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모 포털 사이트에서 <트랜스포머 4>와 중국의 여배우인 ‘리빙빙’이 동시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던 적이 있다. <트랜스포머 4>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차기작이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리빙빙은 꽤 낯선 이름이다. 국내에서 중국권 영화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 지 오래인 탓이 크다. 어쩌면 작년에 개봉했던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 3D>에서 붉은 치파오를 입고 있던 ‘에이다 웡’을 연기했던 배우라고 하면 알아차릴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와 적어도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낯선 배우가 한데 이름을 올린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트랜스포머 4>에 리빙빙이 출연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네티즌들이 궁금증을 가진 나머지 검색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대체 왜 <트랜스포머 4>와 같은 대작이 아직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지 못한 배우를 캐스팅한 것일까? 이 또한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어떤 곳인가? 상업영화의 메카다. 그런 할리우드가 해외의 배우를 캐스팅할 때는 다른 걸 다 떠나서 산술적으로 득이 된다는 계산이 기저에 깔려있다. 리빙빙이 <트랜스포머 4>에 캐스팅된 배경은 성룡이나 이연걸의 그것과 다르다. 차이점이 무엇인지는 앞에서 쓴 ‘중국권 영화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 지 오래’라는 문장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 중국권 영화가 흥행에서 전방에 나서 활약하고 있는 국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변변하게 수입되는 영화도 극히 적다. 1980년대 또는 1990년대와 21세기에서 각각 중국권 영화가 차지하는 위상을 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몇 년 동안 할리우드는 리메이크와 리부트 그리고 소설, 만화 등의 원작을 가진 영화를 제작하는 데 몰두했거나 몰두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서 현재 할리우드에 불고 있는 최신 트렌드는 바로 중국과의 합작이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중국은 현존 최다 인구를 보유한 국가다. 당연히 할리우드로서는 이토록 무궁무진하고 잠재적인 시장을 좌시할 리 없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국의 인구가 약 3억1667만 명인 데 반해 중국은 자그마치 13억 명이 넘는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는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최소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이 금액은 사실상 블록버스터를 정의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캐나다의 인구는 동일한 자료를 기준으로 채 3,500만 명이 안 된다). 이상과 같은 수치를 그대로 중국에 대입하면 어떨까? 물론 문화의 저변과 배타적인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정비례하는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그만큼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만은 불변이다.

13억 명의 채 4%도 안 되는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얼마나 흥행하고 있는지를 보면, 중국은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고 있는 땅’인 셈. 북미와 기타 대륙의 영화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중국은 여전히 개척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도 커다란 유혹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중국시장이 가진 가능성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중국에서의 개봉을 시도하였으며, 올해 여름에 개봉하여 <설국열차>와 한국영화계를 이끌 전망인 <미스터 고>는 중국과의 공동제작을 통해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역시 중국의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미스터 고>는 최근에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동시에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공동제작이 주효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지금은 영화만 소재로 하고 있으나 어디 그뿐이겠는가? 자동차와 전자기기 등의 수출효자상품은 죄다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역시 중국의 거대한 시장규모가 가진 잠재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동일하다. 영화의 경우에는 매력만큼이나 난제도 부지기수인 중국시장에서 과연 할리우드와 충무로 모두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을지 지켜보자.

혹자는 이런 질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만큼이나 인구가 많은 인도는 어떨까?” 단언하자면 “꿈에서 빨리 깨는 것이 좋다”이다. 인도는 우리나라와 함께 할리우드에 맞서서 자국시장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고, 점유율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게 우월하면서 자국영화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소위 ‘발리우드’라고 하는 인도의 영화는 제작편수로 미국, 나이지리아와 함께 세계 3대 다작 국가 중 하나라는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할리우드가 발리우드에서는 본전도 못 건진다”는 말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