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가장 큰 변화는, 갑작스런 새로운 정책으로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고 백악관과 보다 예측 가능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 지도자들은 바이든을 비즈니스 이슈에 관한 한 중도주의자로 보고, 적어도 향후 4년 동안은 백악관과 공개적인 소동 없이 조용한 관계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수시로 나오는 트위터 피드를 통해 무역정책의 갑작스런 변화, 때로는 예기치 못한 질타를 들어왔다. 물론 원하는 것도 많이 얻어내기도 했다.
시카고 외곽에서 약 2200명의 직원을 둔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UGN의 피터 앤서니 CEO는 "바이든은 중도주의자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리더들이 그를 만나면 무엇을 얻을지 쉽게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게임의 룰을 알면 게임을 보다 안정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CEO들은 이번 선거의 국민적 상처가 한동안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재계 지도자들은 바이든이 선거로 인한 분열을 치유하고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데 전념할 것을 촉구했다.
던킨 도너츠로 유명한 던킨 브랜드 그룹의 CEO로 35년간 재직한 로버트 로젠버그는 "새 대통령의 1차적인 임무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과 불안함, 불분명한 것들로부터 희망과 포용의 분위기로 나라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몬 CEO도 "지금은 단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결과를 존중해야 하며, 모든 선거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지지해야 합니다."
CEO들은 또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부양책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바이든의 최우선 순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인프라에 정부 지출을 늘리고, 기후 변화와 코로나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 대표이사는 회사 웹사이트 블로그에 "우리 시대의 이슈들 중 점점 더 많은 것들이 미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 사이의 더 강력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썼다.
CEO들은 공화당이 상원 우위를 지킬 가능성이 높은 것을 두고도,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 중 일부는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던킨의 로젠버그는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내쫓았지만 그의 일부 의제에는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지원을 받고 있는 트로피컬 스무디 카페(Tropical Smoothie Café)의 찰스 왓슨 CEO 같은 사람들은 의회 권력이 양당으로 나뉘어지는 것이 기업에는 유리하다며 “양 당의 견제가 극단적인 정책을 걸러내고 양측 모두로부터 합의 정신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기업의 CEO들은 민주당이 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는 노동정책을 추진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외국 기업의 CEO들도 바이든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무역 제재에 대해 재고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표현했다.
미국과 유럽 간 상호 관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양조업체 선토리 홀딩스(Suntory Holdings)의 니이나미 다케시 CEO는 바이든이 "관세를 방패로 삼을 것 같지는 않다”고 안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고문이기도 한 니이나미 CEO는 “바이든이 선거 기간 동안 공약한 법인세 인상이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바이든의 통합 메시지가 미국의 사회적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실제로 취임한 이후 그의 공약(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기업 CEO들의 저항이 심해질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과 오래 함께 일해온 재계 지도자들은 바이든이 민주당 내 다른 인사들보다 기업 친화적이라고 보고 있다.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듀폰(DuPon)의 엘렌 쿨먼 전 CEO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수년간 알고 지냈다. 그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듀퐁을 운영하면서 매년 바이든과 그의 팀에게 브리핑을 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자리 및 경쟁력 위원회를 맡기도 했다.
"나는 항상 그에게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를 존경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는 아주 솔직한 사람이었지요. 그에게 비상식적인 면은 없었습니다. 그는 공화당이 상원을 지배해도 충분한 타협을 모색할 것입니다.”
많은 CEO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그들의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지난 주 실적 보고를 발표한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에너지 정책에서부터 사설 교도소 지원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많은 부분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라톤 석유 회사(Marathon Oil Corp.)의 리 틸먼 CEO는 지난 주 실적 발표에서 바이든 임기 중 새로운 굴착 사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건설 공사에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자재를 판매하는 매사추세츠주의 GCP 어플라이드 테크놀로지(GCP Applied Technologies)의 크레이그 A. 메릴 CFO는 정부의 인프라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017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했던 위스콘신 케노샤(Kenosha)의 공구 제조업체 스냅온 (Snap-on Inc.)의 니콜라스 핀추크 CEO는 바이든의 부인 질 바이든이 이 지역 대학의 교수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이 코로나 관련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교육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많은 다른 CEO들은 바이든 백악관이 먼저 코로나 대유행을 억제하고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 문제를 극복하고 미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새 행정부의 좋은 업적이 될 것입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