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구도(鷄鳴狗盜)

제나라의 맹상군이 왕명으로 진나라에 사절로 가게 되었을 때 진나라 소왕은 훌륭한 인물인 그를 두려워해 계략을 짜내 죽이려고 했다. 맹상군은 소왕의 애첩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했고 이 말을 들은 애첩은 맹상군이 가지고 있었던 호백구(여우겨드랑이 가죽옷)를 원했다.

그러나 맹상군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호백구 한 벌은 이미 진나라 소왕에게 바쳐서 수중에 없었다. 맹상군이 빈객들에게 대책을 물은 바 맨 아랫자리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앉아 있던 사람이 말했다.

“제가 개 흉내를 낼 줄 알고 도둑질도 잘 하는데 진나라 궁궐창고에서 호백구를 훔쳐오겠습니다.” 과연 그는 호백구를 훔쳐왔고 그것을 애첩에 바쳐 풀려나왔다.

또 맹상군은 달아나는 과정에 한밤중이라 굳게 닫혀 있는 함곡관의 성문에 도착했다. 첫닭이 울어야 문이 열리는데 빈객 가운데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빈객 중 하나가 닭울음 소리를 흉내내자 착각한 문지기들이 문을 열어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람들은 평소 귀한 재주, 천한 재주를 가리지 않고 개 흉내, 닭울음 흉내 내는 사람도 귀히 여겨 자신의 주위 빈객으로 삼은 맹상군의 지혜에 감복했다

김우일 우송대 경영학과 교수·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wikimokg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