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정부가 브라질 정부를 대상으로 5G 장비 구축에 있어 화웨이를 배제할 경우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집요한 화웨이 압박의 연장선이다.

21일 브라질 및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브라질 정부가 5G 인프라 구축에 나서며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고 노키아 등 경쟁사의 장비를 사용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미 국제개발처(USAID)의 보니 글릭 차장은 개발도상국 등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중국 대신 민주 국가의 장비를 구매할 경우 현지 5G 망 구축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 정부가 브라질이 화웨이를 버리고 다른 5G 인프라 업체를 택한다면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브라질에 10억달러의 재정지원을 약속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브라질은 일단 정중동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완밍(楊萬明) 브라질 주재 중국대사도 최근 브라질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방침에 대해 "모든 회사에 대한 개방성과 불편부당함이 없어야 한다"는 인터뷰를 하는 등,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화웨이의 5G 인프라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당장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는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GPP(이동통신표준화협력기구)가 주도하는 5G  표준화 정립에 참여하는 5G  통신장비 업체들의 조사위원 수와 WI(Work Item, 제안서) 및 SI(Study Item, 연구서) 제출 수를 분석한 '3GPP 기여도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며 화웨이가 모든 부문 1위에 올랐다고 20일 밝혔다.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의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화웨이의 기술력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갈무리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갈무리

다만 업계에서는 브라질이 미국의 손을 잡을 가능성을 더욱 높게 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집권한 후 브라질에서 부쩍 반중정서가 강해졌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끈끈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진심으로 지지한다는 말까지 했다.

심지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인 에두아르도 하원의원이 중국을 겨냥해 '공산주의자의 악몽'이라 칭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중이다. 그런 이유로 로이터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브라질이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으나 화웨이를 자국 5G 인프라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브라질이 미국의 손을 잡아도, 호주처럼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브라질 농산품의 절반이 중국 수출로 몰린 가운데 중국에서도 이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