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워크아웃 연계 기업회생 절차도. 위기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은 법정관리 결정을 미루고(ARS 결정)그 사이 채무자 기업과 채권단이 기업 워크아웃 협약을 체결하거나 사전M&A를 포함한 P플랜으로 회생절차를 졸업한다. 자료=한국생산성본부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개원한 지 3년차에 접어들면서 구조조정 업계가 다변화하는 구조조정 기법 사이에 연계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업계 전문가들이 세미나를 통해 기업의 조기 회생을 위해 기업 구조조정 기법 사이에 유기적 결합을 강조했다.

김정만 법무법인 정행 대표변호사는 25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기업회생제도의 발전을 위한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연계형 기업구조조정의 유형을 제시,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구조조정의 새로운 트렌드도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됐다.

김 변호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회생절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그동안 적용된 기업 구조조정의 방식을 소개하며 구조조정 기법들 사이의 연계방식을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회생법원의 전신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했다. 한진해운을 비롯해 최근 폴루스바이오팜의 ARS 절차와 바른전자, 감마누 등 여러 기업의 회생절차를 대리했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구조조정 업계가 기업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의 조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구조조정은 크게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으로 대별된다.

최근 기업회생절차에서 P플랜(미리 회생계획안을 수립하고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제도), ARS(자율구조조정 제도), 스토킹 호스(회생절차 M&A) 등 여러 출구전략이 개발되면서 워크아웃과의 결합이 시도되고 있다.

기업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신규자금 투입과 함께 채권단의 공동관리로 기업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반면, 관치금융의 수단이 되고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서 회수중심의 공동관리로 회생절차의 진입을 지연시킨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편 기업회생은 법원 내 구조조정으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지만 기업의 낙인효과가 우려되고 신규자금 지원시장이 협소하다는 문제가 있다. 기업구조정이 워크아웃과 연계가 필요한 이유다.

연계의 취지는 신규자금 지원 등을 전제로 한 워크아웃 협상 후 회생절차를 통해 구조조정을 졸업하는 것이다.

법원 밖에서 이뤄진 워크아웃 협상이 법원 회생절차에 번복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김 변호사는 구조조정 기법 간의 연계에 대해 "법원 밖에서 진행된 사전협상이 이후 법원 내 회생절차에서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며 "법원 밖에서 이뤄진 협상의 결과가 회생절차에서 번복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투자를 결정한 회사에 대해 법원이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회생절차에 대한 개선점도 논의됐다.

지정 토론자로 나선 사단법인 '중소기업돕는사람들'의 안청헌 이사장(전 송인서적 회생감사)은 미국과 한국의 구조조정 트렌드를 소개하며 "금융기관이 회생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시 매우 높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회생기업이 파산절차로 전환되면 투자한 자금을 우선 회수 할 수 없어 회생기업 투자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자산매각, 개시 전 M&A, 사전회생계획안 제출, ARS 등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만 변호사(전 중앙지법 파산부 수석판사, 법무법인 정행)가 기업 구조조정의 연계방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지정토론자로 나선 안청헌 (사)중소기업돕는사람들 이사장(전 송인서적 회생 감사)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 유암코, 하이브리드 기법에 하이브리드 투자

회생절차 M&A시장의 전망도 논의됐다. 이 가운데 유암코의 회생기업 M&A방식이 회생기업 투자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방식도 다양했다. 유암코는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생신청 이전에 운전자금을 우선 지원, 이후 스토킹 호스 입찰과 투자계약을 체결 회생절차를 졸업시키는 기법을 적용했다.

또 이미 기업가치가 훼손된 경우 펀드투자를 전제로 채권자 지위를 확보, 전화사채 발행해 회생을 통과시키는 방법도 적용했다. 전환사채를 전환해 경영권 지분이 확보되면 채무자 회사의 자본확충이 가능해지고 이후 회사가 정상화 되면 공정가격으로 매각이 가능해 진다.

유암코의 회생기업 투자 방식 모형도.  자료=한국생산성본부 제공

발표자료에 따르면 유암코는 2018년말 기준 총 1조6000억원의 약정금액 중 72%인 1조 2000억원을 회생기업 M&A에 투자했다.

세미나에서는 정태화 전 STX중공업의 법정관리인이 STX중공업의 회생절차를 통해 제기된 문제점과 시사점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영주 교수가 도산절차에서 계약관계 해제, 해지에 대한 법리를 소개했다.

지난해 유암코 회생기업 투자 실행금액 리스트. 자료=한국생산성본부 제공

세미나는 한국생산성본부와 생법회(회생절차 감사 교육과정)총동창회가 주최했다.

한국생산성본부 노규성 회장은 인사말에서 "연간 파산신청 건수가 늘고 있고 기업 회생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회생이 효율적이고 신속하고 적합게 이뤄져야 한다"며 "회생기업 감사를 배출하면서 실무적 제도적 논의를 활발히 해 회생제도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