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유동인구에 의해 흥망이 결정되던 상권의 생존 공식이 변화하고 있다. 관광객 등 유동인구로 특수를 누리던 상권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일대타격을 입고 공실률이 상승하는 등 그 피해가 1분기 들어 가시화됐다. 반면 업무지구와 대학가, 주거시설 등 고정 수요를 확보한 상권은 피해를 점차 회복하면서 위기의 시대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태원, 경리단길 등 유동인구 감소에 "매출 80% 감소"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상가 공실률은 전분기보다 1%포인트 상승해 올해 전국 1분기 평균 공실 상승폭인 0.7%포인트보다 높았다. 전국에서 상가공실률이 가장 낮은 지역이었지만 올해 공실률 상승폭은 상당히 컸던 셈이다.

▲ 분기별 서울 주요 상권 공실률 추이. 출처=한국감정원

올해 1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을 상승시킨 지역은 기존의 서울 대표 상권인 이태원과 압구정, 명동 등 내국인과 외국인의 유동인구가 많거나 관광특구로 지정된 상권들이다. 특히 명동과 이태원은 모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명동역 상권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7만895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의 유동인구인 12만9862명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대비 공실률도 3.1%포인트나 상승했다.

▲ 이태원 일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5월초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이태원 상권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 4일 찾은 이태원 일대 상가는 일부 인적만 드문드문 눈에 띄는 등 대부분의 상가에서 침체의 징후가 뚜렷해보였다. 한 상인은 “안 그래도 유동인구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난달에 있었던 코로나 집단 감염이 결정타였다. 매출의 80%가 감소했다”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이태원 상권은 상황이 좋지 않아 공실이 증가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역 인근의 한 요식업 관계자는 “최근 일부 젊은 고객은 건대 등 인근 상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태원 상권은 올해 1분기 서울 주요 상권 중 공실률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태원 일대 상권의 공실률은 28.9%로 30%에 육박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4분기 공실률 19.9%보다 무려 9%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외에도 역시 내외국인 유동인구에 의존하는 지역인 압구정 상권 역시 같은 기간 공실률이 7.5%포인트 올랐다.

▲ 이태원 일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이태원 역 인근의 중개업자들은 단기 이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해당 지역 공실률 상승에 제일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하고 있다. 한 업자는 “코로나19 전에도 상권이 축소되는 등 소강상태였지만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단순 불황이라면 권리금이 낮아지는대로 다른 대체 수요가 상가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장사가 안 될 게 너무 확실하니까 좀처럼 상가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지역내 공실 양극화에 따른 착시 효과도 일면 있다고 주장한다. 한 업자는 “코로나 19로 기존 이태원 역세권으로 들어가려던 요식업자 등도 현재 주춤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공실률이 상승한 것이 아닌 경리단길의 뚜렷한 침체가 이태원 전체의 공실률을 끌어올린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업무·주거·대학가 등 고정수요 갖춘 상권. 공실률 감소

유동인구에 의존하던 서울 내 관광, 유흥 상권이 침체의 시기를 겪는 반면 서울의 업무지구 등 고정수요를 충분히 갖춘 상권은 일단 한 고비는 넘긴 분위기다. 상가정보연구소 등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감소한 지역은 2.4%포인트가 감소한 상계역과 2.3%포인트가 감소한 테헤란로, 1.7%포인트가 줄어든 광화문 등 주로 주거지역 상권이거나 업무지구 상권으로, 직장인 등 고정수요가 존재하는 상권이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광화문 상권의 주 유동인구는 직장인이 주축이 된 30·40대로 나타났으며 해당 상권 전체 유동인구의 45.2%를 차지하고 있다.

▲ 테헤란로 일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업무지구나 대학가, 주거시설 등 고정 수요를 확보한 지역의 상권은 이미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밝힌 ‘세부 상권별 임대 및 투자여건 평가 순위’에 따르면 투자 여건이 우수한 1위부터 3위까지의 상권은 서울대입구역과 왕십리, 신림역 상권이었다. 해당 상권은 유동인구 뿐만 아니라 직장인 수요와 대학가 대학생들의 수요도 고루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는 지역이다. 실제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림역 일대 상권은 지난해 서울에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가장 낮은 1.4%를 기록하기도 했다.

교통 호재로 인한 유동인구 확보와 함께 주거 시설 확충으로 고정수요가 늘어나는 지역의 상가는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주거시설과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 B 노선의 수혜 지역인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의 상가 역시 분양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업무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의 상권도 활성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지오비전'에 의하면 수원 영통구 상권은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등의 고정 수요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런 고정 수요로 인한 회복세 역시 코로나19의 향방에 따라 언제든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의 대상이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일부 기업이 다시 재택 근무 등을 실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주거시설 밀집 지역이나 업무시설 인접 지역 등의 경우처럼 기존 배후수요가 풍부한 상권은 코로나 19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코로나 19의 소강 여부와 함께 정부 등의 지원이 이어지면 상가 시장의 분위기는 1분기보다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