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장은 현재 전쟁 중이다. 분야별 각종 서비스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이종 간 손을 잡고 연합체제를 구축한다. 인터넷은행 등 경쟁자들의 등장에 고객잡기에 안간힘이다. 반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다. 과거에는 결제, 송금, P2P금융 등 서로 다른 플랫폼을 이용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더 편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한국은행은 지난 6월 29일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 자료를 통해 올해 1분기 간편결제·송금을 포함한 신종 전자지급 서비스의 이용금액이 일평균 622억612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분기 대비 19.0%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간편결제 서비스는 일평균 446억5690만원, 간편송금 서비스는 176억430만원으로 간편결제 비중이 높지만 각 서비스의 금액 추이와 이용건수는 간편송금 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송금 서비스 비중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핀테크 기업들의 등장이다.

은행의 고유업무 중 하나인 송금업무는 ‘토스’의 등장으로 혁신을 이뤘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토스와 서비스 제휴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스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대표적인 금융서비스다.

토스는 지난 2015년 2월 시중에 첫선을 보였다. 이후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가 간편 송금시장에 가세하면서 소위 말하는 ‘간편 송금 3대장’으로 굳혀졌다. 이어 페이코 등 간편결제 업체들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자체적으로 간편 송금 시장으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간편 송금이란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카드 없이 휴대폰번호, 계좌번호로 돈을 보내는 서비스다. 간편하니 소비자들에게 좋긴 하지만 어떤 것을 이용해야 할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간편송금 서비스는 송금 기능을 이용하는 단계에서 송금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다. 송금방법으로는 계좌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메신저·SNS 등이 이용 가능하며 메신저·SNS의 경우 플랫폼 기반서비스와 플랫폼 연계서비스 형태 2가지로 구분된다. 기반서비스는 동일 서비스 이용자 간 송금이 가능하도록 내부에 기능을 제공하는 형태로 카카오페이가 이에 해당된다.

연계서비스는 메신저·SNS에서 제공하는 이용자 목록, 메시지 전달 등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여기서 제공되는 API를 이용하는 형태로 KB국민은행의 ‘리브’, 우리은행의 ‘위비페이’가 대표적이다.

 

불 붙은 송금 시장… 선택의 고민

토스는 현재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총 22개 금융사와 제휴해 송금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중 4개사는 증권사로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증권이다.

토스는 상대방의 계좌 번호로 돈을 보낼 수 있음은 물론 휴대폰 번호로도 송금이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토스를 이용할 경우 송금을 받는 사람은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보낸 문자의 링크를 눌러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 토스의 송금한도는 1일 50만원 월 500만원까지이며 월 5회 송금까지는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6회 이상부터는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다만 7월부터는 수수료 정책을 변경해 토스 계좌를 통한 송금 시에만 무제한 무료를 적용한다.

네이버페이는 간편 결제로 출발해 지난 2015년 6월 송금서비스를 추가했다. 상대방 네이버 아이디 혹은 휴대폰 번호 중 하나로 송금이 가능하다. 일 50만원, 월 30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으며 토스와는 다르게 송금수수료는 없다.

토스에 비해 다소 불편한 점은 은행 계좌로 직접 돈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 또한 네이버 페이에 반드시 가입해야만 송금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상대방이 3일 이내 수취를 하지 않는다면 송금 취소와 동시에 원 게좌로 돈이 들어오며 잘못 송금했을 경우라도 상대방이 수취하기 전이라면 취소가 가능하다.

현재 네이버페이는 NH농협,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수협은행, 우체국 등 총 10곳과 제휴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4월 송금 베타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3월 ‘카카오톡 친구 송금’과 ‘계좌로 송금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즉, 상대방 계좌번호 혹은 카카오톡ID로 송금이 가능한 것이다. 카카오톡이란 막강한 플랫폼을 이용해 결제는 물론 송금 시장까지도 섭렵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또 주지하다시피 카카오뱅크의 출범을 앞두고 있어 ‘은행-결제-송금’의 전형적인 은행의 모습을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카카오페이는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대구은행, 제주은행, 신협 등 국내 16개 금융기관에서 송금 횟수 제한이나 수수료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한편, 페이코는 지난해 6월 ‘송금 3대 천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페이가 같은 해 4월에 서비스를 선보인 것에 비하면 크게 늦었다고 볼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선발주자들에 비해 다소 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페이코는 현재 제휴 금융사를 무려 19개까지 늘리며 출발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페이코는 월 10회까지 송금수수료가 무료지만 이후에는 건당 500원이 부과된다. 일 50만원, 월 300만원 한도로 송금이 가능하며 상대방 계좌번호 혹은 전화번호를 알면 송금이 가능하다. 다만 미성년자는 1일 10만원, 월 최대 30만원까지 가능하다.

