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국 역사를 다룬 영화 <젠궈다예(建國大業)> 포스터


“요즘 장사요? 빨간 것들 때문에 망했죠.” 지금 중국에서 서적·영화 등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근황을 물어보면 건국 전후 혁명을 다룬 역사물들에 완전히 밀려 영업을 못할 정도라고 한다.

한 영화업자는 영화를 개봉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강제로 내려야 했다고 입이 삐죽 나왔다.

서적도 마찬가지다. 책방에는 온통 빨간 표지의 책들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중국은 온통 홍색(紅色) 열풍이다.

홍색이란 중국 혁명을 의미한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해 중국의 올해 화두는 단연 ‘충성’과 ‘애국’이다. 10월1일 국경절을 맞아 홍색 열풍은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 건국 역사를 다룬 영화 <젠궈다예(建國大業)>는 홍색 열풍의 결정판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작된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온갖 화제를 몰고 다니며 흥행대박을 예고했다.

지난 9월16일 오후 2시 개봉하자마자 반나절 만에 1500만위안(약 25억6000만원)의 수익을 거두더니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수익이 1억위안(약 170억원)을 돌파하고 보름 만에 3억위안을 넘어섰다.

중국이 예상하는 <젠궈다예>의 흥행기록은 5억위안(약 855억원).
중국 영화로는 이미 최고 흥행기록을 깬 이 영화는 8일 현재 3억5000만위안(약 6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중국 내 최고 흥행 영화는 올해 여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트랜스포머 2>로 4억위안의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젠궈다예>의 제작사는 “이달 중순경 트랜스포머 2의 흥행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도 지난 1일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는 1945~49년을 배경으로 중국 건국 과정에서 발생한 공산당과 국민당 간 대결구도를 다루고 있다.

공산당과 국민당의 대결 등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마오쩌둥(毛澤東), 장제스(蔣介石), 저우언라이(周恩來) 등이 등장한다.

이 영화가 가장 관심을 끄는 이유는 중 화권 유명 배우가 카메오로 총출동한다는 것. 영화 곳곳에 청룽(成龍), 장쯔이(章子怡), 류더화(劉德華), 리롄제(李連傑), 량차오웨이(梁朝偉), 리밍(黎明) 등에다 영화감독 첸카이거(陳凱歌)와 펑샤오강(馮小剛)도 출연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 영화계에서는 일본군의 난징(南京) 대학살을 적나라하게 다룬 <난징!난징!>이 단연 화제였다.

이 밖에 건국 초기 시절을 다룬 <가오카오(高考)1977>, <티에런(鐵人)>이 상영됐고 <커아이더중궈(可愛的中國)>, <톈안먼(天安門)> 등 애국심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9월에 줄줄이 선을 보였다.

최근 개봉작은 <펑셩(風聲)>으로 1937~45년 항일전쟁을 다룬 스릴러 스파이 영화다. TV드라마와 연극에서도 홍색 열풍이 확인된다.

심지어 노래방에서조차 ‘궈쟈(國家)’, ‘다중궈(大中國)’ 등이 애창곡 리스트에 올라있다. 서점에서도 건국 60주년을 다룬 역사서나 혁명서가 주를 이룬다.

아예 빨간색 간판으로 특별코너를 만들기도 한다.
8일간의 연휴 동안 여행을 즐긴 중국인들로 주요 관광지가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올해는 특히 혁명 유적지로 향하는 발길이 늘었다고 한다.

중국에는 마오쩌둥의 생가와 무장근거지등 여러 혁명 관광지가 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