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옥스퍼드대학,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실질적으로 코로나19를 종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백신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Z는 영국과 브라질에서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AZD1222’ 임상 2/3상 결과 1투여용법에서 90%의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2투여용법에서는 62%의 효능을 나타냈다. 두 용법의 평균 예방 효과는 70%지만 AZ는 효능이 더 뛰어난 용법으로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첨단 기술력을 집약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공장인 안동 L하우스에서 AZ가 개발 중인 백신의 원액을 위탁생산(CMO)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시 2021년 초 이후에도 추가 물량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AZ와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백신은 2021년에 최대 30억도즈(1도즈, 성인 1명의 1회 접종량)를 생산할 방침이다. 해당 백신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일반 냉장 유통(콜드체인)이 용이하면서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AZD1222 임상 2/3상 1용법서 90% 예방효과 확인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AZ는 영국과 브라질에서 실시한 AZD1222 임상 2/3상 중간 분석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상 2/3상에서는 대개 백신의 예방 효과와 부작용, 최적의 용법ㆍ용량, 다수를 대상으로한 유용성 등을 시험한다.

27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투여요법에서는 AZD1222의 1회분 정량의 절반을 투여한 후 1달 뒤 1회분을 추가로 투여했을 시 90%의 백신 효능이 나타났다. 8895명에게 투약한 2투여요법에서는 1회 정량을 투여한 후 1개월 후 1회 정량을 또 투여했다. 2요법에서는 62%의 효능이 확인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만 16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임상의 분석 결과 평균 70%의 효능이 나타났다”면서 “모든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적인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는 AZD1222에 대해 2회 백신 접종 후 14일 이상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1차 평가 변수를 충족한다고 결정했다. 백신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AZD1222는 두 투여 요법 모두에서 안전했다.

AZ는 조건부 또는 조기 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글로벌 각국 보건 당국에 허가 서류 제출을 즉시 준비할 방침이다. AZ는 또 저소득 국가에서 백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목록에 AZD1222를 포함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중간 결과에 대한 전체 분석은 업계 연구자 심사 저널에 게재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임상 3상 최종 결과는 오는 크리스마스 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의 수석 조사관인 앤드류 폴라드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임상 결과는 우리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백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흥미롭게도 투약 요법 중 하나가 90% 효과적일 수 있으며, 해당 투약 요법을 사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계획된 백신 공급으로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EMAㆍ한국 등서 개발동시심사 진행

유럽의약품청(EM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Z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허가하기 위해 개발동시심사(Rolling review)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의약품의 ‘심사단위별 사전검토제’라고도 불린다. 약을 개발 중인 기업이 준비된 자료부터 규제당국에 제출할 시 당국은 제출된 자료에 대한 심사를 실시간으로 진행하면서 심사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EMA는 지난달 1일 AZ가 개발 중인 백신으로 첫 개발동시심사를 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같은달 27일 사전검토제를 활용해 해당 백신과 관련 신속심사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AZ1222에 대해 허가전담심사팀을 구성하고 비임상 시험자료에 대한 사전 검토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영국과 스위스 규제 당국은 AZ1222와 관련해 개발동시심사를 하고 있다.

식약처 김종원 백신검정과 과장은 “개발자들은 해당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비임상약리독성시험자료를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후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자료가 준비되고, GMP에서 만들어진 로트를 활용한 기준 및 시험방법 자료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김종원 과장은 이어 “해당 자료를 기초로 임상 1상과 2상 자료, 임상 3상 자료가 만들어지면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자료가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 출처=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 출처=SK바이오사이언스

2021년 30억도즈 생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여

AZ는 이날 임상 2/3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2021년말까지 최대 30억도즈의 백신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말까지 7~10억도즈, 2021년에 20억도즈를 생산할 계획이다. 모더나는 2021년말까지 최대 10억도즈, 화이자ㆍ바이오엔텍은 올해말까지 최대 5000만도즈 2021년에는 최대 13억도즈를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비교할 시 AZ는 주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대비 약 3배 규모의 백신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AZ의 백신 생산력 극대화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 인도 세럼인스티튜드,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 카탈런트, 이멀전트 바이오솔루션 등과의 협력이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 보건복지부, AZ와 AZD1222의 글로벌 공급을 위한 3자간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협력의향서의 연장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AZD1222와 관련해 CMO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AZD1222의 원액을 생산할 방침이다. AZ는 이를 글로벌로 공급할 예정이다. 체결된 계약 기간은 2021년 초까지다. 개발 성공 시 2021년 초 이후에도 추가 물량 생산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ZD1222가 실질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종결시킬 수 있는 이유로는 대량 생산외에도 일반 콜드체인 유통이 가능한 점과 저렴한 가격 등이 꼽힌다. 이는 해당 백신이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운반체)를 토대로 개발돼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AZD1222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활용하는 도구인 스파이크(돌기)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은 방식이다. 조작된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함유한 해당 백신을 투여할 시 인체는 이에 대해 항체를 만들 수 있다.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AZD1222는 mRNA에 기반을 둔 백신 대비 안정성이 탁월하다. AZD1222는 일반적인 냉장 상태인 섭씨 2~8도에서 최소 6개월 동안 보관 및 운반, 취급을 할 수 있다. 이미 갖춰진 기존 의료 환경에서 보관 및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mRNA 백신 관리를 위해서는 영하 20도, 70도 등의 극저온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AZD1222는 1도즈당 3파운드(4400원)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더나 백신이 1도즈당 32~37달러(3만 5000원~4만 1000원)인 것에 비하면 10배 가량 저렴하다. 화이자 백신 가격인 1도스당 19.5달러(2만 1000원)인 것과 비교해도 약 5배 차이가 난다. 파스칼 소리오 AZ 최고경영자(CEO)는 “AZD1222의 효능과 안전성은 코로나19에 대해 매우 효과적이며 팬데믹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백신 허가 시 단순한 유통으로 수억도즈를 공급할 수 있으면서도 저렴해 전 세계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