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와 알리바바그룹의 출발점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영역으로 조금씩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그들은 거래의 필수요건인 ‘결제’의 영역에서 맞붙는다. 1위는 공존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진정한 강자는 누구인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숙명의 라이벌. 근본부터 다르다. 이제 한판 붙어보자.

텐센트 ‘꽌시문화’ VS 알리바바 ‘상인정신’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중국을 대표하는 IT 공룡기업이다. 대표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두 기업의 성장배경은 분명 다르다.

텐센트는 게임, 메신저 등 ‘버츄얼(virtual, 가상세계)’ 산업을 기반으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중국 문화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꽌시’가 텐센트의 시세 확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꽌시(關係)’란 우리나라 말로 관계를 뜻한다. 중국인들은 인적네트워크 중심의 ‘꽌시 문화’를 매우 중요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배경에는 넓은 지역과 많은 인구는 물론 약 50여개가 넘는 민족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너무 많은 사람과 다양한 특성 때문에 쉽사리 새로운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집단 내에서는 철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만 집단 외부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 위챗의 QQ와 연동 기능. 이를 기반으로 텐센트의 사업영역은 거미줄처럼 확장됐다. [출처:KT경영경제연구소]

중국의 제 1메신저로 자리잡고 있는 QQ는 텐센트의 대표메신저 플랫폼으로 ‘꽌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PC기반의 메신저+SNS 형태로 이를 이용하는 모든 중국인을 '꽌시'로 연결한 서비스다. QQ메신저의 위력은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당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쓰촨성 대지진 소식을 현지에 있는 QQ메신저 사용자들이 현장의 소식을 전했고 이는 빠르게 확대돼 언론의 보도조차 QQ메신저 소식통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베이징올림픽 올림픽 당시 성화가 도착했을 때 1만명의 유학생을 서울에 모이게 해 QQ의 위엄을 과시했다.

텐센트 서비스의 대부분은 QQ의 파생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QQ 사용자를 통해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부가적인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텐센트 성장의 원동력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QQ의 월활성사용자(MAU)는 8억명을 넘어섰다. 이중 모바일로 접속하는 약 5억2000만명에 달한다. QQ 실시간 사용자 수는 2억명에 달하며 중국내에서는 QQ ID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정도의 위상을 지니고 있을 정도다.

▲ 중국 모바일 게임 순위 PC뿐만 아니라 모바일도 텐센트는 언제나 상위권이다. 웹젠도 한 때 텐센트의 힘을 빌었다. [출처:KTB투자증권]

또한 텐센트의 ‘위챗 게임하기’ 출범 전 불거졌던 ‘진입장벽’을 통해 텐센트가 ‘꽌시’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위챗은 텐센트가 개발한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로 국내의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서비스다. 지난 2013년 8월 텐센트는 위챗을 통해 게임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보다 앞선 3월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텐센트가 위챗 게임하기 플랫폼에 대한 보안 강화를 위해 사내 직원들에게 외부협력업체와의 미팅을 자제할 것으로 요청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당시 ‘위챗 게임하기’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텐센트는 이른바 ‘꽌시 문화’를 이용해 접촉을 차단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텐센트 먹여 살리는 두 공신. 플랫폼이 갑이라는 것도 증명했다. [출처:DBS증권]

당시 서비스 2년만에 사용자 수 3억명을 돌파한 위챗의 위력을 감안한 게임업계는 위챗 게임하기 라인업에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일각에서는 위챗 게임하기 라입업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에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실제로 텐센트 CEO인 마화텅은 당시 본인이 직접 라인업 대상을 물색하고 해당 업체들에게 까다로운 요구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게임 순위. 텐센트가 지분을 소유한 CJ넷마블게임즈에 눈이 간다 [출처:KTB투자증권]

‘꽌시 문화’는 시진핑 주석 부임 이후 중국 정부가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의 시책 및 인허가 이슈에 있어서 핵심요소다. 텐센트는 이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고향인 절강성은 절강상인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절강상인들이 모인 절강상회는 온주상인연합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중국 최고의 상인연합회로 꼽힌다. 중국인들은 절강상인들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강하게 하며 쉬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그들의 놀라운 투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상인’이라는 명칭이 따라다녔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 중국 절강성. 이곳에서 상인정신으로 무장한 절강상인들은 상거래의 달인. 중국과 세계 각지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마윈은 이곳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출처:위키백과]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절강성 항저우 역시 절강상인의 도시로 유명해 마윈=절강상인, 알리바바=상거래의 뗄 수 없는 운명이 현재의 알리바바를 만들어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절강상인 마윈’은 절강상인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알리바바 창업 당시를 돌아보면 절강성의 은행과 자본가들은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는 전자상거래를 모태로한 알리바바가 출범 당시 ‘꽌시 문화’의 선택을 받지 못했음을 뜻한다. 중국 상거래에서 신뢰가 없으면 ‘꽌시’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윈은 이를 무시하듯 알리바바를 통해 절강상인의 상징인 ‘상거래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꽌시 문화’를 고려한다면 알리바바는 실패했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 거래한다는 것은 ‘꽌시 문화’와 대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리바바 사이트는 오픈 후 업체간 정보 교류만 있었을 뿐 어떤 상업행위도 발생하지 않는 단순 커뮤니티 사이트에 지나지 않았다.

