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장항산단 A-2블록 탑상형 코너 세대 맞통풍 계획도. 출처=LH

# 얼마 전 한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A씨는 마음에 쏙 드는 전용면적 84㎡ 테라스형을 발견했다. 넓은 테라스가 서비스면적으로 갖춰졌으며 동일 면적대 다른 아파트보다 훨씬 넓어보여 개방감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타입이 테라스쪽을 제외하고는 맞은편 창문이 없어 통풍이 되지 않아 곰팡이가 생겨 고생을 했다는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

# 지난해 새 아파트에 입주한 B씨는 요즘 곰팡이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거실에 난 창문을 마주보고 주방쪽에 손바닥 만한 창문이 있어 환기 걱정이 없을 것이라 믿고 입주를 했다. 또 모델하우스 상담원이 환기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통풍에 문제가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주방쪽 창문으로 인해 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물론 매번 현관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있다.

아파트 공급 물량이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각 건설사들이 입주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특화 설계와 프리미엄 브랜드, 편의시설 등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아파트 물량이 대량 풀릴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토교통부 발간한 ‘2017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 전국과 수도권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각각 39만1000여가구, 18만여가구로 집계됐다. 이중 상반기 수치(전국 15만4729가구, 수도권 5만4094가구)를 제외하면 전국과 수도권 입주물량은 각각 23만6000여가구, 12만6000여가구에 이른다. 즉 하반기 전국 및 수도권 입주물량이 상반기와 비교해 53%, 1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들은 특히 2Bay부터 시작해 3Bay, 4Bay까지 특화 설계를 내세우는 아파트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서 Bay(베이)란 건물의 기둥과 기둥사이 공간 중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을 뜻하며 거실창을 기준으로 거실창과 같은 방향에 위치한 방이 몇 개인가에 따라 2Bay(투베이), 3Bay(쓰리베이), 4Bay(포베이)로 구분된다.

최근 분양에 나선 아파트들은 대다수가 거실을 기준으로 같은 방향에 방이 3개가 있는 4Bay로 구성되는데 해가 잘 들고 통풍이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통풍’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데 거실창과 마주보는 곳에 창이 나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곰팡이가 생기거나 한겨울와 여름철 현관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하기도 한다.

▲ 맞통풍을 강조한 GS건설의 평택 자이더익스프레스3차 평면도. 출처=GS건설

오는 2020년 2월 입주예정인 한 아파트 단지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50대 내방객은 “맞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 구조”라며 “내부 환기 시설이 아무리 잘 구비돼 있어도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맞통풍’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실제 맞통풍이 되지 않는 구조의 아파트에 거주한 입주민들과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현재 건설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선보이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특화설계, 입주민 편의시설보다 ‘통풍’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구식 판상형(모든 가구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자 형태’) 아파트 단지에서 대부분의 고층 아파드들이 타워형(위에서 바라 보았을 때 ‘+, Y, ㅁ모양’을 띄고 있는 아파트)으로 건축되고 있는 추세다. 타워형은 판상형 아파트들 보다 통풍과 환기가 떨어지는 편으로 오히려 옛날식인 판상형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타워형에 거주하고 있는 한 거주자는 “베란다와 방이 다 한 방향으로 배치되고 부엌이 반대쪽으로 위치하고 있어 세련미는 있으나 부엌 쪽에 창이 없어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다”며 “구식 판상형 아파트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