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구글·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들의 ‘과도한’ 수수료(30%)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가 저렴한 수수료를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의 영향력 탓에 원스토어 ‘진입 장벽’은 여전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원스토어, 마켓 점유율 20% 근접

모바일 빅데이터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원스토어 매출은 689억원으로 전체 앱 마켓의 18.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최고치(15.7%)를 경신한 수치이며, 지난해 앞지른 애플 앱스토어(10.6%)와의 격차는 더욱 벌렸다. 물론 국내 점유율 1위인 구글 플레이스토어(71%)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지만, 원스토어의 점유율 확대 추이는 꽤 유의미하다는 평이 나온다.

▲ 8월 국내 앱 마켓 점유율. 출처=아이지에이웍스

게다가 최근 구글과 애플이 일제히 ‘수수료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수수료가 낮은 토종 마켓 원스토어에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애플은 지난달부터 ‘포트나이트’의 에픽게임즈와 수수료 문제로 법적 공방을 펼치고 있고, 구글은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강제적 인앱결제(수수료 30%)를 일반 앱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IT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이 나타났냐는 질문에 “아직 관련한 지표가 계산되진 않았지만, 최근 입점 문의는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원스토어의 점유율 확대는 전체 매출의 95%에 달하는 모바일 게임 앱 부문에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룬 덕이다. 과거 중국산 게임 위주로만 구성됐던 원스토어의 라인업에 점차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신작도 진입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지난 7일 기준 3대 앱 마켓 매출을 합산한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톱10에서 원스토어에도 입점된 게임은 바람의나라: 연(넥슨), 그랑삼국(유주), 피파온라인4M(넥슨), 기적의검(4399) 등 총 4개다. 또 장기적인 캐시카우로 꼽히는 NHN·네오위즈의 웹보드 게임 역시 원스토어에서 유통되고 있다. 불과 약 3개월 전 매출 톱10 게임 중 원스토어 입점작은 중국 게임 기적의검 한 개 뿐이었다. 

원스토어 ‘수수료 인하’ 카드 통했다…올해 상반기 흑자

과거 글로벌 사업자들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원스토어는 난관 돌파를 위해 2018년 7월 앱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파격적인 정책을 단행했다. 인앱결제 수수료는 20%로 낮췄고 자체 결제도 개방했다. 낮은 수수료율로 개발사를 끌어들이는 한편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이용자도 원스토어 플랫폼으로 유인했다.

결과적으로 원스토어의 수수료 인하 카드는 먹혀든 모습이다. 지난 2018년 매출 1103억원, 순손실 139억원을 기록한 원스토어는 지난해엔 매출 1351억원, 순손실 54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개선했고 올해 상반기만 매출 801억원, 순이익 30억원을 벌어들였다. 

▲ 원스토어 실적 추이. 출처=dart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중심으로 보급되어 있다. 때문에 같은 운영체제 기반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영향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원스토어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인 점은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재 결과 원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빌드에 차이가 크지 않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게임의 경우 비교적 작은 노력으로도 원스토어 론칭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iOS 기반인 앱스토어 론칭을 위해서는 별도의 빌드 준비가 필요하다. 때문에 시장 비중이 낮은 애플 앱스토어 론칭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원스토어에만 앱을 론칭한 한 중소 개발사 관계자는 “소규모 개발사 입장에서는 애플 앱스토어 론칭을 위해 별도의 빌드를 만드는 게 부담이 있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집중했다”면서 “원스토어의 경우 빌드가 거의 비슷해 추후 론칭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구글 마케팅’ 파워 여전히 장벽

그러나 막강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영향력은 여전히 원스토어 입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부터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 됐던 구글의 ‘마케팅 갑질(원스토어에 입점할 경우 자사 플랫폼 내 마케팅에 불이익을 주는 것)’ 등 의혹을 차치하고서라도, 실질적으로 마켓의 매출이 분산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게임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원스토어에 입점하게 되면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진행돼 기존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원스토어로 가서 결제를 많이 한다”면서 “문제는 이럴 경우 구글에서 발생하던 매출이 원스토어로 분산되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매출 순위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 순위에서 하락하게 되면 이용자들이 (실제로 그렇지 않은데도)‘이제 한 물 간 게임이구나’하고 인식할 수 있어서 원스토어 입점 시기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원스토어의 약진을 반기고 있다. SK텔레콤은 6월 말 기준 원스토어 지분 52.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에 돌입, IPO 준비에 나서고 있다.

▲ 원스토어가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발표했다(2018.07). 출처=전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