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확찐자'들이 속출하는 시대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 사태로 야외에서 운동하기 어려워진 시민들을 위해 ‘언택트 펀 레이스’를 준비해 눈길을 끈다.

언택트 펀 레이스는 현대차 친환경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운동 캠페인 ‘롱기스트 런’의 행사 중 하나다. 감염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로, 단순히 긴 거리를 주파하는 달리기 대회 방식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미션을 수행하며 뛰는 대국민 축제로 볼 수 있다.

평소 달리기를 즐기는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한적한 주말, 아무 생각없이 체중계에 올라 출렁이는 눈금을 본 순간 못본척 딴청을 부리는 아내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직후 결심했다.

광진구의 우사인 볼트가 되리라.

현대차 언택트 펀 레이스의 무대인 어린이대공원에 스팟 위치 등이 표시된 지도. 출처= 현대자동차 롱기스트 런 앱 캡처
현대차 언택트 펀 레이스의 무대인 어린이대공원에 스팟 위치 등이 표시된 지도. 출처= 현대자동차 롱기스트 런 앱 캡처

어린이의 마음으로

지난 7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현대차 언택트 펀 레이스에 참가했다.

이번 달리기 대회는 이름에 들어간 단어 펀(fun)에서도 알 수 있듯 재미 요소를 극대화시켜 일정 거리를 완주하고 기록을 참가자끼리 비교하는 기존 마라톤 대회와 차별화했다. 참가자들은 현대차 롱기스트 런을 활성화한 후 공원 내 일부 가로등에 설치된 모든 스팟(spot)에 접근하면 완주할 수 있다.

사전 조사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스팟을 모두 찾아가면서 일부 스팟에 도입된 증강현실(AR) 게임을 수행해 돌발 퀴즈를 맞히면 마일리지를 더 많이 쌓을 수 있다. 또 다른 참가자가 주위에 있을 때 앱에 표시되는 하이파이브 버튼을 터치하면 마일리지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마라톤 대회보다 훨씬 ‘바쁜’ 대회 방식이다. 현재 지상파 채널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봤음직한 미션들이어서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왠지 이름표를 붙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대회 장소도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현대차가 대회 장소로 어린이대공원을 고른 것은 괜찮은 결정이었다. 53만여제곱미터로 넓은 면적에 조깅코스를 갖추고 있는데다, 풀밭 같이 다른 행인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미션을 수행할 만한 구역들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7일 오전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가로등에 현대자동차의 언택트 펀 레이스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7일 오전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가로등에 현대자동차의 언택트 펀 레이스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오전 9시 40분.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공원에 미리 도착했다. 각오를 다지면서 행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공원 출입문 근처에 안내 부스가 설치되거나 관계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했다.

다행히 대회 시작 5분쯤을 남기고서야 광장 옆 ‘롱기스트 런(LONGEST RUN)’ 철자의 조형물을 관리하러 온 직원을 만나 레이스 참가시간이 되면 앱을 켜고 현재 위치에서 시작하면 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직원이 조형물 주변을 청소하는 동안 다가와 진행 방법을 묻는, 다른 참가자들이 보였다.

아무리 언택트 달리기 대회라지만 설명을 해야 하는 직원들과도 언택트라니. 약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7일 오전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설치된 현대차 친환경 캠페인 롱기스트런의 철자로 만들어진 조형물 앞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지난 7일 오전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설치된 현대차 친환경 캠페인 롱기스트런의 철자로 만들어진 조형물 앞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심지어 앱이나 현대차 보도자료에는 참가 방법을 자세히 안내하는 내용이 없었고 앱을 통해 제공되는 레이스 가이드도 레이스 시작 시간이 돼서야 활성화했다. 그간 진행된 달리기 대회와 비교할 때 생소한 진행방식이 도입된 만큼 안내 요원이 출입문 가까운 곳에 위치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진구 우사인 볼트"...재미·건강 모두 잡다

드디어 시작. 달리기를 시작한다. 가슴을 고정한 상태에서 다리를 움직이며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광진구 우사인 볼트 버전이다.

일반적인 레이스와 다르게 이것저것 '펀'한 요소가 많아 내심 복잡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진행하는데 어려울 건 전혀 없었다. 대공원 내 어디서든 앱을 활성화하고 레이스 시작하기 버튼을 터치하면 위치추적기능(GPS)을 통해 참가자와 스팟별 위치가 모두 표시됐기 때문이다.

스팟은 총 20개로, 주로 보행로를 따라 설치돼 있었다. 앱을 켠 채 스팟에 다가가면 지도에 빨간 점으로 표시된 스팟이 청록색으로 바뀌며 체크됐음을 알렸다.

