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귀농 성공기 / 김병수 씨가 말하는 청년 귀농

김병수 씨는 현재 150주의 매실나무를 직접 관리한다. 그는 “여기 나무들이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고 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귀농 러시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였다. 우리보다 먼저 귀농 열풍이 불기 시작한 미국, 일본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제2의 인생 무대로 농촌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최근 그 바통이 젊은 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농업 전문가인 쯔야 히토시 교수(우쯔노미야대학)는 “일본의 젊은 층들이 농업을 하나의 비즈니스 분야로 여기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농업과 접목시키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농업에서 미래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촌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2030 젊은 세대 농지 지원 사업’에는 지난해보다 175% 늘어난 2008명이 신청하기도 했다. 젊은이들의 귀농 참여는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또 그들이 들어간 농촌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지난해 만 21살의 나이로 귀농인 대열에 합류한 김병수 씨를 통해 확인해봤다.

지난 2007년. 부모님이 먼저 귀농을 결심했을 때 김병수(22세· 전북 순창) 씨는 부모님을 따라 나서지 않았다. 당시 김 씨가 생각하던 귀농은 단지 ‘시골살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춘기인 내가 왜 시골에서 살아야 하냐”며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그랬던 그가 5년 만에 그 ‘시골살이’를 자처했다. 5년여 동안 사회생활과 군 복무를 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시내 레스토랑에서 말단부터 시작해 지배인까지 올랐어요. 그런데 나를 대체할 사람은 언제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농사는 다르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에 달려 있어요.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 없는 일, 내가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미래를 봤을 때 훨씬 낫겠다 싶었죠.”

주변의 반대는 거셌다. 친구들은 “미쳤느냐”며 그를 말렸다. 인근 주민들도 “젊은 사람이 도시에 나가야지”라며 타일렀다. 하지만 김 씨는 이미 농촌에서의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었다. 선배 귀농인들의 조언을 통해 ‘농업은 6차 산업이며, 농사는 모든 일의 종합체’라는 소신도 생겼다고 한다. 무뚝뚝하던 아버지와 사이가 부쩍 좋아진 것도 귀농 후 생겨난 좋은 변화다. 김 씨는 “농촌 생활을 시작한 이후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며 “친구들에게도 대한민국 최고의 매실 농부가 될 때까지 농사를 지으며 살 거라고 못 박았다”고 말했다.

젊음의 특권 ‘실험정신’으로 성공 귀농 이룬다

현재 김 씨가 부모님과 함께 일하는 ‘아동실농장’은 매실, 아로니아(아로니아 나무의 열매로 통상 아로니아베리, 블랙초크베리, 초크베리 등으로 불림) 등을 경작하는 과수 농장이다. 올해 2년 차 초보 농부인 그는 현재 매실 돌보는 일을 주된 업무로 삼고 있다. 총 500주가 있는 매실 나무 중 150주 정도가 김 씨 몫이다. 풀밭을 시시때때로 관리해야 하고, 수확 시 선별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등 경작이 까다로운 작물 중 하나다.

과연 젊음이 농사에 무기가 될까. “나이 드신 분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는 경향이 많은데요, 저처럼 젊은 사람들은 경험이 없는 만큼 두려운 것도 없어요. 일단 된다고 생각하고, 실험하고 부딪쳐보는 게 젊은 농부의 가장 큰 강점이죠.” 귀농인의 단골 아이템이 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매실로 성공하겠다는 포부도 같은 맥락이다. 김 씨는 “가지 칠 때나 퇴비 줄 때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 생산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한 뒤 매실을 판매한다”며 “매실 가격이 떨어진다고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나만의 매실’을 제대로 만들어 승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젊은 감각을 입힌 매실 쇼핑몰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는 농장에서 수확한 매실을 주로 지인들에게 후불제로 판매하거나 공판장에 내놓았는데, 쇼핑몰을 통하면 판매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조만간 통신판매 신고도 할 예정이다.

연평균 귀농인 4만 명, 젊을수록 유리하다

한창 놀 나이지만 나무를 심고 열매를 보는 게 노는 것보다 좋다는 김 씨. 그는 “귀농을 하려면 되도록 빨리 하라”고 조언한다. 한해 평균 4만여 명이 귀농을 택하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선택해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는 조언이다. 그는 “시골에는 이미 연령대가 높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나이가 든 후에 오면 그들의 노하우를 따라가기 힘들다”며 “농가 경영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젊을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젊은 농부들에게 ‘도심을 멀리하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김 씨는 “만일 나가서 술을 마신다고 하면 하루를 버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마음이 해이해지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20년 뒤에는 약 13만2000㎡(약 4만 평, 매실 1만 주 이상 심을 수 있는 규모) 땅을 매실나무로 꽉꽉 채울 것”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매실 축제도 개최하고, 체험교육장도 운영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꾸미는 것이 목표다. 관광사업과의 연계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아동실’이라는 농장 이름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될 때까지 농장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