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주부들의 생각은 대부분 일치했다. 간단히 말해 “이제 집으로 재테크 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이번 ‘주부들의 뼈 있는 수다’에 참여한 4명의 주부는 하나같이 현재 집을 ‘주거의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현미 주부는 “부동산 재테크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앞으로도 집을 이용해 재테크를 할 마음이 없다”며 “현재 사 둔 집도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서 투자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가계경제와 더불어 재테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부들이 이를 가장 예민하게 감지한다. 유미현 주부는 “최근에는 부동산 매매가 안 돼 재테크를 하더라도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데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어 위험하다”며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기가 지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부들은 자녀 교육 문제를 부동산 재테크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겼다. 정은성 주부는 “이사를 가고 싶어도 아이 때문에 쉽지 않다”며 “집을 구할 때 무엇보다 아이의 교육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유미현 주부 역시 “재테크적으로 좋은 위치의 집보다는 아이가 생활하기 더 나은 환경인지를 우선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주부들과 의견을 함께했다.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 팀장은 “주택수요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경기 회복이 불확실하다”며 당분간 전반적으로 부동산 재테크 전망이 나쁠 것으로 예상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집값이 더는 오르기 힘들어 아파트가 투자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틈새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투자에 성공할 확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주부 대부분이 부동산 재테크에 부정적인 가운데 기회를 찾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구선 주부는 “아이를 키우는 주거 수단도 중요하지만 재테크 요소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며 “올해는 양도세나 취득세 등의 감면 혜택이 있어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해 다른 주부들과 의견을 달리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지만, 신중한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 팀장은 “부동산은 가계자산 보유 비중에서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이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확률이 높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이므로 비관론이 우세할 수 있으나,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듯이 부침은 있게 마련이고, 자산 선택을 금융자산 등과의 포트폴리오 배분을 통해 적절하게 유지하면 된다”며 발상의 전환을 역설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부동산에는 주택, 상가, 오피스텔, 오피스, 토지 등 종류가 다양하고 그중 주택도 아파트,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부동산 종류별 흐름과 시장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 자체가 가치 없다고 하기보다는 부동산 종류별 흐름을 파악하고 개별 물건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이 은행 예금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경쟁 상품 공급이 늘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지역별 특성을 잘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 팀장은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이제 없을 것”이라며 “위험요소와 단점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 여력자금으로 매입하는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피력했다. 김 팀장은 “수요 창출이 가능한 업무시설이 공급되는 곳이나 지하철 공사를 하는 인근지역을 선택해야 한다”며 “송파위례신도시,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사업 속도가 가시화된 강남권 재건축, 구역지정이 확실한 재개발 단지, 개통예정인 9호선 역사 일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개발 호재나 기대치만 놓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거나 보유자금을 초과하게 되면 향후 환금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수익형 부동산처럼 시세차익보다 일정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상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안 연구원은 “세종시처럼 이슈가 된 곳에 투자할 때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신도시는 모든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몇 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바로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특정 시점에 프리미엄이 붙는 등 가격 상승이 있다고 해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많아 막차를 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 팀장

주부들이 참고해야 할 ‘시장별 주택투자전략’은?

아파트 분양시장

지방에서는 공급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므로 지금부터는 새 아파트와 낡은 아파트 간 차이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경남 진주, 경북 김천, 충북 음성 등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에서 분양이 이루어진다. 대부분 지방지역에서는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검토해 볼 만하다. 수도권에서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중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서초 내곡지구의 분양이 본격화된다. 동탄 2신도시의 전체 공급물량은 11만5000호로 동탄 1신도시 4만1000호의 세 배 가까운 규모다. 실수요자 위주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위례신도시 내 성남시와 하남시에 소재한 물량의 분양도 시작됐다. 3개 시의 공동 관할인 만큼 체계적인 관리 여부와 교육, 교통 등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재건축 아파트시장

4.1대책 이후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했다. 일부 단지는 연초보다 매가가 1억원 정도 오르기도 하였다.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역시 투자기간이다. 언제 입주할 수 있을 것인가가 선택기준이 되어야 한다. 개포주공과 가락시영, 둔촌 주공 등 저밀도 단지는 사업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대략 앞으로 5년 전후로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압구정과 반포 지역, 잠실 5단지 등과 같은 중층ㆍ중대형 단지도 1:1 재건축 제도가 완화됨에 따라 단지별 사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대형 위주의 단지는 낡은 상태지만 거주가 가능하고 거주민의 대부분이 노년층이 많아 추진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주의할 것은 재건축 아파트 중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된 단지는 기존주택 양도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재개발 시장

서울시는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9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만큼 도심지 위주로 살아남을 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4월 서울시가 주민 합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구역은 상가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주거시설(상가동) 내 오피스텔을 10% 허용하고, 융자지원도 기존 11억원에서 30억원까지 늘렸다. 적극적인 사업추진 구역은 정부 등의 지원을 받아 사업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단독주택 시장

수도권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시장이 침체되는 와중에 단독주택지의 가격은 급등했다. 주로 부지가 도시형 생활주택 위주로 집중 개발된 결과다. 투자자는 높아진 가격으로 인해 단순 거주하는 수요조차 부담스러워졌다. 또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개발은 현재 단독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사업성 악화 등으로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