▲ 알리페이-에스크로 결제 서비스 흐름도. 알리바바 성장의 Key역할을 한 '알리페이' 마윈의 상인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출처:IBK투자증권]

이러한 상황에서 마윈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서로 간에 신임이 없으면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중국 사회에서 알리바바가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중계자 역할을 한다면 알리바바의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그림이다. 절강상인은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지 않고 다만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다(不求最好, 只求最配)’는 상인정신으로 무장돼 있다.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다’는 절강상인의 기질이 마윈을 통해 드러난다. 이에 지난 2004년 알리바바그룹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즈푸바오(알리페이)가 신뢰 역할의 선봉장으로 출범하게 됐다.

어떤 환경적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가 시장을 개척하고 만드는 상인정신이 알리페이를 탄생시키고 이는 알리바바의 본격 성장을 알렸다. 이후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 시작하면서 상인정신이 역으로 ‘꽌시’를 이끌어낸 알리바바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중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성장 배경이 다르다는 점은 향후 두 공룡기업 간 경쟁에 있어서 주목할 요소다.

텐센트, 알리바바 성장의 비밀 ‘무한 경쟁’ 그리고 ‘공생’

지난 1월 로이터통신은 텐센트와 알리바바그룹이 지난해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에 투자한 자금규모가 80억달러 이상이 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성장할 때까지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물론 중국 최대 포털업자인 바이두 간 중복되는 사업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쇼핑에 이은 식당 예약 그리고 각종 문화 컨텐츠 등 생활에 밀접한 분야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되는 시대가 오면서 서로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시대가 산업의 경계와 영역을 허물고 보다 다양한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이는 기득권을 가진 주체에게 위협이 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주체는 해당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맞붙거나 다른 영역으로 확대를 해야만 한다. 모바일 시대가 촉발시킨 영역 없는 전쟁의 시작인 것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러한 시대적흐름을 알고 격변하는 시장속에서 방어와 공격을 적절히 수행하며 성장해왔다.

실제로 텐센트와 알리바바그룹은 상대방에 비해 약한 부분들을 강화해 나가며 함께 경쟁을 하고 있으며 이는 두 기업의 인수합병(M&A)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3년 4월 알리바바그룹은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 대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의 지분 18%를 인수했다. 이후 텐센트는 알리바바그룹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쇼핑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중국 2위의 B2C 온라인 쇼핑몰인 JD.com의 지분 15%를 확보했다. 게다가 두 기업은 지난해 민영은행 사업자로도 선정돼 향후 금융업을 둘러싼 경쟁도 예상된다.

이미 ‘돈’에 관한 두 기업의 견제심리는 ‘훙바오(紅包·세뱃돈) 전쟁’을 통해 나타났다. 이어 텐센트는 안정성을 내세워 위챗 내에서 알리바바 계열사의 음원 공유서비스를 차단하는 등 견제는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무한 출혈경쟁을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난 14일 중국의 대표 택시예약앱인 디디다처(嘀嘀打车 Didi Taxi)와 콰이디다처(快的打车 Kuaidi taxi)’가 전략적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IT조사업체인 이관(易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 택시 앱 누적 이용자는 1억7200만명에 달한다. 이중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의 점유율은 각각 43.3%, 56.5%에 달하며 양사의 시장점유율 합은 99%에 육박해 사실상 시장 전체를 아우른다고 할 수 있다.

두 기업의 합병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디디다처는 텐센트, 콰이디다처는 알리바바가 각각 투자한 기업으로 경쟁을 벌이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연합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합병 배경에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99% 시장 독점을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택시 호출앱의 뚜렷한 수익모델 부재로 인해 두 기업이 출혈경쟁을 지속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렇게 두 기업은 경쟁과 공생속에서 그들의 몸집과 영역을 키웠다.

