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이 미래학자 롤프옌센과 미래경영환경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재계 그룹 총수들은 조언이 필요하면 누구한테 자문을 구할까?” 이 질문에 특별한 답은 없다.

그룹 총수들은 회사 조직 내 기획팀이나 조사팀을 주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국내외 권위 있는 유명 학자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에 학자들이 기업의 사외이사로 참여해 주요 경영안건에 대해 공식적인 자문역을 담당하기도 한다.

국내 주요 그룹 중에서도 학계 출신 사외이사가 많이 선임된 그룹은 삼성, LG, 현대차, SK, KT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기업 내 조직에서 획득한 정보를 적극 활용하기도 하지만 회사의 중요 안건에 대한 이사회를 개최할 때마다 학자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로 자수성가한 그룹 총수보다는 창업주에 이어 회사를 맡아 성장시켜 온 기업 총수가 학자들의 고견을 많이 청취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그룹 총수로는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있다.

자수성가한 그룹 총수들도 사외이사에 자신과의 친분이 있는 학자들을 영입해 기업 경영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본인의 경험치를 더 중요한 경영지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김준기 동부 회장과 강덕수 STX 회장이 대표적이다.
사외이사로 참여한 학자들과의 친분을 쌓는 사례도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경우로 최근 총리로 입각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포스코 사외이사였던 인연으로 정 회장과의 친분을 쌓았다.

포스코 사외이사에는 서울대 조동찬 교수, 이화여대 유장희 교수, 한림대 이영선 총장 등의 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정 회장의 학계인맥으로 통하고 있다.

자수성가 회장 중 김준기 동부 회장은 사외이사에 학자들을 기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려대 출신이어서 어윤대 고려대 총장, 송상현 서울 법대 교수 등이 학자 인맥이다.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룹 총수들은 어느 때보다 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움직임이 많다.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친분이 있는 학자들과 행사를 가지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해법을 제시받기도 하고, CEO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행사에 참석해 인맥을 넓히기도 한다.

대부분 그룹 총수와 학자 간 만남은 사적인 자리가 많아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최태원 SK 회장, 세계 권위 포럼통해 교분 쌓아
국내 재벌 총수 중에서는 세계경제포럼, 보아오포럼 등 세계 경제흐름 파악에 주력해 왔던 최태원 SK 회장이 학자와 가장 왕성한 만남을 갖는 CEO라 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세계 유수의 경제포럼과 세미나 등에 참석하면서 권위 있는 학자들과의 친분을 쌓으며 경영에 접목하려 애써왔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로버트 루커스 시카고대 교수와 조우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루커스 교수와 머리를 맞대고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루커스 교수의 시카고대 제자인 최 회장이 최근 국내 콘퍼런스 참석 등을 위해 방한했다가 이날 생일을 맞은 루커스 교수를 만찬에 초대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최 회장과 루커스 교수는 3시간여 동안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경제회복에 대한 전망, 한국 경제의 중장기 발전전략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루커스 교수는 시카고 학파 밀턴 프리드먼의 수제자로, 경제 주체들이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미래에 대한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합리적 기대가설’을 정립한 연구업적으로 1995년을 노벨상을 수상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학자들 목소리 경청에 열심
자존심이 강해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 김승연 한화 회장도 학자들에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그룹 총수 중 한명이다.

김 회장은 세계에서 권위 있는 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한화 드림콘퍼런스’라는 세미나를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김 회장은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한 덴마크의 저명한 미래학자 롤프 옌센과 ‘미래 경영환경과 기업전략’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김 회장은 롤프 옌센 교수와 미래 경영환경하에서 기업들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미래학자적 대처방안을 묻는 등 현 경제 상황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롤프 옌센은 엘빈 토플러 이후 미래학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드림 소사이어티》의 저자이기도 하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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