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하며 ICT 플랫폼 기반의 슈퍼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국 하원과 EU는 슈퍼 플랫폼의 시장 과점에 따른 폐해를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슈퍼 플랫폼이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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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능적으로 편리함을 추구한다. 가능하면 한 자리에서 모든 작업을 하고 싶어하며, 이는 작업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키워주며 새로운 시대로 인도한다.

한 때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개념이 각광받았다.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의 원형인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라틴어에 기반했으며 말 그대로 모든 서비스가 ‘나’를 중심으로 연결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이용자 측면에서 분명 유리한 사용자 경험이 될 수 있다. 슈퍼 플랫폼의 동기 중 하나다.

특히 플랫폼 입장에서 슈퍼 플랫폼을 반드시 노려야 하는 당위성은 또 있다. 바로 규모의 경제에 바탕을 둔 새로운 가능성의 타진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준비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만남을 통해 단순한 배달앱을 넘어선 푸드테크 전반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단순한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1은 2가 아닌 10이 된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사례는 굳이 복기하지 않을 정도로, 슈퍼 플랫폼이 되기 위한 로드맵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일반적인 IT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으며, 아예 하드웨어라는 그릇을 좌우하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

반대편에서는 슈퍼 플랫폼의 전략이 기존 거대 사업자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 합종연횡을 통해 기존 사업자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좌우하는 글로벌 ICT 시장에서 네이버가 제3지대를 타진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오래전부터 유럽의 프랑스와 함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ICT 업계에서 제3지대의 유력한 후보로, 유럽의 문화권력인 프랑스와 만난 셈이다.

마침 유럽도 비슷한 이유로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이것이 네이버와 프랑스가 K-1펀드를 결정한 배경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 2016년 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유럽 금융전문가 앙투안 드레쉬(Antoine Dresch)가 설립한 Korelya Capital(코렐리아 캐피탈)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 1’에 출자 기업으로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펠르랭 대표는 “프랑스 정부에서 일하며 ICT 분야에는 기회의 균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인터넷의 자유화, 민주화가 최고의 가치며 이를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프랑스 정부에서 일하며 ICT가 향후 국가경제의 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하는 한편 인터넷 영역에서 기회의 균등을 강조했다. 동시에 “인터넷 공간은 오픈된 공간이지만 몇몇 주자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업명은 말하지 않겠지만 유럽의 경우에도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버티고 있어 제대로 된 가치창출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결론적으로 인터넷 공간의 개방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객체가 활동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 그리고 이를 바꾸기 위해 유럽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며 그 파트너로 네이버와 라인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압박에 한 발 더 나아가 AI벨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글로벌 AI 벨트를 구축하며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제3지대를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도 대기업에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을 규합해 제3지대를 모색하는 플랫폼으로 가동되고 있다.

네이버는 강자들이 득실대는 시장에 진출하며 자기들을 중심으로 연대의 큰 그림을 그리며, 그 누구보다 연대를 필요로 하고 ICT 기술의 ‘버프’를 원하는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에는 베트남까지 AI벨트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8월 21일 베트남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연구기관이자 대학인 우정통신기술대학(Posts and Telecommunications Institute of Technology/PTIT)과 IT인재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을 맺었다. 당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기술 분야는 변화 속도가 빠르고 국경이 없는 만큼 초국가적 협력이 중요하기에 PTIT와의 이번 산학협력이 보다 많은 베트남 기술 인재들과 교류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AI 연구 벨트가 단순한 기술 제휴에 그치지 않고,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다양한 연구자·기업·기관들이 함께 글로벌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공동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고 말했다. 일종의 합종연횡이다.

시장 과점, 그리고 데이터

슈퍼 플랫폼이 시대의 대세라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퇴행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나와 눈길을 끈다. 슈퍼 플랫폼의 등장이 시장 과점 현상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을 막는 한편 공정경쟁을 해치며, 나아가 방대한 데이터를 무리하게 빨아들여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을 쪼개자는 미 하원의 보고서에 시선이 집중된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이 본격적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에 나선 후 정부의 정식 조사를 거쳐 등장한 보고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심각한 폐해를 일으키고 있으며 강력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로 시장 독과점의 폐해로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으며,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페이스북의 사례를 비중있게 거론하며 다양한 SNS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주장하는 한편, 구글에 대해서는 경쟁자의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에서 밀어낸 사례에 주목했다.

