의 논란이 별안간 국내 CP인 네이버 및 카카오 등에 '규제 강화'라는 덫을 놓아버리는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현실적인 규제를 주문하는 이유다.

넷플릭스법은?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명확히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말 4개월 기준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숫자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전체 국내 트래픽 양의 1%인 사업자가 대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5개 회사가 해당된다.

넷플릭스법에 따르면 이들 5개 회사는 이용자들에게 차별이 없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기술적인 오류도 방지해야 한다. 나아가 과도한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피해야 하며 트래픽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경우 관련 통신사업자와 협의해야 한다. 나아가 트래픽 경로를 변경하려면 역시 통신사업자에 사전 통보해야 하며 고객의 편의를 위해 온라인 및 ARS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의 망 임의접속 이슈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에서 벌어진 망 이용료 분쟁이 넷플릭스법의 배경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망 임의접속 변경을 통해 SK브로드밴드 가입자의 이용을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를 두고 법정 공방 중이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CP들이 소위 무임승차를 한다는 비판이 커지며 넷플릭스법이 탄생했다.

분쟁의 소지
넷플릭스법은 글로벌 CP의 무임승차 분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의미있는 법안으로 보인다. 나아가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의 임의접속 이슈의 방지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으며 무엇보다 고객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넷플릭스법의 현실성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넷플릭스법은 넷플릭스나 구글, 페이스북 등에는 쉽게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법은 글로벌 사업자에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법이 오히려 국내 ICT 업계에 강력한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를 규제하자는 법안이 오히려 네이버와 카카오에 유탄이 되어 돌아오는 셈이다.

인터넷기업협회가 넷플릭스법 입법예고 당시 강력히 반발한 이유다.

인기협은 다만 이 문제를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규제가 아닌,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당장 인기협은 "일일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사업자는 서비스를 안정하게 유지해서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 외 사업자는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기간통신사업자를 포함하여 관련 사업자에 대해서까지 협의 및 사전통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가능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나아가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최종 이용자에게 안정성 확보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혹시나 동일한 안정성 확보조치를 위해 모든 기간통신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면 이는 부가통신사업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계약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그리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봤다.

단말기 사업자 또는 기간통신사업자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간과하고 있는 문제도 있으며 부가통신사업자가 사실상 모든 주요 기간통신사업자와 계약할 것을 강요 받게 되는 원인이 되면서, 부가통신사업자의 망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다.

법안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인기협은 "법안이 일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라는 기준을 설정해 서비스 안정성 조치의무 대상 사업자로 정하고 있으나, 일일평균 이용자 수의 경우는 단순 서비스 방문자도 포함되는지 여부 등,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의 경우에도 국내 총량이 실제 소통되는 트래픽양인지 통신사가 보유한 트래픽양인지 여부 등 상당히 모호하다"면서 "부가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자사 서비스가 사용하는 트래픽양이 국내 총량의 1%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다양한 사업자와 서비스가 처해 있는 상황은 무시한 채 불명확한 용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집행한다면 상당한 혼란이 올 것이로 경고했다.

출처=각 사
출처=각 사

세밀한 접근 부족 아쉽다
글로벌 CP와 국내 ISP의 분쟁은 오랫동안 축적된, 기형적인 국내 인터넷 역사에서 시작됐다. 최초 인터넷 시대가 열렸을 당시 SK브로드밴드 및 KT, LG유플러스 등 ISP들은 출혈을 감수하고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CP를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문제는 국내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글로벌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ISP들의 '체력'을 넘어서며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ISP들은 본인들이 허락했던 글로벌 CP들의 무임승차를 비판했으며, 처음에는 국내 CP들도 이 비판행렬에 동참했다. 매년 700억원, 400억원의 망 이용료를 내는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ISP들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국내외 CP들의 공동대응으로 변했다. ISP가 주문하는 망 이용료 자체가 높다는 쪽에 국내외 CP들이 의견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분쟁이 벌어지며 넷플릭스법이 탄생했으나, 이는 현실성도 없고 문제의 '원점'을 타격하지 못하며 오히려 애먼 국내 CP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세밀한 접근이 아쉬운 이유다.

우선 넷플릭스법이 추구하는 최고의 원칙인 '고객 만족'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가치지만, 그 과정에서 법의 여파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추진이 벌어지는 점에는 업계의 우려가 크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분쟁도 넷플릭스의 새로운 제안 등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ISP와 글로벌 CP인 넷플릭스의 분쟁을 막는다는 이유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에 새로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러한 정부의 규제 기조가 계속될 경우 국내 CP를 중심으로 하는 ICT 업계가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기협의 주장대로 모호한 단어와 기준으로 규제에 나설 경우 새로운 ICT 실험이 어렵다는 비판이 커지는 중이다. ICT 테크인사이트 연구소의 박천우 부소장은 "정부에서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마련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의미는 있으나 국내 인공지능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연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하나에도 업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법과 같은 비효율적인 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ICT 업계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