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런던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크레이그 반 그라스텍(Craig Van Grasstek)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오바마를 “수동적인 자유무역주의자(Passive Free Trader)”로 이름을 붙였다.

보호주의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피하려 하지만,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뜻이다. 오바마는 대선 운동 기간부터 취임 후 지금까지 통상정책에 관한 한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대통령 경선 초기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미국 100만명의 일자리를 상실했으며, 멕시코와 캐나다가 재협상을 반대하면 일방적 협상 철회(2008년 3월, 오하이오 유세)를 할 것”이라고 했고,

한미 FTA에 대해서도 “한국이 수십만 대의 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미국 차의 한국 수출은 수천 대로 계속 제한하도록 하는 협정은 현명한 협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2008년 6월, 미시간 유세)”고 한미 FTA를 비판하였다.

또한 대통령 당선 이후 영국 런던 G20 금융정상회의(2009년 4월)에서는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자유무역의 주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통해 모두가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며 자신이 자유주의자임을 확실히 하였다. 그러나 실제 정책으로 나타난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은 보호주의 정책 일색이다.

오바마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은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통과된 경기부양법에서부터 나타났다.

경기부양 예산으로 인프라 건설에 사용되는 철강재는 미국산만 사용하도록 한 Buy American(바이 아메리칸)법은 입법 초기부터 국제적으로 반발을 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Buy America 조항이 상하원을 통과하자마자 이를 즉시 사인했다.

제너럴모터스의 경우도 기존 미국의 자유경쟁과 적자생존 논리와 상반된 국가 산업 보호주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은 EU가 에어버스(Airbus)에 대해 지원하는 것을 자유경쟁에 위배된다고 비난해 왔으나, 도산 위기의 GM에 대해 500억불이나 지원함으로써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과거 미국의 주장대로라면 경쟁력이 약화된 기업은 도태되게 했어야 했다.

오바마의 보호주의 색채는 최근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로 더욱 명확해졌다. 올 4월 미 철강노조는 중국산 저가타이어 수입 급증으로 국내 7000여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특별세이프가드 발동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타이어 수입업자나 소비자들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행위나 미국 통상법을 위반한 사실도 없고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조치는 결국 타이어가격의 인상만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세이프가드 조치를 반대하였다.

노조의 편을 들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것인지, 소비자나 수입업자의 편을 들어 시장 개방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오바마의 최종 판정은 오바마의 향후 행보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결국 9월11일 오바마는 현재 4%인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35%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결정하였다. 보호주의 입장을 확실히 한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GATT 체제를 주도하여 자유무역의 흐름을 주도했지만 미국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보호주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1970년대 초 비관세 조치를 확대하고 통상법 301조를 신설해 신보호무역을 채택하였고, 80년대 초에는 수퍼 301조, 스페셜 301조, 자율수출규제 등의 조치가 등장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미국 경제가 2차대전 이후 최대의 곤란을 겪고 있는 지금, 미국의 보호주의 수위가 높아질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신승훈 워싱턴KBC 차장


앞으로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사양 산업이면서 동시에 노조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큰 철강, 섬유 등의 분야에서 미국 내 산업 피해를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 섬유 등은 아직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만큼 사전 예방과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