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및 책임연구원을 거쳐 미국과 일본의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몰입: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이 있다.



휴넷CEO포럼이 지난 10월13일 개최한 제21회 월례 조찬회에서 황농문 서울대 교수가 ‘몰입과 기업경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몰입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몰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몰입의 장벽 때문에 그렇다.

프리만 다이슨이라는 물리학자는 “자연스러운 몰입이 시작될 때까지 견뎌야 한다. 일단 몰입에 들어가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거기 도착하기 위해서는 높은 장벽을 넘어가야 한다. 그전까지는 그저 순수한 고통일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나도 처음엔 힘들었다. 결국 몰입하기 위해선 슬로 싱킹(Slow Thinking)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됐다. 위기 상황에는 누구나 몰입을 한다.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몰입할 수 있는 방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몰입의 방법이 슬로싱킹이다. 슬로 싱킹은 명상과 생각을 배합한 것이다.

슬로 싱킹 훈련을 위해선 천천히 걸어가면서 혹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생각하라. 이 시간들은 어차피 버리는 시간이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생각에 몰입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는 일단 온몸에 힘을 빼고 편안한 의자에 최대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자세로 앉는다. 안락함을 방해하는 정도가 적을수록 올바른 방법이다. 가장 게으른 상태에서도 집중을 쉽게 할 수 있다.

심리학에는 여키스-도슨 법칙이란 게 있다. 문제가 쉬울 때는 긴장도가 높을수록 좋지만, 대부분의 과제는 너무 긴장하거나 늘어지면 안 된다. 하지만 어려운 과제일수록 긴장감이 낮을수록 좋다는 법칙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심, 걱정이 없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 방법을 쓴다.

걱정과 근심, 결과도 하느님에게 맡기고 내가 해야 할 몫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가장 잘하는 방법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내가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다. 걱정과 근심, 결과에 집착하면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한 대기업의 CEO는 스스로 몰입을 한다. 그는 일부러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데, 외국 출장을 갈 때 비행기에서 12시간 동안 생각만을 한다. 그는 그 시간의 몰입을 통해 회사 운영을 해나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주변에선 큰돈을 가지고 증권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가가 폭락을 하면 아무리 진정을 하려고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암에 걸리거나 심장마비에 걸리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다고 한다. 해답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으로 몰입을 시도한 첫째 날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잡념이 자꾸 방해를 하고 극도의 지루함을 느꼈다. 아무 성과 없이 발버둥만 치다가 하루가 다 간 느낌이었다.

둘째 날이 되자 잡념이 덜 생기고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각을 하다 졸음이 몰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별다른 진전 없이 둘째 날도 지나갔다.

셋째 날이 돼서야 완전한 몰입 상태에 도달했다. 잡념이 사라지고 문제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자동적으로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디어가 샘솟듯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몰입의 사례는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미 느껴온 것이다. 혼다의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는 《좋아하는 일에 미쳐라》라는 책에서 “엔진을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엔진이 돌아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두뇌를 자나 깨나 계속 쓰다 보면 결국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입 상태에 이르면 유용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문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 떠 있고, 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입력하면 문제해결 능력이 상승된다. 보통 때의 10~100배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아이디어 생성의 원리는 잠자는 시간이다. 앨런 홉슨이라는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는 선잠을 잘 때 장기 기억이 강화되고 반대로 단기 기억은 감소된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잠을 통해 장기 기억의 인출 능력이 슈퍼맨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에는 검색능력이 백치에 가깝다.

잠들기 전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장이 안 된다. 그래서 위대한 업적을 거둔 사람들 대부분은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잤다.

수면이 통찰력을 높인다. 그 문제를 생각하고 잠을 자면 통찰력이 3배로 올라간다. 특히 전반부 수면에서 창의성이 극대화된다.

잠자기 전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적어야
심리학에서도 “수면이 통찰력을 높인다”고 말한다. 그 문제를 생각하고 잠을 잔 후에만 통찰력이 3배로 올라간다.

<타임즈온라인>에도 “당신이 잠든 사이, 뇌는 창의성 발전소”라는 기사가 난 적 있다. 특히 전반부 수면에서 창의성이 극대화된다. 개인적으로도 저녁 9시쯤 자서 새벽에 깨면 그때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몰입된 상태에서는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 신념과 획신으로 가득 찬다. 여기서 오는 즐거움, 쾌감, 흥분은 열애의 감정과도 비슷하다.

특히 모두 잠든 고요한 새벽에 이 광활한 우주에 이 문제와 이것을 생각하는 나, 오직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충만하고 삶다운 삶이라고 느껴진다.

잠 잘 자면 기억의 인출능력 극대화
바둑기사 조치훈은 “나는 바둑 한 수 한 수에 목숨을 건다”고 말했다. 몰입의 자세를 잘 설명해 주는 말이다.

몰입을 하지 않았을 때는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몰입을 하면 하나하나가 목숨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다. 아마추어는 관심의 폭이 넓다. 선택과 집중을 못한다.

몇 달간 생각을 지속하고 있으면 마치 아이를 잉태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듯 몰입을 체험하면 삶이 바뀐다. 두뇌 활용을 극대화하면 주어진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만 든다. 문제를 푸는 것이 삶의 이유가 되고, 호기심이 극대화된다.

그 문제를 생각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이를 경험하지 못하고 인생을 보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 사고로써 해결하는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머리가 남보다 떨어진다고 해서 몸으로 때워서 경쟁하려는 패러다임은 버려야 한다. 더 많이 생각해서 앞서가려는 풍토가 필요하다.

선진국이 우리보다 생각에서 앞서가는데 이를 몸으로 때워서 경쟁하려 해서는 승산이 없다.

‘Work Hard’, ‘Study Hard’ 패러다임에서 창의성과 열정, 프로페셔널리즘을 유도하는 ‘Think Hard’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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