▲ 2015 중국 기업브랜드 가치 순위 Top 10.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알리바바는 여전히 Retail(소매업)으로 표기돼 있는 것이 특이하다. [출처:밀워드 브라운]

지난 1월 시장 조사기관인 밀워드브라운(Milward Brown)이 영국의 WPP와 함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 기업브랜드가치 규모는 텐센트가 1위, 알리바바는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줄 곧 1위 자리를 고수했던 차이나모바일을 꺾고 두 기업이 상위권에 오르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브랜드 가치 상승률로 보면 텐센트는 전년대비 95% 올랐으며 알리바바는 단숨에 2위권으로 진입했다. 중국 3대 IT 공룡기업 TAB(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의 한 축인 바이두 또한 같은 기간 55% 큰 폭으로 상승해 5위에 랭크됐으나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브랜드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각각 660억달러, 597억달러를 기록한 것 대비 바이두는 309억달러로 나타났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두는 뒤로 밀려난 모양세다.

텐센트 브랜드가치의 상승 이유는 모바일메신저 위챗과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 두기업이 중국 기업브랜드에서 나란히 1, 2위를 기록한 배경에는 상대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유발한 기업 인수합병(M&A)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의 브랜드로 부상한 가운데 두 기업의 브랜드 범주가 눈에 띈다. 텐센트는 기술(Technology), 알리바바는 소매업(Retail)으로 명시돼 두 기업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이제는 같은 영역에서 서로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꽌시’가 만들어 낸 ‘결제전쟁’...유저(User)가 답이다

국내의 경우 신용카드가 보편화돼 있고 대금지급결제 및 상품 배송 등 온라인 쇼핑이 정착단계에 있어 결제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반면,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 쇼핑의 활성화를 위해 안정성이 보장된 결제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를 충족시킨 것이 현재 중국 내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50% 점유율을 차지하는 알리페이다.

알리페이는 구매자의 결제대금을 제 3자에게 예치하고 배송이 완료될 경우 대금을 판매자에게 송금하는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다. 알리페이는 ‘꽌시’의 배경에 깔린 신뢰 역할을 대신해 거래를 활성화시켰고 현재 마윈과 알리바바를 세계에 알린 주역이 됐다.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이 포털을 이용한 검색을 통해 구매 상품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에 반해 중국은 결제안정성을 중심으로 신뢰를 얻는 것이다. 즉,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포털을 중심으로 성장한다면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은 결제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 텐페이. 알리페이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QQ의 '꽌시'를 믿는다 [출처:KT경영경제연구소]

알리페이가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을 무렵, 텐센트의 전자결제시스템인 텐페이는 지난 2005년 9월에 후발주자로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텐페이는 주력 플랫폼인 QQ, 위챗 등의 ‘꽌시’를 기반으로 결제점유율(약 20%) 2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 2013년 쇼핑 서비스인 웨이신 쇼핑을 출시해 플랫폼을 통한 소비 시장과의 접점을 찾으며 결제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기업은 왜 결제시장에 집중하는 것일까.

모든 상품과 서비스 거래의 핵심은 결제다.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거래에 이은 결제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상대방과의 신뢰는 중국 문화, 산업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의 합병 발표에도 불구하고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결제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즉,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결제시스템 통합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 분야에 있어서 두 기업이 여전히 경쟁 상태에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결제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사용자의 습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모든 영역에서 똑같은 사업을 한다고 가정하자. 심지어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도 유사하다면 결국 소비자들은 복잡한 방법보다는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수단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두 기업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 관광객인 ‘요우커’를 공략하기 위해 텐페이보다 알리페이와의 제휴를 선호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50%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알리페이와의 제휴는 요우커들의 국내시장 소비증가로 이어질 확률을 높인다. 즉,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결제시스템은 업계와의 제휴를 통해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14억명의 인구와 ‘꽌시 문화’는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를 감안하면 시장지배력이 높은 알리페이가 텐페이 대비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훙바오, 음원 공유서비스 차단 등의 견제를 알리바바에 던진 텐센트에 ‘노심초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도 결제시장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알리바바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 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사이트 타오바오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60% 이상이 정품이 아닌 가짜 제품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을 기반으로 성장한 알리바바에 대해 소비자들이 신뢰를 져버릴 경우 이는 알리바바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 뒷일은 너희들에게 맡긴다

현재로선 두 기업 가운데 쉽사리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QQ등의 메신저 플랫폼을 십분 활용해 영역을 확대하는 텐센트와 상인정신으로 무장한 알리바바의 전혀 다른 성향은 향후 두 라이벌의 영역전쟁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두 공룡기업의 폭식, 경쟁 그리고 공생 뒤에 현대판 ‘적벽대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