#더치페이를 원한다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그 이상의 기대도

만약 더치페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송금 횟수에 상관없이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 달 20일을 기준으로 단순히 계산, 식사 한 끼에 더치페이를 한다면 토스와 페이코는 각각 7500원, 5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무려 한 끼 정도의 식사를 할 수 있는 격이니 고려해볼 만하다.

한편, 케이뱅크는 8월 31일부터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 1만원 이상을 결제하면 2000원을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포인트는 이벤트 종류 후 9월 15일 문자로 일괄 발송된다. 포인트를 통해 네이버페이 결제 시 사용할 수 있고 기프티쇼, 네이버뮤직, 네이버 영화·방송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때도 쓸 수 있다. 케이뱅크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제휴처와 연계해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간편결제·송금서비스가 없는 만큼 네이버페이와의 연합을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케이뱅크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카카오페이 또한 다양한 서비스가 기대된다. 카카오뱅크가 직접 간편결제·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카카오 내 은행, 결제·송금 등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

 

#편리함을 원한다면 토스

다른 것보다는 ‘간편송금’이라는 말 그대로 편리함을 추구한다면 단연 토스가 좋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데는 그만큼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 토스 주계좌에 금액 충전 후 송금을 한다면 수수료가 모두 무료로 적용되기 때문에 다소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금융사와 제휴를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주계좌 충전은 월 3회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계좌부자라면 페이코

페이코는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대비 간편송금 서비스 후발주자임은 물론 송금수수료가 무제한 무료는 아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페이코는 토스와 함께 가장 많은 금융사들이 제휴돼 있어 편리한 점은 있다. 하지만 페이코의 가장 큰 특징은 한 계정에 여러 은행 계좌를 등록해 이용할 수 있는 한편, 은행당 1계좌만 가능하다. 여러 은행의 계좌를 반드시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페이코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간편송금과 P2P금융의 만남… 시장 재편의 시작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7월 17일 금융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 ‘핀다’와 제휴해 이용자의 전월 카드 사용 내역을 알려주는 ‘지난달 카드값’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에 앞서 토스는 6월 9일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담보 P2P대출 플랫폼 테라펀딩과 서비스를 연동했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토스’가 단순히 간편 송금 서비스만 집중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는 이 업계에서는 익숙했던 것”이라며 “기존 시중 금융사들과 연계를 통한 서비스만을 제공할 것이라면 단순 하청업체에 지나지 않겠나”며 반문했다. 그는 이어 “금융업 지각변동은 이제 시작이며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가 최고의 금융사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핀테크의 출발점은 기존 금융사들이 가지고 있던 업무의 ‘독점권’을 파고드는 형태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 P2P금융에서 규모가 커지는 쪽은 신용 P2P가 아닌 부동산 담보 P2P다. 실제로 P2P대출플랫폼의 지난해 누적대출중개액 월별 추이를 보면 테라펀딩, 8퍼센트, 빌리 등 부동산전문 혹은 부동산으로 확대하는 쪽이 렌딧, 어니스트펀드, 펀다 등 신용대출 중심 P2P업체들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토스가 수많은 P2P업체 중 테라펀딩과 손을 잡은 이유는 규모 측면도 있지만 시장흐름 측면에서도 옳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P2P금융에서 부동산 등 여타 부문으로도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상품들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결제가 보편화되고 이러한 결제서비스 업체들은 앞다퉈 송금서비스로 확장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P2P금융플랫폼으로 그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향후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함은 물론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금융서비스의 확장성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카카오뱅크의 출범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카카오뱅크의 예금·대출은 기본이고 주주사와 연계한 다양한 혜택은 물론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송금서비스도 이미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적극 이용한 서비스라고 하니 접근성 측면에서는 최고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능사는 아니다. 일반인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P2P대출=중금리대출’이지만 실제 구조를 보면 P2P대출은 펀드 등 투자에 더 가까운 증권업 형태를 띠고 있다. 물론 카카오뱅크가 P2P금융을 직접 혹은 제휴를 통해 그 영역을 더 확대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P2P금융은 예금, 대출, 결제, 송금 등과 다르게 투자의 영역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