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에 대한 나쁜 소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쁘다 하면서도 과자는 국민간식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나쁜 걸 알면서도, 비싼 걸 알면서도 소비자들은 과자를 원한다. 소비자도 웃고 제과 업계도 뿌듯한 ‘착한 과자’는 양자가 노력하면 가능한 현실이다.

지난달 안양에서 두부의 핵심원료인 콩과 두부를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와 설탕, 쇼트닝 등으로 두부과자를 만든 업체가 적발됐다. 이 업체는 가짜 두부과자를 식당 등에 판매해 수천 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웰빙 바람을 타고 콩이나 두부로 만든 과자가 인기를 끌자 이 점을 노려 가짜 과자를 만든 것이다.

앞서 지난해엔 수도권 일대 공장에서 농약성분인 디크로보스가 들어간 과자를 만들어 팔다 적발됐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정청에 적발돼 해당 제품 판매 금지와 회수 조치가 이뤄졌지만 농약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격은 여간 컸던 게 아니다.

당시 이 소식을 접했던 한 주부 소비자는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건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과자는 어린아이들이나 성장기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식품인 만큼 우리의 미래를 해치는 행위나 다름없으므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식품안전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최근엔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시리얼의 나트륨 함량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리얼은 과자로 분류하진 않지만 대형마트나 편의점 과자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이다. 소비자문제 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가 체중조절용 시리얼 5개 제품을 포함한 총 4개사 18개 제품의 열량·나트륨을 조사한 결과, 열량은 별 차이 없는 다이어트 시리얼이 일반 시리얼류에 비해 나트륨 함량만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시리얼 제품끼리의 나트륨 및 칼로리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한동안 소비자 측과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 두부과자, 농약과자, 나트륨 과자 등 끊임없이 제기되는 식품관련 소식을 접하고 나면 어김없이 2008년 멜라민 과자 파동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멜라닌 과자 파동은 중국발 멜라닌 분유에서 촉발돼 국내 생산 과자제품에서마저 멜라닌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당시 뒤늦은 수습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부는 어린이가 즐겨 먹는 시리얼과 과자류에 대한 식품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제과업체들도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어 안전성을 강조한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등 분주하게 대처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과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과자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나 사건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쁘다고 하면서도 과자는 꾸준히 소비되고 있고 국민간식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일부 제과업체는 ‘과자는 웰빙이 아니다’, ‘과자는 원래 나쁜 것’이라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식품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식품회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과자는 착할 순 없을까. ‘과자=나쁨’이 아니라 ‘과자=착함’의 공식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농약 과자, 나트륨 과자는 정말 싫다

“착한 과자요? 무엇보다 원재료를 정직하게 표기한 과자 아닐까요. 또 화학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정제된 재료보다는 비정제 재료를 사용하고 요리법을 변경해 칼로리를 낮춘 과자, 그러면서도 맛도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에게 올바른 먹거리 정보를 알리기 위해 푸듀케이터라는 새로운 직업까지 만들어낸 노민영 푸드포체인지 대표는 ‘착한 과자’를 이같이 정의했다.

그는 “가공식품에서 화학첨가물을 배제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최소화한 과자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화학첨가물을 줄여 비어 있는 맛과 향을 천연 재료를 활용한 대체 방식을 연구해서 맛도 낼 수 있는 과자가 착한 과자”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제과업체들은 화학첨가물을 사용해 보존성, 맛과 향을 증진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화학첨가물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재료나 요리법을 개발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는 한편, 성분도 저지방과 저나트륨, 저당의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과자를 생산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천연 재료로 맛을 증진하는 지속적 연구를 통해 되도록 제철에 나는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고 전통 간식을 재해석한 과자 제품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노 대표가 말한 ‘착한 과자’가 전혀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실제 국내 제과 업체 중에도 그런 착한 과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 중인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마켓오 마카롱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천연 재료 활용한 무첨가 과자 원하는 소비자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마켓오 레스토랑에서 천연 재료를 이용한 마카롱 8종을 판매하고 있다. 마카롱은 프랑스의 고급 디저트 과자로 마켓오는 ‘진정성을 담은 과자’라는 마켓오의 철학과 콘셉트로 마카롱을 재해석해 제품화했다. 합성첨가물과 인공색소를 넣지 않고 자연 재료만을 사용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당도와 식감이 뛰어난 마켓오만의 마카롱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켓오 마카롱은 ‘자연이 그린 8가지 달콤함’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생산된다. 원료는 100% 퓨어 초콜릿, 천연 피스타치오, 국산 단호박과 유자, 건강에 좋은 흑임자와 허브(민트잎) 등을 주로 사용했다.