왼쪽부터 레이스를 시작할 당시 비활성화(빨강)한 스팟과 중간 정도 진행한 당시의 화면, 레이스를 완수한 뒤 표시된 화면. 스팟 위치를 지나왔음에도 체크되지 않거나(중간), 스마트폰 화면이 꺼진 사이 참가자 이동 경로를 인식하는데 오류를 범하는 등(오른쪽 직선) 앱이 불안정하게 실행됐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왼쪽부터 레이스를 시작할 당시 비활성화(빨강)한 스팟과 중간 정도 진행한 당시의 화면, 레이스를 완수한 뒤 표시된 화면. 스팟 위치를 지나왔음에도 체크되지 않거나(중간), 스마트폰 화면이 꺼진 사이 참가자 이동 경로를 인식하는데 오류를 범하는 등(오른쪽 직선) 앱이 불안정하게 실행됐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앱이 불안정했던 점이다.

실제로 스팟마다 체크되는 것에 대한 반응성이 달랐다. 5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체크되는 스팟이 있는 반면, 바로 앞에 서서 폰을 쥐고 흔들어도 체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지도상에 표시되는 참가자 위치가 실제 위치를 따라오지 못하고 한 곳에 머물러 있는 현상도 자주 발생했다. 또 폰 화면이 꺼질 경우 앱이 참가자 경로를 인식하지 못했다.

덕분에 '펀' 아니 '필'받아 달리던 상황에서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이 컸다. 지난 7월 참가했던 10킬로미터 언택트 마라톤 대회 때 경험했던 앱 불안정 현상이 떠올랐다.

롱기스트런 앱의 언택트 펀 레이스 화면을 통해 AR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롱기스트런 앱의 언택트 펀 레이스 화면을 통해 AR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반면 AR 게임 미션은 기대이상이다. 미션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었고,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특정 스팟에 다가가면 AR 게임 미션이 스마트폰에서 활성화했다. 폰 화면에 뜨는 쓰레기 이미지를 터치해 쓰레기통 이미지로 옮기거나, 미세먼지를 표현하는 괴물 이미지를 화면 터치해 제거하는 등 두 가지 게임이 도입됐다.

유명한 AR 게임 포켓몬 고를 실행하는 것과 비슷한 재미를 느꼈다. 이밖에 AR게임을 수행하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걷거나 뛸 필요가 없이 숨을 돌릴 수 있어 체력적으로 덜 부담된 점도 AR 게임 미션의 장점이다. 이 정도되면 앱 불완정에 따라 '흐름'이 끊기는 것도 현대차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현대차 키즈오토파크 앞에 언택트 펀 레이스 기념품을 증정하는 부스가 운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현대차 키즈오토파크 앞에 언택트 펀 레이스 기념품을 증정하는 부스가 운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그렇게 달리기를 이어갔다. 모든 스팟을 다녀간 뒤 미션을 완수하니 공원 내 남서쪽에 위치한 현대차 키즈오토파크 앞 기념품 증정 부스에서 모자와 클립 달린 천 배지(와펜)를 비롯해 다회용 필터 마스크 등 3개를 건냈다.

앞서 진행된 롱기스트 런 마라톤 행사에서 완주 후 받을 수 있는 티셔츠, 메달 등 기념품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뿌듯했다. 역시 한국인은 뭔가 줘야 한다.

다만 좀 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됐으면 좋겠다는 참가자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레이스에서 스팟을 찾는 동안 길을 헤매지 않을 경우 3㎞ 정도 달릴 수 있는데, 일반 마라톤 대회와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를 기대한 참가자들에겐 너무 무난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곳에 모인 광진구 우사인 볼트들에게는 너무 가뿐한 레이스라는 뜻이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 김소이(29)씨는 “증정품을 받거나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달린 점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달리는 거리를 더욱 늘리는 등 대회 강도를 높인다면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달리기도 언택트, 역시 재미있다

완주하고 나서 돌이켜 보니 현대차가 비대면 달리기 대회로 이번 방식을 도입한 취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디서든 각자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밀집하는 현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면서도 하이파이브 기능 등을 통해 참가자들끼리 한 구역 안에서 레이스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소속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앱을 통해 참가자끼리 순위로 경쟁할 수 있는 점으로 레이스 대회의 묘미도 살렸다.

기자가 언택트 펀 레이스를 완수하고 받은 증정품을 들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기자가 언택트 펀 레이스를 완수하고 받은 증정품을 들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현대차의 이번 언택트 펀 레이스는 2016년 이래 매년 진행해온 롱기스트 런 달리기 대회 가운데 가장 독특하고 즐거운 대회로 꼽을 만하다.

현대차가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을 집 바깥에서 활동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친환경 사업을 확산하도록 지혜를 발휘해주길 바란다. 앱을 더욱 안정화시키는 등 보완점을 해결하는 데도 더욱 공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전략 자체가 현대차의 친근한 브랜드 가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펀' 레이스엔 어떤 미션이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레이스를 펼칠 그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