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한국닛산

닛산 캐시카이. 차명은 이란의 한 유목 민족의 이름에서 따왔다. 2007년 처음 출시됐다. ‘도심형 SUV’를 지향, 젊은 세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했다. 자유를 추구하고 도전을 즐긴다는 콘셉트를 지녔다. SUV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패밀리카의 역할을 병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다. 유럽 내 SUV 판매 순위 1위를 꿰찼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200만대를 넘겼다. 작년 말부터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2세대 모델이다. 1.6리터 디젤 엔진과 무단변속기(CVT)를 조합한 차다. 한국닛산이 국내 시장에 들여온 첫 디젤 차량이기도 하다.

 

▲ 사진 = 한국닛산

세그먼트 파괴. 콤팩트 SUV의 진화

닛산 캐시카이를 시승해봤다. 외관은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앞서 2007년 나왔던 1세대 모델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사들이 캐시카이의 디자인을 벤치마킹하며 해당 세그먼트에 진입했을 정도다. 닛산은 캐시카이를 두고 ‘차세대 SUV 디자인의 선구자적 모델’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2세대 모델은 완성도를 보다 높였다. 전면부에 V 모양으로 자리 잡은 ‘V-모션 그릴’이 포인트 역할을 한다. 이 선은 보닛 위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를 통해 바람을 가르는 듯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리어램프는 부메랑 형태로 제작돼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개성이 넘친다. 닛산 쥬크만큼 톡톡 튀지는 않지만, 충분히 자기만의 색깔을 지녔다.

▲ 사진 = 한국닛산

전체적인 비율은 ‘와이드 앤 로우’를 추구한다. 1세대 모델 대비 전장은 47㎜, 전폭은 23㎜ 늘리면서 전고를 16㎜ 낮췄다. 차체가 낮아졌지만 헤드룸은 10㎜ 늘렸다. 숄더라인이 뒤쪽으로 갈수록 급격히 높아져 단단한 체형을 완성한다. 측면부 라인이 상당히 볼륨감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후면부 디자인은 날렵함보다는 안정감에 초점을 맞춰졌다는 해석이다. 중형 SUV의 ‘뒤태’를 보는 듯 강인한 그림을 보여준다. 외관 색상은 5가지를 제공한다. 펄 화이트, 건 메탈릭, 새틴 실버, 펄레슨트 블랙, 잉크 블루 등이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공기저항계수도 획기적으로 낮췄다. 루프 스포일러와 평평한 하부 디자인 등을 적용한 탓이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떨어뜨리고 연료 효율성도 향상했다.

▲ 사진 = 한국닛산

제원상 크기는 전장 4380㎜, 전폭 1805㎜, 전고 1590㎜, 축거 2645㎜다. 현대차 투싼보다 전장 95㎜, 전폭 45㎜, 전고 55㎜, 축거 25㎜가 각각 짧은 정도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 포지션이 꽤나 넓다는 느낌이 든다. 널찍한 시야, SUV의 장점이다. 계기판 중앙에는 5인치의 컬러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등 정보를 전달해준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구성은 간결하다. 소재 선택도 무난하다. 운전석은 전동석 시트가 달렸지만 조수석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세그먼트를 파괴할 정도로 높은 공간 활용성을 지닌다. 1세대 모델 대비 뒷좌석 레그룸을 15㎜, 헤드룸을 10㎜ 각각 늘렸다는 게 한국닛산 측의 설명이다. 패밀리카로 사용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트렁크는 430리터의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공간 활용성 향상을 위해 ‘듀얼 플로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2개의 양면 패널을 이용해 트렁크 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수직으로 끼우면 쇼핑백을 넣기 좋은 공간이 되고 바닥에 깔면 큰 물건을 싣기 편하게 되는 식이다. 최대 16가지로 트렁크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운전석 옆 콘솔박스도 6.1리터의 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물건을 수납하기 편리했다.

 

▲ 사진 = 한국닛산

도심 주행 효율성-다이내믹 퍼포먼스 ‘다 잡았다’

캐시카이는 직렬 4기통의 1.6리터 dCi 엔진을 품었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발휘한다. 무단변속기인 엑스트로닉 CVT가 탑재됐다. 신속한 반응 속도와 매끄러운 가속 성능을 제공한다. 페달을 밟아봤다. 꽤나 효율적인 몸놀림을 보여준다. 낮은 rpm 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중·저속 구간이 많은 한국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셈이다. 코너링 능력이 꽤나 인상적이다. SUV의 단점으로 지적되기 쉬운 ‘쏠림 현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차체 높이를 낮춰 무게중심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액티브 컨트롤’ 시스템도 장착됐다. 코너를 돌 때 무게중심이 쏠리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 바퀴에 가해지는 제동장치의 압력을 달리 해주는 기능이다. 차가 지면에 잘 달라붙도록 해준다.

노면의 충격을 완화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서스펜션은 물렁한 편이다. 시승감이 전체적으로 부드럽다.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이 떨어질까 염려됐지만,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정차 상태에서 엔진 소음이 크게 유입되지 않는다. 주행 중에도 소음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대신 140㎞/h가 넘어가자 풍절음이 다소 크게 들렸다. 주행 모드는 노멀과 스포츠 2가지를 제공한다. 노멀 모드는 도심·저속 주행에 적합하다. 가벼운 핸들링을 돕는다. 스포츠 모드는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을 통해 묵직한 느낌을 구현해준다. 운전의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다.

▲ 사진 = 한국닛산

3000만원대 소형 SUV임에도 첨단·안전 사양이 대거 장착됐다. 유럽의 안전도 평가 기준인 유로 엔캡(Euro NCAP)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하며 높은 안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전방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은 실제 주행 시 매우 유용했다. 레이더 시스템을 통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이다. 간격이 가까우면 경고음이 울린다.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차량이 저절로 속도를 줄인다.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과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도 장착됐다. 와이드 앵글을 이용해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이미지를 구현해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갖췄다. 좁은 길을 지나거나 주차를 할 때 활용도가 높다.

이 차의 공인복합연비는 15.3㎞/ℓ다. 도심에서 14.4㎞/ℓ, 고속에서 16.6㎞/ℓ의 효율을 낸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연비를 측정해봤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서울 시내에서 약 30㎞, 통행이 원활한 고속도로에서 약 70㎞를 달렸다. 계기판에 표시된 실연비는 14.8㎞/ℓ. 성능 테스트를 위해 차를 다소 거칠게 몰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도심형 SUV를 표방한 만큼 시내에서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성능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차라는 총평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요소들을 두루 갖춘 만큼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은 3050만~3790만원이다. 9월 현재는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2990만~3750만원의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