박동성 오리온 F&B사업부 마케팅 2팀 과장은 “마켓오 마카롱은 인공적인 기술로 색을 내지 않는다”며 “합성첨가물조차 넣지 않고 순수한 자연 재료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컬러가 화려하진 않지만 ‘마켓오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마켓오 마카롱은 현재 마켓오 레스토랑 압구정점에서만 생산, 판매되며 이 매장 내엔 투명 유리창으로 만든 ‘마카롱 오픈키친’이 별도로 마련돼 고객들이 마켓오 마카롱 제조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전문 파티시에가 직접 마카롱을 생산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박 과장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재료만 사용한다는 것과 함께 마켓오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만드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오픈했다”고 강조했다.

마켓오 마카롱은 당일 생산되며 당일 만든 제품은 전량 소진된다. 제조 과정이 투명하고 천연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맛도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 기념일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다. 세련된 패키지와 자극적이지 않은 맛 때문에 매장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 기념품으로 인기가 높다.

합성첨가물 없고 영양소 풍부한 과자

오리온 마켓오 레스토랑 압구정점 내 마카롱 오픈 키친에서 파티시에가 마카롱을 만들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건강에도 좋고 안전한 과자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곡물과 과일 등을 함유한 제품들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기존 밀크초콜릿보다 설탕 함량을 줄인 어린이를 위한 초콜릿 브랜드 ‘키즈트리’(KidsTree)를 출시했다.

‘키즈트리’는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밀크초콜릿보다 카카오와 설탕 함량을 각각 60%, 30% 줄인 반면 식감과 영양을 고려해 우유 함량은 30% 높이고 곡물, 채소, 과일 등을 첨가했다.

농심은 ‘땅속의 사과’ ‘땅속의 영양덩어리’라고 불리는 감자를 원료로 한 ‘수미칩’을 선보였다. 농심 영양연구팀은 “감자에는 인체에 필요한 필수영양소가 거의 다 들어 있다”며 “감자 두 알이면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 C를 거의 섭취할 수 있다”라고 감자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수미감자는 맛과 풍미가 뛰어나고, 일반 가공용 감자보다 당분이 10배나 많아 감자 고유의 단맛인 환원당이 풍부하지만 감자칩으로 만들 경우엔 감자 특유의 당(糖)성분이 갈변현상을 일으켜 주로 가정용 감자로만 쓰여왔다. 농심은 독자기술과 저장능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산 감자인 수미감자를 사계절 내내 제품화하는 데 성공해 이름 그대로 빼어날 ‘수’에 아름다울 ‘미’자를 써서 수미(秀美)칩이란 제품을 내놓았다. 그 외에도 저온진공 상태에서 고구마를 껍질째 가공해 원재료의 영양손실을 최소화한 감미칩도 건강식 과자로 꼽는다. 감미칩은 설탕으로 맛을 낸 다른 고구마 스낵과 달리 사과 분말로 양념해 고구마 특유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 밖에도 동원F&B는 하루 적정량(25g)의 견과류를 하루 한 봉지씩, 일주일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소포장 견과류 제품인 ‘동원 올해작 1주일 프로젝트’ 2종을 내놨다. ‘동원 올해작 1주일 프로젝트’는 그해에 난 햇견과류를 하루 적정 섭취량인 25g씩 7일분으로 나눠 담은 견과류 제품이다.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아몬드, 캐슈너트, 피스타치오 등을 매일 하루 적정 섭취량을 먹을 수 있어 영양소 보충에 좋고 칼슘, 철분,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 소포장 제품으로 휴대가 간편해 어린이들도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2007년에 출시한 ‘구운양파’가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구운양파’는 스낵은 기름에 튀겨내는 제품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벗어던진 스낵이다. '구운양파'는 기름진 음식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간식으로 꼽힌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건강한 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바람이 커지는 현상과 맞물려 유기농 과자 매출이 꾸준히 신장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곡물과자와 유기농과자 5월 매출이 전년대비 20.5%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유기농과자 매출 신장률이 17.5%를 기록했다.

홈플러스에서 많이 판매되는 건강식 과자는 크라운 ‘유기농 웨하스’ 와 ‘유기농 키즈비스킷’ ‘유기농 초코샌드’순이었으며 청오 ‘유기농 발아현미 쌀떡튀밥’과 이든힐 ‘유기농 바나나스낵’ 등이 있다. 롯데마트는 프로엠 ‘유기농밀로 만든 초코칩쿠키’ ‘유기농밀 크래커건빵’ ‘유기농 옥수수스낵’ 등이 대표상품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