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뇌동맥류는 심장에서 뇌로 이어지는 머릿속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뇌동맥의 혈관벽이 약해지고 구성 성분이 손실돼 약해진 부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크기가 5mm가 넘어가면 1년에 1%씩 파열 위험이 증가한다.

환자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전조증상이 없어 머릿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시한폭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제로 90% 정도가 파열된 후 발견된다. 출혈 순간 극심한 두통과 구토, 뒷목이 뻣뻣한 증상이 나타나며, 뇌압 상승으로 인해 의식 저하 또는 혼수상태 등 갑작스러운 징후를 경험하게 된다.

파열 후에는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해 3분의 1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생존하는 경우에도 중증 장애 발생 비율이 매우 높다. 지주막이란 사람의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 중 가장 바깥에 있는 경막과 가장 안쪽에 있는 연막 사이에 있는 중간 막을 지칭하는데,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 있는 공간이 바로 지주막하 공간으로, 뇌의 혈액을 공급하는 대부분의 큰 혈관이 지나다니는 통로이다. 따라서 뇌동맥류 파열 등 뇌혈관에서 출혈이 발생하게 되면 가장 먼저 지주막하 공간에 혈액이 고이게 된다.

뇌동맥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지만 최근 뇌동맥류 발병과 관련된 위험인자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

韓 고령, 여성, 고혈압 지주막하출혈 발병 높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택균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관하는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전 국민에 대한 대표성을 지니는 약 1백만명의 의료 이용 정보를 9년간(2005-2013년) 추적 관찰했다. 이를 통해 교수팀은 뇌동맥류가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서 발생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실시했고, 뇌동맥류 발병과 관련된 위험인자를 확인했다.

그 결과 9년간의 관찰기간 동안 약 100만 명중 1960명이 지주막하 출혈로 진단됐으며, 2386명이 미파열성 뇌동맥류로 진단됐다. 이를 통해 국내 뇌동맥류의 표준화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1년에 52.2명, 지주막하 출혈의 발병률은 23.5명임이 확인됐다.

▲ 성별/연령대별 지주막하출혈 발병률, 발병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여성의 경우 60-69세, 남성의 경우 70-79세이다. 출처=분당서울대학교병원

또 뇌동맥류 발병에 있어 연령이 매우 중요한 인자로 확인됐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뇌동맥류 발병위험도가 1.56배 높으며, 정상 인구에 비해 고혈압 환자는 1.46배, 심장질환자는 2.08배,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1.77배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김택균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지주막하출혈의 역학정보는 국가별로 매우 상이한데,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의 지주막하출혈 발병도가 핀란드, 일본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과도 직결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위험인자를 지닌 사람은 선별검사 필요성에 대해 뇌혈관질환 전문가와 미리 상의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는 직계가족 중 2인 이상 가족력 있을 때만 현재 뇌동맥류 선별검사는  권유를 하게 된다”며 “여성, 고혈압환자, 심장질환자 및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뇌동맥류 발병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향후 고위험군 환자의 뇌동맥류 선별검사를 개정하고, 맞춤의학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뇌동맥류’ 확정 받아야 선별검사 급여 적용, 가격 차이는?

현재까지 뇌동맥류 선별검사 급여 적용은 제한적이다. 보통 뇌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을 방문하면 보통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진행한다. 꽈리가 보이면 뇌혈관 조영술(뇌혈관 속에 조영제를 주입해 두경부의 혈관을 관찰하는 것)을 실시해 뇌동맥류를 확정 짓는다. 통상적으로 MRI와 뇌혈관 조영술 가격은 100만원대로, 뇌동맥류임이 확실해져야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보험 적용시 MRI는 40만~50만원대, 뇌혈관조영술은 70만원대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