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위기에서 변화의 길을 모색하라”

《권대우의 경제레터 ④-황소걸음처럼》
- 권대우 지음 - 가산출판 펴냄 - 1만2000원

발문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어질게 된 아내는 반드시 가족을 생각하고,
어지러운 나라에서 지도자가 된 재상은 백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같은 이치로 볼 때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2009년이 시작됐건만 나라 안팎으로는 여전히 ‘경제위기 국면’이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위기 상황일수록 자신을 변화시키며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곧 지금이다.
《권대우의 경제레터 ④ 황소걸음처럼》은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기업인들에게 수통의 편지를 통해 변화의 삶을 살도록 유도하고 있다.
저자인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은 “위기에 앞서 미래를 대비하려는 생존본능에서 시작된 자기 기록”이라고 경제레터를 소개하며 “다른 사람보다 1.3%만 달리 사고하며 하루를 보내자는 취지에서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이슈에 매일 의미를 부여한 게 경제레터가 나온 배경”이라고 말한다.
《황소걸음처럼》에서는 모든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의 조건에 대해 우선 설명한다.
행복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저자는 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친구의 사례를 통해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한 친구를 만난 저자는 면회 전에는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한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할까’, ‘표정이 많이 일그러져 있지는 않을까’, ‘혹시 실의에 빠져 인생 자체를 포기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까’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면회소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그의 친구는 오히려 당당했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었다. 뒤늦게 인생 공부를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
3평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 8명이 함께 사용하는 ‘감옥’이 자신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좋은 기회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처음엔 걱정할까 봐 그러는 것이겠지 저자는 생각했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그의 이런 생각은 달라지고 만다. 매일 계속되는 변기청소를 하면서 “나의 마음이 이처럼 깨끗할까” 스스로 반문해 보며 오히려 수감동료들 걱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 일을 저자는 행복이 자라는 땅은 바로 마음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황소걸음처럼》에서는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 CEO들의 사업전략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빌 게이츠의 청바지’라는 편지를 통해 복장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 대표적이다.
빌 게이츠는 외모에 신경을 쓰거나 외모에 투자하는 경영인이 아니다. 오히려 평소에 캐주얼 의상을 즐겨 입으며 남에게 편안한 인상을 주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신중한 의사를 표명하는 자리나 공식석상에서는 반드시 검은색 정장을 입는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회장에 나타난 빌 게이츠의 복장에 관한 일화는 유명하다. 전시회 현장의 그는 마치 관람객을 연상케 하는 평범한 캐주얼 차림이었다. 잠시 후 가정용 홈 서버 운영 시스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역시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남다른 옷차림 전략인 복장경영 때문에 ‘골든 블랙슈트’라는 닉네임을 갖게 됐는데, 그의 복장연출은 명석한 두뇌로 짜내는 다른 사업전략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비즈니스 전략이었다.
빌 게이츠는 이처럼 보통 때는 그냥 수수하고 편안하고 있는 그대로의 복장을 한 채 이야기하는 콘셉트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고객과 대중 앞으로 다가간다는 것이다. 자유분방한 소프트웨어 기업, 창업 기업의 이미지는 어쩌면 빌 게이츠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하나의 거대한 놀이방, 감각의 놀이터나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장에 관한 규율도 없고 식당을 제외하곤 맨발로 다니든 말든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책임질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복장 자율화 한 가지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작은 변화가 생각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판에 박힌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소득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의 사례를 통해 자율과 창의를 존중한 사소한 부분의 변화가 결코 사소한 게 아님을 언젠가는 결과가 증명해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은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또 악성 베토벤의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던져주기도 한다.
베토벤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경받을 작곡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위대한 음악가다. 그러나 그는 부모의 복은 타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끝까지 부모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인다.
베토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음악가인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특히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천재적인 소질을 과시하기 위해 4세 때부터 과중한 연습을 시켰으며 이 덕분에 7세 때 이미 피아노 연주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베토벤의 생애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병환으로 숨을 거두자 홀아비가 된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살림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귓병 때문에 절망한 그는 두 동생 앞으로 유서를 쓰며 귓병의 고통을 토로했고 그때부터 두문불출, 외부와의 접촉도 기피했다.
베토벤을 특히 많이 괴롭힌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 그의 아버지는 베토벤에게 음악을 지나치게 강요했다.
아들의 장래보다는 자신의 상실된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
자식에게 음악을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목적보다는 자신을 위한 목적에서 음악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베토벤이 9세 때 더 이상 그를 가르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신의 술친구인 삼류 음악가를 데려다 음악을 가르치곤 했다.
술친구와 밤늦게 술을 마시다 집에 돌아와서는 잠자는 베토벤을 난폭하게 깨워 괴롭히기도 했다. 때로는 아침까지 피아노를 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베토벤이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은 대단했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되지 않도록 동생들과 함께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이 같은 행동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은 평생 아버지에 대해 한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아버지를 험담하면 격렬하게 부정했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생애, 특히 그가 부모를 대하는 이 같은 모습을 되새기면서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를 떠올려보도록 저자는 독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어질게 된 아내는 반드시 가족을 생각한다는 것,
어지러운 나라에서 지도자가 된 재상은 백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 역시 같은 이치로 보는 시각인 셈이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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