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 상황에서 법적 대응과 커뮤니케이션 대응은 양날이 선 검(劍)과 같아야 한다. 가능한 한 최고의 로펌을 고용하라.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팀과 그들을 한 몸으로 만들어 협업하게 하라. 로펌의 주장은 커뮤니케이션 팀을 통해 증명하고, 커뮤니케이션 팀의 주장은 로펌을 통해 검증하라. 거실과 법정에서의 공통된 승리를 위하여.

 

기업의 대형 위기 이후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소송이 진행되곤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로펌을 고용해 상담을 받고 위기관리 전반과 이후 소송에 대비한다.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대형 로펌을 선호한다. 평소에도 일상적 자문관계를 맺고 있었거나, 최고경영자(CEO)나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대형 로펌들을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고용하는 것이다.

중견기업이나 소기업의 경우 위기가 발생하면 대형 로펌을 고용할 만한 예산 여력이 없는 곳들이 많다. 결국 소형 법무법인이나 평소 알고 지내는 변호사들을 통해 위기관리를 진행하려고 시도한다. 대형 로펌에 비해 소형 법무법인이나 개인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위기관리에 적합하다, 적합하지 못하다는 일반적으로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로펌이나 변호사가 항상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지향하는 CEO들에게 ‘가용 예산 안에서 최고의 로펌 또는 변호사를 선택하라’는 조언을 종종 한다. 일부 중견기업들의 경우에는 ‘예산’이나 ‘전문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로펌이나 변호사를 고용하기보다, 지인에 의한 관계로 그들을 접촉하고 고용하곤 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우연히 그 로펌이나 변호사가 해당 위기 유형에 적합한 경험을 가졌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위기관리를 위한 조언이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지인을 통해 로펌이나 변호사를 고용하더라도 그들의 전문분야와 위기를 잘 연결, 비교해 봐야 한다. 또한 로펌이나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편이 아니다. 특히나 그들은 기업 위기 상황에서 기업 내부 의사결정자들이 집단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적절하고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한다. 자신들의 소송 대비 활동들을 클라이언트 사내 핵심 인사 일부에게만 상당히 비밀스럽게 제공하는 전략을 주로 쓰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다루는 정보와 자신들이 진행하는 업무 프로세스는 민감하고 비밀스러운 것들이어서 집단의사결정을 위해 여럿에게 공유하고 소통하는 재료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기업이 로펌이나 변호사들의 이러한 업무 방식 때문에 핵심 인사들과 법무 팀이 알고 있는 선별적 정보를 공유하며 전략적 위기대응 방안을 세세하게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 위기에서 법적 대응의 방향성과 주된 논리적 주장에 대한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들도 정할 수 있는데 이 기본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때도 그들의 타임라인이 제대로 공유되고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타임라인과 메시지 개발들도 상당히 어렵고 부실해진다.

위기 시 법적 대응 인원들과 커뮤니케이션 대응 인원들이 소통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입장들과 논리들로 산발적인 위기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대부분이 이 때문이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지향하는 CEO라면 로펌이나 변호사들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받은 내용들을 1차 최소한의 필터링을 거쳐 사내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에게도 정기적으로 공유해 주는 체계를 지원해야 한다.

절대로 법적 대응과 커뮤니케이션 대응 간에 괴리나 부조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특히 법무와 커뮤니케이션 관련 팀들이 ‘하나의 팀(one team)’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야 한다.

가장 좋은 로펌이나 변호사를 구하자.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그룹과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하자. 그들의 이야기를 커뮤니케이션 팀으로 하여금 사회적인 논리로 증명하게 하고, 커뮤니케이션 팀의 주장을 사전에 로펌으로 하여금 검증하게 하자. 로펌의 법리적 주장에는 자칫 사람이 들어 있지 않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팀의 사회적 주장에는 자칫 법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100% 신뢰하고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기보다, 둘을 합해 하나의 날 선 검을 만드는 것이다. CEO가 이렇게 만들어진 양날의 검을 지혜롭게 잘 부려야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