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귀농인 농촌 정착기 ② ‘농심(農心) 통해 동심(童心) 배워라’

교육을 위해 귀농을 결심한 만큼, 연 씨와 부인 장해영 씨는 향후 농심(農心)교육에 힘쓸 계획이다. 학생이나 도시민을 위해 누에와 오디를 이용한 체험농장도 구상 중이다.(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배워야 잘 산다’는 신념은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해 왔다. 이러한 교육열은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발전에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지나침’은 부작용도 낳았다. ‘치맛바람’으로 대표되는 학부모의 대리열정은 교육을 ‘지식의 축적’으로만 단정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인성과 꿈은 설 자리를 잃었다. 충북 충주시 엄정면의 연화순 씨는 이에 대한 답으로 ‘귀농’을 선택했다. ‘교육=학군’이라는 상식에 대한 역발상인 셈이다. 자녀교육 때문에 귀농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연 씨는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깨닫게 해 주는 농촌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배움터”라고 했다.

 

교육연구소에서 곤충 분야를 연구하던 연화순 씨는 인정받는 연구원이었다. 5년 만에 수석연구실장 자리를 꿰찰 정도로 승진 가도를 달렸다. 지난 2008년 귀농을 위해 사표를 제출했을 때 “어디 스카우트 됐냐”는 반응이 앞섰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연 씨의 귀농은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다. 연 씨는 “뽕밭을 미리 마련하고, 직거래를 위한 쇼핑몰도 임시 운영해보는 등 2년 정도 귀농 준비와 직장생활을 병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선택 뒤에는 자녀들이 있었다. 귀농 사유 일순위가 바로 아이들의 교육이었던 것.

“직장생활을 하면서 늦은 밤까지 학원에 매여 있는 아이들이 가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적인 측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도시에 살 때는 ‘자신’밖에 모르지만, 시골에 있으면 사람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많은 걸 깨닫고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법을 알게 돼요. 경쟁에 찌든 아이들에게 훈훈한 인심과 살아있는 정(情)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귀농 5년, 아이들은 아빠의 바람대로 정을 아는 사람으로 크고 있다. 연 씨는 “큰아들은 학교에 가기 전에 농사일을 조금씩 거들어 주고, 주말에도 우리를 도와 동생을 돌본다”고 말했다.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성적도 괜찮고 책도 많이 본다고 한다. 연 씨는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장래희망을 ‘농부’라고 적었더라”며 “다른 엄마들은 다 웃었는데, 나는 벌써 대를 이을 생각을 한다는 게 참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현재 연 씨의 두 아들인 연정호(10세)·연효준(4세) 형제는 각각 소재지에 위치한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닌다. 면 소재지에 학원은 없다. 연 씨는 “엄마들 입장에서는 교육 여건이 시내권에 비해 뒤처질까봐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학교 내부적인 교육열이 높다”며 “특히 시골에는 학교 내 방과 후 교육이나 지역아동센터가 잘 운영되고 있어서 정규수업이 끝난 후에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 다각화로 일궈낸 성공 귀농, 농심 교육으로 확대

샐러리맨이던 연 씨에게 ‘가을에 수확해 여비로 살아가는’ 농가의 패턴은 낯설었다. 귀농 초반에 경작했던 고추나 복숭아 등이 고전하면서 어려움도 컸다. “고추 농사는 방제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수확이 잘 안 됐고, 복숭아는 겨울에 다 얼어붙어서 2000평 정도의 나무가 다 동사했었다”고 한다. 초기 연매출은 2000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겨울철에는 난방비만 월 6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농가에서 일가족이 생활하긴 버거운 액수. 연 씨는 마치 다달이 월급을 받듯, 수입을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농사뿐만 아니라 가공, 판매 등 수익처를 다분화했다. 농촌진흥청의 담당 컨설팅이나 전문 교육 등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도 이때 이뤄졌다.

현재 연 씨의 농장 ‘시골내음’은 연중 내내 정신없이 돌아간다. 고구마 모종 작업(4월~6월), 누에 기르기 세트 제작(5월 말~6월), 옥수수 수확(7월), 복숭아즙 가공(7월 말~9월), 고구마 수확(10월), 고구마말랭이 제작 및 판매(11월) 등이 이어진다. 겨울철에는 저장하고 있던 사과, 고구마, 옥수수를 판매하기도 한다. 연 씨는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도록 하면 노동력을 아낄 수 있고, 수입도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연 씨의 농가에서 나오는 수익은 연 1억6000만원 정도. 그중 절반은 복숭아즙 판매로 올리는 수익이다. “복숭아 농사에 실패한 이후 인근 지역에서 버려지는 친환경 복숭아를 수매해 가공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한다. 이웃 농가의 농산물을 활용한 방식이다. 복숭아 원액 가공방식 특허기술과 전문 가공소도 가지고 있다. 유통은 자체 제작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한다.

연 씨는 귀농 후에도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의 시간 개념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야만 직장인이 월급을 받듯 꼬박꼬박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교육을 위해 귀농을 결심한 만큼 앞으로는 농심(農心) 교육에도 더 힘쓸 계획. 그는 “학생이나 도시민을 위해 누에와 오디를 이용한 체험농장을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교육청 등과 교육 과정을 연계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