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동안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동안 2억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국경절 기간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천안문 광장.


요즘 중국에서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면 첫마디로 “이번 연휴에 뭘 할 것이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로 꼽히는 10월1일 국경절은 다른 명절처럼 으레 연휴로 구성된다. 이번 연휴기간은 1~8일까지 장장 8일간 계속된다. 올해 최장 연휴이고 역대 국경절 가운데 가장 길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다른 점 중 하나가 연휴가 길다는 것이다. 올해 연휴기간을 따져보니 7일과 8일 연휴가 1차례씩이고 3일 연휴도 4번이나 된다.

재미난 사실은 몰아서 쉬다 보니 평일이 휴일이 되고 토·일요일이 근무일로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춘절(구정)과 더불어 일주일짜리 명절인 국경절은 이번에 하루가 더 늘었다. 올해는 건국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인 데다 휴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연휴기간을 늘렸다고 한다.

국민들은 정부의 배려(?)에 부응이라도 하듯 황금연휴를 맞아 여행스케줄 짜기에 바쁘다. 국가여행국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5개월 전 노동절 때의 47%보다 월등히 늘 었다. 경기가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연휴 기간 2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여행을 다녀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13% 늘어나는 것으로 여행 관련 수입도 1000억위안(약 1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업계로선 이만한 대목도 없다. 한정된 기간과 장소에 여행객이 몰리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업계는 이번 연휴에 여행비용을 예전보다 최소 50%는 더 잡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4박5일짜리 베이징~하이난다오(海南島) 산야(三亞) 휴양지 코스는 1인당 4680위안(약 82만원)으로 50% 올랐다. 한 대형 여행사는 “이번 연휴 여행 패키지의 경우 5~50%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윈난(雲南)·쓰촨(四川)·샤먼(厦門)·산야 같은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관광지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광지에서는 입장료를 앞다퉈 올리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입장료가 70%나 오른 곳도 있다. 정부는 물가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장료 가격 인상을 제한하고 나섰지만 일부 말 안 듣는 관광명소에는 ‘소 귀에 경읽기’다.

쿤밍(昆明) 스린(石林) 관광지구의 입장료는 140위안에서 200위안으로, 안후이(安徽) 톈주(天柱)산의 입장료는 120위안에서 150위안으로 올랐다.

물론 정부의 방침에 부응하는 곳도 많다. 베이징시내 100개 유료공원 가운데 절반은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다.

여행사들은 사전예약을 하면 항공료와 호텔숙박비를 50% 절감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 살펴보면 좋은 조건을 내건 여행사들이 적지 않다”며 “국경절을 며칠 앞둔 시점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9월 여행이 국경절 연휴보다 10~30% 저렴하다고 한다. 유명 관광지라도 30% 가량 가격을 낮춘 곳도 있고 호텔도 40% 할인해 주는 경우가 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