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회생에 성공해도 경영권을 잃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회생기업이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원 방안은 없는 것일까?

필자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기업회생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받은 질문이다. 질문은 회생기업의 '지분보유조항' 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나왔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최근 기업의 회생과 재기 컨설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이다. 회생기업의 경영권 회복은 중진공의 또 다른 정책적 화두인것 같다.  

기업의 경영자가 기업회생에 성공해도 경영권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기업 회생 제도의 큰 맹점이자, 모순이기도 하다. 회생이면서 회생이 아닌 것이다. 필자는 그렇게 답했다.

◇ 회생회사 출자전환이 불러온 주주들의 무관심...'경영은 나몰라라' 

왜 그런 것일까?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기업은 채무의 전부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어서, 회생절차에서 채무를 일부만 변제하는 것으로 채무 조정이 이루어진다. 

그럼 변제하지 못하는 채무의 운명은? 얼핏 생각해보면 변제하지 못하는 채무는 면제해 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세금이 문제다. 

기업이 채무를 면제받으면 회생절차를 성공했더라도 채무면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현재 세법 규정 체계다. 채무 면제가 많을수록 세금부담이 커진다는 것.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회생절차에서 변제하지 못하는 채무는 그 채무액만큼 기업의 주식을 발행해 주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즉 채무자 회사가 변제하지 못한 채무에 대해 소위 출자전환으로 신주 발행을 단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채권자는 기업의 주주가 된다. 물론 세금부담도 줄어든다.

그런데 중소기업 가운데는 자본금은 1억원 이내인 회사들이 많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회생절차를 거치더라도 변제하지 못하는 채무는 자본금 대비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른다. 

회생절차에서 중소기업이 장래에 벌어서 갚을 수 있는 돈은 채무 중의 일부에 불과하고 갚지 못하는 채무는 기업의 주식으로 주게 되는데, 그 결과 기존 주주의 자본금보다 많은 금액이 채권자들에게 주식으로 돌아간다. 

결국 채권자들의 지분율이 기존 주주의 지분율보다 많아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회생에 성공한 이후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10%도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최대채권자가 30~40% 이상 또는 과반수 이상의 지분율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주식회사는 주식의 보유비율, 즉 지분율에 따라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지배력이 행사된다. 회생에 성공하더라도 채권자들이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도 있다. 

회생회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채권자들이 반대하거나 협조가 없다면 재무제표 승인 결의 등을 포함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출자전환에 따른 문제는 또 있다. 주주총회의 경우 적어도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의 주주가 참석하고, 참석주주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안건이 가결된 것으로 해석되는데, 회생 회사는 이같은 출자전환으로 기존 주주의 힘만으로 이러한 안건 가결을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는 기업의 회생이 성공한 이후 채권자들이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적어도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의 지분율을 모아야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데 주주총회조차 열리지 못한다. 채권자이면서 주주의 비협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전경. 사진=중진공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전경. 사진=중진공

◇ 회생회사, 당장 무슨 돈으로 경영권 찾나...회생 기피하는 中企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최근에는 회생회사가 회생계획안에 기업이나 경영자가 주식을 찾아올 수 있는 장치를 넣고 있다. 

소위 ‘지분 보유 조항’(Equity Retention Plan 또는 ERP)이 그것이다. ‘지분 보유 조항’은 출자전환으로 주식을 발행할 때 보통주가 아닌 상환전환우선주가 발행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 ‘지분 보유 조항’의 핵심은 기존 주주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여 직접 보유 지분을 늘리는 것에 있다. 기업회생에 대한 법원의 인가결정 이후에 회생기업이 상환권을 행사하여 주식을 도로 매수, 이를 소각하여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을 늘리는 방식이다. 

회생회사들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법적으로 회생기업이 이렇게 상환주식의 상환권을 행사하려면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회생기업은 결손이 누적된 상황에서 회생 성공 이후에도 배당가능이익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월결손금이 많아서 향후 수년간 이익이 발생해도 배당가능이익이라는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대표자 등의 기존 주주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직접 현금을 마련하여야 하는데, 이것도 여의치 않다. 결국 ‘지분 보유 조항’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외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가령 이와 같이 출자전환 주식을 되사오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는다면? 

여기에 정책자금을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이 영역에 중진공의 정책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은 이렇게 나왔다.   

필자는 강조한다. 정책자금을 활용하여 기업이 회생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경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다른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도 기업회생 성공 이후에 경영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실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의 타이밍과 관계가 있다. 최근 기업의 대표자나 대주주들은 회생절차 이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회생 성공 이후에 경영권을 잃을 위험이 이 같은 기피의 주요 원인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 정책자금이 들어간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여 다수의 한계기업에게 법정관리의 기회를 줄수 있다고 본다. 이는 곧 구조조정 시장이  발전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정책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한계회사들은 회생에 앞서 출자전환에 따른 변화를 이해하고 경영권 회복을 위한 자금유치를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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