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30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주식을 한다면 40대 이상은 부동산에 투자하며 명색이 경제전문지 IT기자인 누군가는 쓸데없이 용돈 버려가며 국내 투자업계의 양적완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0대는? 한창 공부하고 추억을 쌓을 시기지만 10대들도 엄연히 '돈을 번다'는 경제활동에 출사표를 던진 사례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막연하게는 짐작하고 있었으나 구체적으로는 몰랐던 그 것.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지만 또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어울리지 않지요.

자. 살펴봅시다.

"200만원을 50만원으로 생각한다"
최근 만난 취재원이 한 말입니다. "요즘 10대, 20대 MZ세대들은 200만원 옷을 50만원으로 생각해요"

무슨 뜻일까.

당신이 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의류를 구입했다고 치자고요. 애지중지 입으면서 당신은 '당연히' 이 옷을 200만원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니, 솔직히 200만원에 달하는 옷을 살 생각이나 할까요?

기자는 20만원짜리 옷 10벌...아니 2만원짜리 옷 100벌을 택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왠지 행복하면서도 뭔 소용이 있나 자괴감이 들면서 왠지 가슴이 두른거며 손가락이 덜덜 떨립니다.

그런데 요즘 MZ세대는 다르다고 하더군요. 이들은 과감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든 '엄빠 찬스'를 쓰든 통 크게 200만원 옷을 '지릅'니다.

그 동력은 무엇일까? 이들은 그 옷을 200만원이 아니라 50만원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왜? 잘 관리해 입으면서 150만원에 중고로 팔 생각을 먼저 하거든요. 구입하는 순간 중고로 팔 생각을 먼저합니다. 그러니 물건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다르죠.

최근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이 부상하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3개 회사 중 유독 MZ세대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한 번개장터가 최근 발표한 '2020 상반기 MZ세대 검색 및 거래 트렌드'에 따르면 의류 및 패션 잡화 분야에서는 고가의 유명 브랜드 검색 동향이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남성 의류에서는 ‘스톤아일랜드’가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으며, ‘오프화이트’, ‘톰브라운’, ‘스투시’, ‘맨투맨’ 검색량이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여성 의류 카테고리 검색량은 ‘원피스’, ‘lmml’, ‘스투시’, ‘맨투맨’, ‘폴로’ 순으로 나타났으며, 패션잡화에서는 ‘나이키’가 검색량 1위를 차지했고, ‘카드지갑’, ‘프라이탁’, ‘구찌’, ‘시계’ 순서랍니다.

순간 어디선가 술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뇌리를 스치네요. '요즘 젊은이들은 2주택자 세금? 그런 것 신경쓰지 않는다. 무조건 청약 고고씽이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나중에 생각하지' 200만원 옷을 50만원이라 생각하는 그 패기가 향후 국민 소비 패턴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재미있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혹시 스니커테크(Sneaker Tech)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부끄럽지만 여전히 적금과 펀드만이 살 길이라 믿는 꼰대 경제지 IT기자(?)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래플(Raffle·추첨)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를 확보한 후 이를 고가에 판매하는 방식이라네요. 이미 네이버와 나이키 등이 래플 시장에 본격 진출할 정도로 판이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옥션블루는 리셀 플랫폼 `XXBLUE(엑스엑스블루)`까지 출시했다고 합니다. 현재 글로벌 스니커테크 시장은 무려 6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스니커테크 시장을 알면 알수록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의 따상을 믿으며 흥분하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수천만원의 큰 자금이 없어도 되고 청약증거금? 역시 없어도 됩니다. 발품 잘 팔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운(?)만 좋으면 10만원 신발로 1500%의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데다 고객 입장에서는 부당한 구석이 있지만, 10대들의 돈 버는 법에 대한 재미있는 철학이 재미있습니다.

출처=번개장터
출처=번개장터

입덕과 탈덕의 사이에서...굿즈 재테크
10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연예인에 대한 '입덕(어떤 분야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도 10대의 재테크가 녹아있다는 점입니다. 

10대가 만약 엑소에 입덕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어느날 BTS가 더 좋아졌다?

자. 여기서 10대는 고민합니다. 엑소 찬열과 수호를 위해 손수 만든 응원봉은 어떻하지? 재활용해야 하나? 엑소 굿즈는 어떻하지?

그 입덕과 탈덕의 오묘한 윤회의 간극에서 10대는 자연스럽게 재테크를 시작합니다.

이 정도되면 자연의 섭리입니다. 엑소에서 BTS로 환생하는 10대가 엑소에 입덕하는 이들에게 굿즈를 판매합니다. 관련된 거래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번개장터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 굿즈는 2020년 상반기 MZ세대의 번개장터 거래건수 중 약 7.3%를 차지하며, 스타들의 포토카드부터 공식 응원봉까지 다양한 품목들이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서 BTS 굿즈 거래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약 5만2000 건, 12억원에 이릅니다.

5만2000건! 12억원! 상반기에만! 스타 굿즈 거래가!...순환이죠.

출처=네이버 제페토
출처=네이버 제페토

크리에이터
이 외에도 유튜브 등 1인 크리에이터가 10대들의 놀이터로 변신하면서 개성있는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고, 돈도 버는 창구가 되곤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 나루토의 재림을 다른 이야기인 네이버 웹툰 <싸움독학>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조하면 좋습니다.

이 뿐일까요. 네이버 제페토 스튜디오에서는 아바타를 제작해 판매하는 10대들이 자신의 매력과 꿈을 키우고 있으며, 네이버 등에서 제공하는 그라폴리오에도 10대들의 당찬 도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웹툰과 웹소설은 어떻고요. 심심치않게 10대들의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재테크 중 설문조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는 당당한 온라인 생태계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정당하게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돈을 버는 재테크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10대들은 돈 버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꼰대스러움의 뒤에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 혹은 돈을 벌며 자신의 꿈을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은 10대들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꼰대 기자 입장에서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스스로 위치추적을 당하는 젠리에 열광하고 제 눈에는 '괴랄한' 콘텐츠로 틱톡을 도배하는 10대들을 취재할 때 받았던 충격이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흐름이고 트렌드가 아닐까요. 당연히 여기에 기업의 기회가 있고 시대의 단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