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미국 진출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오바마케어 확대’를 강조해왔다. 공공 보험인 ‘메디케어’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고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무료로 시행하는 등 미국에 진출한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기업과 진단키트 기업은 순풍을 받아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K바이오, 미국서 종횡무진

8일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한 오바마케어를 다시 시작하고, 이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바마케어는 지난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 법안이다.

오바마케어는 사보험에 의존하는 기존의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을 바꿔 미국 국민의 97%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3200만여명의 저소득층에게 보험 혜택을 주고 중산층에는 보조금을 지급,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것에 목표를 둔 정책이다.

건강보험으로 노인 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를 민간보험사 중 하나로 선택하는 정책도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메디케어 가입 기준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낮춰 수혜를 받는 노년층을 7000만명 정도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입장은 국가 주도의 헬스케어 시스템 개선과 약값 통제를 통한 수혜층 확대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신약 연구개발을 투자·지원하면서도 고품질 복제약 사용을 장려해 가격 인상 시도를 막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케어 유지 및 발전에 따라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공보험 활용 증가에 따라 의약품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사용이 늘어날 수 있는 점 덕분이다. 한국의 주요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주력 바이오시밀러로 미국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중 하나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미국명 인플렉트라)’는 지난해 10월 미국 최대 사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H)에 선호의약품으로 등재됐다. 사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의약품을 활용한 후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해당 사보험사의 의약품 리스트에 등재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9월 처방 기준 램시마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3%다.

항암제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도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트룩시마의 9월 처방 기준 시장 점유율은 20.4%다. 트룩시마는 지난달부터 UNH의 선호의약품에 등재됐다. 트룩시마는 신규환자 대상 선호의약품 리스트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가 제외되면서 목록에 포함된 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에서 에티코보(성분명 에타너셉트), 렌플렉시스(성분명 인플릭시맙), 하드리마(성분명 아달리무맙), 온트루잔트(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등과 관련해 판매승인을 받았다. 에이빈시오(성분명 베바시주맙)도 미국 허가를 위한 작업이 순항 중으로 곧 판매 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보험사 선호의약품 등재 및 공공 보험에서 의료비 절감을 위한 바이오시밀러 활용 등에 따라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미국에서 더 영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보험 활용 증가에 따라 의약품 가격이 저렴한 국산 바이오시밀러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연구개발(R&D) 지원 확대로 기술이전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헬스케어 정책 이슈. 출처=키움증권, 업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헬스케어 정책 이슈. 출처=키움증권, 업계

전 국민 코로나19 진단 ‘무료’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진단과 관련해 전 미국인을 대상으로 검사를 무료로 시행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을 기준으로 미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2만 8000명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사흘 연속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넘고 있다. 4일 10만 2831명, 5일 12만 1888명 등이다.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71만 5000명이다. 지난 30일 누적 확진자 수는 900여만명이었다. 7일만에 70만명이 늘어났다.

전 미국인 대상 코로나19 무료 진단 검사가 시행될 시 미국에 진출한 한국 진단키트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앞서 코로나19 진단키트 2종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항원 현장진단키트 ‘샘피뉴트’와 고효율 항체 신속진단키트 ‘디아트러스트’다.

셀트리온의 미국 자회사 셀트리온USA는 최근 21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원 현장진단키트 샘피뉴트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USA와 공급 계약을 맺은 진단키트 및 개인보호장비 전문 도매유통사는 프라임 헬스케어 디스트리뷰터스다. 이 기업은 샘피뉴트에 대한 미국 독점 유통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진단키트 중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해 미국에 수출 중인 제품은 17개 기업의 19개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승인 사례와 공급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을 위한 코로나19 검사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무료로 검사를 시작하면 필요한 진단키트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