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해외관광객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해외에서 가장 씀씀이가 큰 관광객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돈을 많이 쓰는 큰손임에도 불구, 중국 관광객들은 홀대를 받고 있다. 생태계 파괴, 유적지에 낙서하기,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기 등 몰지각한 매너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가 국가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섰다.

 “영희♡철수 우리 사랑 영원히”

한국 관광지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서다. 오래된 카페나 술집의 벽마다 빼곡하게 적혀 있는 낙서들의 유형도 대체로 이런 것이다. 아예 낙서를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만든 카페나 술집에서는 소소한 낙서를 읽는 것이 즐거움인 반면, 오래된 문화유산이 있는 관광지에서는 이런 낙서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다.

수백 년은 됨직한 나무를 굳이 긁어서 상처를 내어 '철수 5월 30일 왔다감'이라는 일기장에 써도 충분한 낙서를 굳이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도 이런 낙서를 즐겨 하는 철부지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최근 난징의 한 중학생이 중국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몇 년 전 부모님과 함께 단체 관광을 떠난 이 학생(당시 초등학생)은 3500년 된 이집트의 유적 룩소르 사원에 있는 한 부조에 '딩진하오 다녀감(丁錦昊到此一游)'이라는 낙서를 남겼다.

이후 해당 지역을 방문한 다른 중국인 관광객이 수천년 된 유적에 새겨진 중국어 낙서에 분개, 사진을 찍어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리면서 뒤늦게 문제가 알려졌다. 이 학생이 자신의 이름을 또렷하게 새기는 바람에 중국 네티즌들은 소위 ‘신상털기(인육수색人肉搜索)’에 나서 난징에 있는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부 네티즌들은 당시 이 학생이 다녔던 초등학교의 홈페이지를 해킹해서 '딩진하오 다녀감'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조롱했다.

사태가 확대되자 부모가 서둘러 나서 공개 사과를 했고 해당 학생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울고만 있다고 선처를 부탁했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를 곧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룩소르의 부조에 새겨진 낙서는 어른의 키 높이와 유사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어서 당시 초등학생이던 딩진하오의 키로는 닿을 수 없다”며 “부모나 다른 어른이 딩진하오를 들어올려서 낙서를 할 수 있도록 도왔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사죄했던 딩진하오의 부모는 이와 같은 주장이 나오면서부터는 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중국 정부가 나섰다. 지난 5월 28일 중국 여유국(관광국)은 문화재와 유적에 낙서하지 말 것 등 여행객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발표하는 등 중국 관광객의 추태를 막는 데 직접 나섰다. 여유국은 ‘문명여행 공약’이란 제목의 지침에서 유적지 건축물에 기어오르거나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고 길거리에서 침이나 껌을 뱉지 말고 흡연이 금지된 지역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윗옷을 벗고 다니지 말고 새치기를 하지 말고 줄을 서야 할 것 등을 당부했다.

이보다 앞서 왕양 부총리는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음식을 먹고 무단횡단을 하는가 하면 유적지에 글씨를 새기는 등 해외에서 매너 없는 행동으로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딩진하오 건과 비슷한 일이 이전에도 자주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인도양의 몰디브에 관광을 갔던 한 중국 여성은 멸종위기종인 산호초를 바다에서 불법 채취해서 기념사진을 찍고서는 웨이보에 자랑스럽게 그 사진을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임은 물론 중국 관광객들이 돈을 쓰면서도 오히려 홀대를 받는 이유가 바로 몰지각한 매너 때문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인 해외관광객 숫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이들이 해외에서 보이는 추태도 과거에 비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중국관광연구원은 올해 약 1억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떠나서 약 1176억달러(한화 129조원)를 쓰고 올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2011년 6000만 명, 2012년 8300만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 여행객이 해외에서 사용한 돈도 2011년 730억달러에서 2012년에는 102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해외에서 가장 씀씀이가 큰 관광객이 됐다.

중국 정부가 앞장서 해외 관광 에티켓을 주입시키고 있으니 머지않아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지 20여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한글 낙서가 해외의 유명 관광지에서 보이고 있으니 우리도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중국의 풍습>

중국인들은 왜 중고 자전거를 선호할까?

서울 거리를 지나다 보면 멋지게 운동복을 차려입고 날렵하게 생긴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타는 자세나 속도로 봐서는 운동 목적으로 타는 사람이 더 많은 듯싶다. 자전거 타기가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교통수단의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중국에서는 자전거가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운동이나 레저가 목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근거리 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탄다. 대부분 자전거에는 짐을 싣거나 사람이 탈 수 있는 보조의자가 뒤에 달려 있다. 앞에는 어린 자녀를 앉히고 뒤에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3명의 가족이 하나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보니 길거리에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신호등도 따로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우비도 있는데 일반 우비보다 뒤쪽의 폭이 넓고 길어서 자전거까지 덮을 수 있으며, 모자 부분의 챙이 넓고 투명해 얼굴에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아 준다.

모든 지역에는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 화려한 백화점 앞이나 극장 앞에도 자전거를 세울 수 있다. 다만 자전거가 일상화된 교통수단이다 보니 새 자전거 도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 새 자전거를 사기보다는 중고 자전거를 사는 사람도 많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 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