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서 '반도체 비전 2030'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지난해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서 '반도체 비전 2030'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현재의 위치로 올린 가장 결정적인 선택은 바로 ‘반도체’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선택을 한 이가 바로 故이건희 회장이다. 그의 선택은 삼성의 성장을 넘어, 우리나라의 격을 높였다. 이제 이건회 회장이 뿌린 반도체라는 씨앗은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손에 맡겨졌고, 삼성의 반도체는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꿈의 도전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를 주목했을 당시, 많은 이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거의 망해가기 직전인 기업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한다. 이것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시작이다. 이후에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으로 성과를 내면서 이병철 회장이 스스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2020년 10월 26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60조5749억원이다. 이는 삼성 자회사 전체의 시가총액 420조원 중에서 약 80%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 삼성전자에게 가장 큰 수익을 안겨다주는 것이 바로 반도체 사업이다. 2020년 2분기 확정 실적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약 8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5조4300억원이다. 첨단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를 통한 삼성의 성장 의지는 이건희 회장에게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이어졌다. 

2020년 2분기 삼성전자 주요사업부문 영업이익. 출처= 삼성전자 IR자료
2020년 2분기 삼성전자 주요사업부문 영업이익. 출처= 삼성전자 IR자료

성과 그리고 고군분투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4차 산업으로 불리는 첨단 산업의 핵심인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이 중심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 

지난해 4월 30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대외적으로 표방한다. 이 비전의 목표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인텔·TSMC 등을 제치고 삼성전자를 2030년까지 반도체 통합 점유율 세계 1위 자리에 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우리는 시스템반도체 세계 1등 이라는 긴 여정의 첫 단추를 꿰었다. 도전을 멈추지 말자”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세계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3라인의 준공과 가동, IBM·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의 반도체 위탁 제조 수주 등 성과를 올리며 비전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러나 반도체 통합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위한 삼성전자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무역 분쟁에서 확산된 미국과 중국의 격화된 외교 분쟁은 두 나라를 모두 큰 시장으로 여기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15일자로 미국 정부가 실시한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규제로 인해 삼성전자는 연 7조원 규모의 거래 상대인 화웨이와의 거래가 끊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규제에 대해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계속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물론, 미국의 견제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잠시 침체된 틈을 타 5G통신장비, 스마트폰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챙기는 다른 의미의 호재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상궤도의 반도체 사업이 장기적으로 얻을 이익에 비하면 그 규모가 작으며 삼성전자가 실현하고자 하는 반도체 비전과는 큰 관계가 없는 부분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사업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베트남 사업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이건희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외의 주요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고 현장과의 조율을 시도한다. 반도체 부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가 발생할 때면, 이 부회장은 늘 최전선에 자신을 앞세웠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지난해 7월 이재용 부회장의 일본 방문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배상 판결을 내린 우리나라 법원의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의 한국 수출을 막아버린다. 일본산 원료의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자 이 부회장은 비밀리에 홀로 일본으로 향해 현지 협력사들과 조율을 하고 돌아온다.    

그런가하면 이 부회장은 5월 삼성전자 반도체 중국 시안사업장 방문, 그리고 지난 13일부터 이어진 네덜란드 ASML 본사 방문,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 사업장 방문을 통해 장기적 관점으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이 통제하는 화웨이의 수요를 단기간에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창업주인 아버지를 거역하면서 뿌린 반도체라는 씨앗은 쑥쑥 자라 삼성의 대들보가 됐다. 대내외적 위험요소들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남겨놓은 의지는 끊어지지 않았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계승돼 이는 삼성전자에게 계속해서 도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