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여자친구나 엄마에게 일일이 부탁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게 꼭 맞는 물품들로 구성된 박스를, 구성품 정가의 반값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남자친구 혹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이들도 이제 선물 걱정할 필요 없겠다. ‘아미팩’이 알아서 해 준다.

 

딱 봐도 꽉 막힌 이등병 김 씨. 수신자부담으로 여친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손에 들린 꼬깃꼬깃한 종이. 그걸 들고 읽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내가 필요한 게… 폼클렌징이랑… 선크림이랑…또….” 전화를 끊고 난 며칠이 지난 밤. 모포를 뒤집어쓰고 훌쩍이는 그. 동기가 왜 그러냐고 묻자 여친과 헤어졌단다. 동기 정 씨는 생각한다. ‘왜 아니겠어.’

적어도 김 씨처럼 되지는 말아야겠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김 씨가 실수한 부분은 무엇일까? 수신자부담으로 전화한 것, 필요한 걸 좀 더 당당히 요구하지 못한 것? 둘 다 맞다. 하지만 결정적인 실수는 이거다. ‘아미팩’을 모르고 있었던 것! 센스로 똘똘 뭉친 동기 정 씨는 훌쩍이는 김 씨 옆에서 ‘아미팩’을 어루만지며 ‘자식…. 진작 알려줄 걸 그랬나?’ 하며 회심의 미소를 띤다.

‘아미팩(ArmyPack)’은 군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품으로 구성된 박스다. 매월 1회, 부대 혹은 자택으로 발송되는 군인전용 구독서비스(서브스크립션 커머스)라 이해하면 된다. 지난 5월 20일부터 제공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지금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군인 선물’이라고 쳐보자. 수많은 '곰신'들의 ‘군인 남친 선물 뭐가 좋을까요?’라는 고민 글을 볼 수 있다. 아미팩은 여기에 착안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친구,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들이 좀 더 손쉽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만들었다. 장병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모두 담긴 박스. 아미팩 덕분에 여자친구와 엄마가 일일이 선물을 사고 포장하는 고생을 덜었다. 물론 직접 주문해 쓸 수도 있다. 사실 앞서 정 씨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블라인드 박스’로 기대감 상승!

아미팩은 총 5가지 물품으로 구성돼 있다. 박스당 가격은 2만4900원. 흥미로운 것은 주문자와 수령자 모두 박스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구성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아미팩 관계자는 “‘블라인드 박스’ 개념으로 선물 수령자의 기대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매달 20일부터 25일 사이에 일괄 배송되는데, 배송일이 지나면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월 구성품목을 상세히 열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고 괜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머리띠와 같이 뜬금없는 물품을 넣지는 않는다. 물론 부대에 반입이 불가능한 제품도 일절 넣지 않는다.

참고로, 지난 5월 구성품은 헤라옴므 듀얼 클렌징폼(150ml, 2만원 상당), 페라리 에센스 샤워젤(150ml, 2만원 상당), GQ매거진(5월호, 6500원), 닥트자르트 포맨 액티브 스킨 에센스(100ml, 2만7000원 상당), 캐릭터 손톱깎이 세트(4p, 2500원 상당), 야전용전투식량(밥과함께라면, 2500원 상당)이었다. 총 6만2500원에 달하는 물품을 2만4900원에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정가보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의심된다고? 아미팩 관계자는 “구성품에 참여한 브랜드사를 직접 찾아가 제품을 확인하고, 일정기간 체험 후 승인작업을 거친다”면서 “금액이 정가의 반 정도로 책정될 수 있는 이유는, 참여 브랜드 측에서 60만 장병들에게 제품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절감된 홍보·마케팅만큼 할인가에 공급되고 있다는 얘기다.

 

시의에 맞게 매월 다른 품목 구성

아미팩 임직원들은 전원 군필자 출신이다. 지금까지도 국방자문기자 등을 통한 정보 수집으로 군부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누구보다 장병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박스의 구성품은 매월 시의에 맞게 바뀐다. 6월에는 유격훈련 기간을 맞아 그에 맞는 물품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아미팩 관계자는 “유격시즌에는 모기 퇴치약, 쿨조끼 등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귀띔하며 “혹한기 시즌에는 핫팩과 같은 상품을 첨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8월 중에는 입대를 앞둔 예비 장병들을 위한 ‘입대세트’ 또한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는 매월 일정한 금액을 내고 신청을 하면 업체가 고객 취향에 맞게 고른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아미팩과 같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2010년 4월 미국의 ‘버치박스(Birchbox)’가 시초다. 버치박스는 매월 10달러(약 1만1000원)를 내면 화장품 견본을 4~5개씩 받아볼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소비자가 아닌 판매자가 직접 물품을 구성한 데다, 어떤 제품이 들어가는지 밝히지 않는 전략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2011년 6월 미국의 글로시박스가 상륙하면서 이 같은 서비스가 시작됐다. 현재 국내에만 총 50여 개의 ‘OO박스’가 성업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15개 정도에 불과했던 업체 수가 올 연말에는 100개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군인 장병들을 위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아미팩’이 최초이며 현재까지 유일하다.

 

아미팩, 어떻게 주문하나요?

1. www.armypack.co.kr 에 회원가입을 한다.

2. ‘아미팩구독하기’를 통해 구독신청을 한다.

(매월 2만4900원. 2개월 이상 구독 시 차등할인 혜택)

3. 매달 1회 장병의 부대 혹은 자택으로 발송된다.

(발송과 동시에 해당월 구성품 확인 가능)

4. 도착한 아미팩을 마음껏 써라.

(군생활에 도움 되는 실속 있는 구성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