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AMC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미국 최대 규모 영화관 브랜드 AMC가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픽쳐스와 홀드백(극장 독점상영기간)을 기존 90일에서 17일로 축소하는 협약을 맺자 세계 영화산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영화 유통의 최우선 플랫폼인 영화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AMC의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OTT에 영화 유통의 주도권이 서서히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더해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지난달 28일(현지시각) AMC는 유니버설픽쳐스가 제작하는 작품의 홀드백 기간을 대폭 줄이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AMC 계열 영화관에서 개봉되는 유니버설픽쳐스의 작품들은 개봉일로부터 17일 후에 OTT 등 온라인 플랫폼과 VOD(영상 서비스)로 볼 수 있게 됐다. AMC는 홀드백을 축소하는 대신 영화관이 아닌 다른 유통채널에서 유니버설의 영화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약 20%를 가져가는 조건을 내걸었다. 

AMC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수익 창출 측면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수많은 영화관의 영업이 중단되면서, 많은 상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블록버스터 작품들의 개봉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AMC는 영화 콘텐츠의 유통을 빠르게 함과 동시에 영화관 상영 외의 부가적 수익을 올리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이다. 

영화업계 '갑론을박' 

그러나 영화관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유통의 구조가 짜여 있는 전 세계 영화산업 전체로 보면 이것은 ‘큰 위기’다. 영화 콘텐츠 유통에 있어 늘 최우선됐던 영화관의 입지를 영화관 스스로가 포기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업체들이 극장용 영화 제작비 이상의 예산을 들여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함으로 영화관의 관객들을 ‘빼앗아 가는’ 추세는 수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확산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영화관의 마지막 ‘자존심’과 같은 홀드백의 축소는 심지어 “영화관이 백기를 들어 OTT에 항복한 것”이라는 극단적인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내 7100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업계 2위(AMC는 미국 내 약 8000개 스크린) 브랜드 리갈 씨어터의 운영사인 전시 기업 씨네월드는 AMC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씨네월드의 무키 그리딩거(Mooky Greidinger) 대표는 “우리는 AMC의 조치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씨네월드와 리갈은 기존의 홀드백 원칙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정지, 그로 인한 수익성 감소로 미국에서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4만 곳의 영화관이 폐쇄됐다. 코로나19 신규확진 수치에서 늘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영화관들은 대부분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미국에서는 “AMC의 조치를 일방적으로 비난 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는 그간 쌓였던 영화관과 OTT 간 콘텐츠 유통 주도권 싸움에 기름을 부었다. 사안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미국의 수많은 극장 체인들에게서는 AMC처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고려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관들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OTT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디즈니, 애플, 아마존 등은 모두 각자의 OTT와 독점 콘텐츠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관 체인과 OTT 기업들과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영화관들에게는 OTT 기업들이 자신들이 마주한 위기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업계의 다른 한편에서는 “영화관과 OTT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의견은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영화 콘텐츠 유통 구조상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서로의 유·불리 입장이 매우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