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조사를 챙기는 것이 사회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자 성인으로 살아가는 일부분으로 자리잡았다.

공동체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한국 사회에서 경조사는 아주 절친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참석해서 인사를 나누고 축의금과 조의금을 전달하는 중요한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직장 초년생 시절에는 힘들고 지친 일과가 끝난 후 장례식장을 찾는 것이나 쉬고 싶은 주말에 결혼식장을 가야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봉급에 비해 많은 축의금과 조의금을 준비해야하는 경제적 부담이 컸다.

또 경조사에 맞는 옷을 늘 갖춰 입고 가야 하는 것도 문제였고 특히나 결혼식과 달리 갑자기 알게 되는 장례식의 경우 검정색이 아닌 밝은 색의 옷을 입고 출근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경조사에 가까운 사이만 초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만큼 경조사가 많거나 부담이 되지는 않는데 최근 들어 잇달아 직장 동료, 퇴직한 옛 동료들의 장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과 조금 다른 점을 발견했다.

직장에서 공지용으로 발송하는 단체 이메일 중 직원이나 퇴직자의 부고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 간혹 포함된다.

이번 여름은 폭염때문인지 예전보다 부고 소식이 많아진듯한 느낌이 든다.

이메일은 주로 해당 사람의 과거 직책과 업무 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장례식장이 어디인지와 유가족들의 연락처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부고 소식을 유가족들이 따로 일일이 전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궂은 소식을 별도로 전달하지 않고 회사내의 단체 이메일이나 지역 신문의 알림란 등을 통해서 전달한다.

미국 장례식의 경우 한국과 달리 조의금을 전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슬픈 일을 당한 유가족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서 봉투에 현금을 넣어서 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유가족이 이를 특별히 요청하지 않는 한 돈을 주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로 여겨진다.

가장의 사망으로 유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 된다고 해도 돈을 직접적으로 주는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거나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금전적으로 유가족을 돕고 싶다면 익명으로 전달하거나 유가족이 다니는 종교단체 등을 통해서 성금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권유된다.

유가족이 기쁘게 받는 것은 바로 꽃이다. 장례식장에서 관이나 공간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서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가는 길을 환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꽃을 선물로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미국과 한국 장례식의 큰 차이점은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돌아가신 분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면서 인사를 할 수 있는 ‘뷰잉(Viewing)’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고인을 입관한 후에 인사를 나누는 것인데 이때 사람들이 보낸 꽃들로 관을 화려하게 장식하게 된다.

고인을 기리는 다른 방법으로 요즘 흔히 보이는 것이 고인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사회문제와 관련된 단체나 봉사를 하던 자선단체에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달라고 유가족들이 요청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결혼식의 경우 간혹 축의금을 받지 않고 신랑신부가 쌀을 대신 받아서 이를 기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부 연예인들이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장례식의 경우에는 아주 간혹 사회지도층의 장례에서 조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있는 경우는 봤으나 조의금 대신에 자선단체에 기부해달라는 것은 본 기억이 없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를 부탁함으로써 고인에 대한 기억을 더욱 오래 남기려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받은 이메일에서는 고인의 사망원인이 된 뇌종양을 연구하는 재단에 조의금을 기부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또 다른 이메일의 경우 고인의 모교에 기부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