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대세론 여전한가

올 상반기 경기부진과 증시 변동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주가 주로 상장된 코스닥은 16%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새 정부의 친중소형기업 정책 덕분이다. 이에 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펀드 역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내내 강세를 보인 만큼 단기간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주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은 중소형주를 위한 시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3일 기준 코스피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20%인데 반해 코스닥은 10%를 훌쩍 넘긴 16.43%를 기록했다. 수익률 차이는 대형주와 중소형주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같은 기간 대형주는 -1.70%를, 중소형주는 각각 8.58%, 19.95%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닥은 지난 5년간 고점이었던 550포인트를 뚫고 올라가며 중소형주 대세론에 힘을 실어줬다. 대형주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으로 인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소형주의 평균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모든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이는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해 수익을 내는 중소형주 펀드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중소형주 펀드라고 해도 투자 종목에 따라서 많게는 30%까지 수익률이 차이가 난다. 또한 최근에는 중소형주의 강세가 상반기 동안 이어진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다.

투자 매력 높은 중소형기업 찾기 어려워

현재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중소형주 강세에 대한 우려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중소형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다. 최근 각광받았던 여러 테마 중 ‘모바일 시장의 성장’과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 등은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실현 가능성이 높은 성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저성장 구조가 이어지면서 이런 테마가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으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은 기대감만 높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투자 매력이 높은 중소형주의 부족도 문제다. 중소형주 펀드를 직접 운용하고 있으므로 매년 200~300회 가까이 기업 미팅을 하면서 새로운 중소형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투자 조건이 맞는 기업을 찾는 일이 매년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 인정할 만큼 안전한 중소형기업들은 이미 적정 가치를 받고 있다. 향후 중소형주의 강세가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때마침 디플레이션과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 이에 지금부터는 경기회복에 대한 관점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떠올려볼 만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글로벌 상품 시장에서는 지난 4월 중후반부에 키프로스 관련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금(GOLD)시장에서 패닉 셀이 나온 이후 센티멘털이 회복하고 있다.

미국의 주식시장에서도 대표적인 경기방어 섹터인 헬스케어의 주가수익률비율(PER)이 과거 PER의 상단 주변에 도달한 이후 밸류에이션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극에 달했던 4월 중후반부에 1.70%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2.15%까지 빠르게 오르면서 글로벌 자산들이 경기회복의 가시화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 각광받았던 중국 내수 관련주들의 PER 밸류에이션이 20~30배를 넘으면서 부담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데 반해 우량한 경기민감 대형주나 중소형주의 경우 과거 주가순자산비율(PBR) 하단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자산 시장의 흐름이 경기회복에 무게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시장도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투자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반기 조정 있을 수 있지만 강세 지속될 듯

특히 개별 경쟁력이 높은 중소형주를 찾는 게 하반기 중소형주 투자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상반기 빠르게 상승세를 보인 만큼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다. 글로벌 전체를 휩쓸고 있는 과도한 부채로 인해 2000년도 초반부터 보여줬던 레버리지를 바탕으로 한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 성장하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닌 이머징 국가이기 때문에 GDP 성장 대비 수요의 성장이 예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중국발 수요 기대감으로 있었던 과잉투자는 아직도 구조조정이 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되는 상황이다. 국내 역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중국의 산업수요 혜택을 많이 봤던 것만큼 과잉투자가 돼 있는 상황이라 구조조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더 많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역시 인구구조에서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이후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잠재성장률 역시 점차 낮아져 가는 상황이다.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돌파구는 브랜드 가치 향상을 바탕으로 한 소비재 아이템의 성장과 개별 기업들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신규 아이템 발굴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새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 벤처 진흥책 등은 적절한 조치로 여겨지며, 당장의 효과보다는 향후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저성장이 보편화된 우리나라는 향후 한 방향으로 성장이 쏠리기보다는 개별 경쟁력에 따라 기업 및 산업의 흐름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대형주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형주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 기법도 예전에 많이 적용했던 매크로를 기반으로 한 Top-down적 접근보다는 산업 및 기업의 개별 Bottom-up 분석으로 인한 투자 접근이 적합하다. 이와 같은 투자 스타일을 가진 펀드들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이므로 중소형주 펀드를 선택할 때 운용방법을 살펴보고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재원 IBK자산운용 주식운용팀 펀드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