아마존과 애플은 시장 독과점에 따른 감독의 대상으로 분류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의 강자로 군림하며 많은 사업자들에 대한 횡포를 부렸으며, 애플은 앱스토어의 중립성을 부정하고 자사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담겼다. 이들 슈퍼 플랫폼이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국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EU의 빅테크 규제도 마찬가지다.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의 데이터를 쓸어가는 것과 시장 과점을 통해 유럽 기업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점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당연히 일리 있는 분석이다. 특히 슈퍼 플랫폼인 빅테크 기업의 횡포,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도한 데이터 확보에 따른 횡포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 사례에서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지난달 29일 퍼니마 코치카(Purnima Kochikar) 구글플레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인앱결제 수수료를 30%로 인상한다”면서 “기존 앱은 2021년 9월 31일까지, 신규 앱은 2021년 1월 20일까지 유예기간을 준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앱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인앱결제의 경우 30%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정책을 확정하는 순간이다.

무리하고 독단적인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당장 구글이 여전히 세금 포탈 논란에 휘말린 상태에서 당장 국내 ICT 스타트업 업계의 자산유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토론회에서 이태희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교수)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컴투스 등 4대 모바일 게임사의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4조9230억원 규모”라면서 “앱 수수료로 구글과 애플에 지불한 수수료는 무려 1조4761억원에 달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구글과 애플의 앱 수수료는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글로벌 사업자의 아일랜드 자회사로 간다”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산업 생태계 선순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라 지적했다.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지난 8일 오전 여야 간사협의를 바탕으로 10월 내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미연에 방지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 주장한 점에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에 대해) 모두가 한목소리로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한 정부 규제를 바라고 있다”면서 “실태 조사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 차원에서 국내 스타트업과 함께 구글과 협상을 유리한 측면으로 끌고가야 한다”면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국감에서 구글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관련 가이드 라인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이러한 횡포를 두고 시장 과점에 따른 슈퍼 플랫폼의 역효과 사례라 입을 모은다. 시장 과점에 따라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종의 독재자가 판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공포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12일 국내 7개 카드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3대 앱마켓의 전체 신용카드 매출액은 2조6356억원에 이르며 여기서 구글의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구글플레이 매출은 2조696억원으로 전체의 78.5%를 차지했으며 애플의 앱스토어는 4054억원으로 15.4%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는 1606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 중 6.1%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과점 플레이어의 횡포는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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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인 데이터의 무리한 확보에 따른 논란도 휘발성이 높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정국을 달궜던 가짜뉴스 사태도 냉정하게 생각하면 슈퍼 플랫폼에 기생했던 가짜정보의 폐해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빅테크 기업들은 타깃광고를 위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무리하게 빨아들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임의적 작업을 통해 의도하지 않았던 작업에 동원되는 일도 발생했다. 페이스북·켐브리지애널리티카(CA) 사태가 대표적이다.

2018년 3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 기간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이 디스 이즈 유어 디지털 라이프(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의 성향을 수집했고 이를 데이터 회사인 CA로 보낸 것이 골자다. 영국의 채널4에 따르면, CA는 스리랑카 선거에 나선 정치인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능력을 자랑하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우리의 역할이 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무엇보다 슈퍼 플랫폼의 과도한 데이터 확보에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데이터의 임의적 유용에 대한 공포까지 확장되는 점은 특히 논란이 됐다. 당장 페이스북 논란이 터지자 왓츠앱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튼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을 지워라”는 글을 남겨 일침을 날렸으며, 이 문제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미 하원 청문회에 서기도 했다. 2018년 3월 19일 뉴욕 증시에서 승승장구하던 페이스북 주가는 6.8% 폭락했으며 시가총액 364억 달러(약 39조원)가 날아갔다. 데이터를 확보하는 빅테크 기업의 위험성이 만천하에 알려진 결정적 계기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에 대해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고 기어이 틱톡 쪼개기에 나선 것도, 그 이면에는 중국으로 흘러가는 미국 시민 데이터에 대한 우려가 깔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빅테크 기업이 확보하는 데이터는 그 행위 자체로 일종의 뇌관이며, 이러한 경향은 슈퍼 플랫폼일수록 그 위험도가 커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나온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를 가동하며 택시와의 협업이 강해질수록 택시업계에서는 데이터를 빼앗긴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이는 카카오와 같은 슈퍼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을 우려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편이다. 최근 <이코노믹리뷰>와 만난 택시업계 관계자는 “이제 택시업계도 예전의 택시업계가 아니다. ICT와 모빌리티의 강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데이터의 무서움을 잘 안다”면서 “플랫폼 종속을 우려하는 이들이 최근 카카오가 가져가는 데이터에 많은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결국 슈퍼 플랫폼에 대한 시각은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의 발전을 끌어내며 인류의 진보를 끌어내지만, 시장 과점에 따른 횡포와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란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거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